빅 브라더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빅 브라더

0 개 1,776 Lightcraft
각종 미디어를 통해 모두 빅 브라더라는 말을 접해보았으리라 생각한다. 빅 브라더는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 등장하는 가공의 인물로 정체 모를 수수께끼의 독재 통치자이다. 오웰이 소설에서 묘사한 사회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텔레스크린을 이용한 빅 브라더의 감시하에 놓여있다. 소설에서 나오는 텔레스크린을 우리가 실제로 살고 있는 지금 이 시대에 빗대자면 폐쇄 회로 텔레비전, 즉 CCTV라고 볼 수 있다. 모두들 알고 있겠지만 우리가 이미 CCTV가 설치되었다고 인지하고 있는 장소 외에도 알게 모르게 수많은 CCTV가 도처에 설치되어있다. 물론 소설이나 영화 따위에서 상상하듯이 모든 CCTV가 불특정 다수를 감시하기 위해 설치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유사시에는 그러한 용도로 쓰일 수 있기도 하다는 것은 아마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현재 한창 방영중인 Person of Interest라는 미국 드라마가 있는데 이 드라마 안에서는 고도의 인공지능을 가진 슈퍼 컴퓨터가 미국 전체에 설치된 모든 종류의 CCTV를 이용하여 불특정 다수들을 감시하고 분석하여 향후 강력 범죄나 테러를 저지를 인물들을 가려낸다. 현대 사회에서는 방범 용도로 자신의 집 안에 CCTV를 설치한 경우가 아니라면 유일하게 그 누구의 감시도 받지 않을 곳은 자신의 집밖에 없을 것이다.
 
디지털 카메라로 사진을 촬영하면 파일 내부에 META Data라는 데이터가 이미지 데이터와 함께 기록된다. META Data의 내용은 카메라의 기종, 사용된 렌즈, 초점거리 등의 모든 하드웨어적인 데이터를 포함한다. 이 중에는 사용된 카메라의 일련번호도 함께 기록이 되는데 최근에 이것을 이용하여 분실된 카메라를 찾아 준다는 웹 사이트가 등장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촬영한 후 SNS나 사진 공유 사이트에 올린다는 사실과 META Data가 카메라의 일련번호를 포함한다는 사실에 착안한 나름 기발한 아이디어를 이용한 것이다. 각종 유수의 SNS와 Flickr 등의 사진 공유 사이트에 올라온 모든 사진에 포함된 일련번호와 사용자가 입력한 일련번호를 대조하여 같은 일련번호를 가진 카메라를 찾는 것이다. 물론 분실된 카메라를 취득한 사용자가 그러한 사이트를 이용하고 있어야 하며 사이트에 업로드 될 시에 META Data의 손실이 없다는 가정하에만 성공을 보장한다.

또 최근에 접한 웃지 못할 하나의 뉴스가 있었는데 구글에서 제공하는 구글 스트리트 뷰 서비스를 이용하다 바람피고 있는 자신의 남자친구를 발견한 한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 뉴스였다. 또 이러한 구글의 서비스와 거의 동일한 서비스를 한국의 어느 포털 사이트에서 제공하는데 해당 서비스가 게시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백주대낮 공공장소에서 뜨겁게 키스하는 연인의 모습이 그대로 노출되어 문제 제기가 된 적이 있었다. 우리는 그들이 누구인지 알 수 없었지만 아무리 그 모습이 희미해도 그들의 지인들은 단번에 알아보았을 것이다.

위의 사례들이 거시적인 시점에서 본 빅 브라더의 모습이라면 미시적인 시점에서 보는 빅 브라더의 모습은 바로 우리 집, 우리 가방 그리고 우리 손 안에 있다. 우리가 모두 하나씩은 가지고 있으며 마치 생필품이 되어버린 웹캠, 디지털 카메라 그리고 스마트폰이 바로 빅 브라더라고 생각한다. 이런 기기들이 가족들이, 연인들이, 친구들이 그리고 이웃들이 서로와 서로를 알게 모르게 감시하게 되어버리는 듯한 효과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것 같다. 우리가 일상 속에서 촬영하는 한 장의 사진의 배경에 나온, 나에게는 불특정 다수인 누군가의 모습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중요한 정보를 제공 할 지도 모를 일이다. 가끔 어떤 연인들은 어떠한 이유로 인해 서로를 무조건적으로 신뢰하지 못해 둘이 같이 있지 않는 경우에 어디서 누구와 무엇을 하는지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촬영하여 보내주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오래 전에 이별한 연인의 소식이 궁금하다면 페이스북을 통해 지인들의 사진을 파도타기 하다 보면 금새 어디서 누구를 만나며 무엇을 하고 살고 있는지 알아내는 것도 가능하다. 이러한 SNS의 기능들은 우리 내면에 잠자는 관음증적인 측면을 가끔 깨우고는 하는 것 같다. 이러한 미시적인 시점의 빅 브라더를 같이 묶으면 위에서 이야기한 거시적인 시점의 빅 브라더가 되리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이러한 발전으로 인하여 지금이 인류 역사상 그 여느 때 보다 살기 안전하고 평화롭다고 한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어딘가 모르게 너무 타인에 대하여 많이 알고자 하며 서로 감시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이전 칼럼에서도 말했지만 필자가 다시 한 번 주장하고 싶은 것은 가끔 불편하더라도 이러한 문명의 이기를 잠시 내려놓고 타인과의 관계를 맺어보는 것도 어떨까 싶다.
게시물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