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다가 꺼지는 그 순간까지...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타다가 꺼지는 그 순간까지...

1 3,587 NZ코리아포스트
“모닥불 피워놓고 마주 앉아서 우리들의 이야기는 끝이 없어라”

정확히 70년대의 아주 옛날 노래를 요즈음 새삼스럽게 웅얼거리는 입버릇이 된 것은 어쩐 일일까? 별로 노래란걸 입에 달고 살아본 적이 없는 무미건조한 내가 언제부터 이 노래를 시작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인생은 연기속에 재를 남기고 말없이 사라지는 모닥불 같은것...”

인생을 절규하는 그 어떤 노래보다 공감대가 확실한 노랫말이며 차분한 곡이 마음에 와 닿았음인가? 활활 타 보지도 못한 아쉬운 내 불꽃이 그나마 다 사위어 소복한 재만 남기고 어둠으로 멀어져 가는 지금의 내 인생. 그것은 바로 내 노래이기 때문이리라,

서울 친구가 다니러와서 부산스럽던 한달여의 시간을 정리하고 물속같이 가라앉은 오랫만의 휴식속에서 문득 집어들은 한 권의 책. 우연치고는 타이밍이 잘 맞은. 바로 “모닥불”을 불렀던 가수 ‘박인희 마음의 글’이었다.

그는 한 조각의 빵이 다급해서가 아니고. 더구나 스타가 되고 싶은 허영도 아닌. 그냥 노래가 부르고 싶어서 불렀다는 순수한 가수였음을 알게 되었다.

‘수많은 사람들의 환호나 갈채보다 단 한 사람이라도 좋으니 누군가가 가슴속에서 지워지지 않을. 영원히 살아있는 노래를 부르고 싶었다고 했다. 이 다음에 어느 먼 훗날에 누군가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문득 쓸쓸해질때. 그 어둑어둑한 삶의 저녁길을 걸어가며 어쩐지 혼자라는 생각이 들때. 가슴에 살며시 떠 오르는 노래... 자신도 모르게 샘솟는 노래를 따라 부르다가 아! 이 노래를 부른 사람이 누구였더라. 모습과 이름은 아물아물 잊혀졌어도 그 노래의 멜로디만은 끊어질듯 이어질듯 멈추며 맴도는... ‘그는 그렇게 겸손한 마음으로 노래를 불렀단다. 하지만 생머리를 곱게 빗어 묶은 얌전한 모습으로 통기타를 치며 그 특별한 음색으로 조용히 노래하던 ‘박인희’를 어찌 기억 못할까?

마누라가 주부라는 사실조차 착각하고 파마머리가 촌스럽다고 불평하던 우리 남편님. 처녀때처럼 길게 느린 생머리의 자연미에 취해서 그의 열렬한 팬이기도 해 사알짝 질투도 했었는데, 사실 그 때는 노랫말의 깊은 의미는 깨닫지 못했다 팔팔한 오기로 살아가는 삼십대였기 때문이다.

세월이 흘러 사십년. 그가 바랐던 먼 훗날의 그 누군가가 바로 ‘나’였다. 지나간 삶을 뒤돌아보며 쓸쓸함 속에서 새삼스럽게 “모닥불”을 부른다. 이제 작은 불씨 하나 남겨놓고 무슨 이야기를 할까? 우리들의 이야기는 끝이 없다는데 같이 이야기 할 누군가도 없질 않은가.

밤마다 잠자리 내 머리맡에서 더 이야기 하자고 보채던 옛 친구와 함께 ‘코로만델’ 해변 어디쯤에. 텐트를 치고 야영이라도 하면서 모래알만큼이나 많은 살아온 이야기 밤새껏 나누며 고적할 때 씹고 넘어갈 낭만이라도 장만해 둘걸. 떠나간 사람 뒤에서 후회의 마음 사무친들 무슨 소용이람. (이제 세상 살아가는데 그만한 자신감도 없어졌구나) 생각이 드니 마냥 쓸쓸해진다.

“타다가 꺼지는 그 순간까지...” 새 해에는 활활 타 오르는 불꽃으로 살고 싶다. 매 순간순간을 몸과 마음을 던져 눈부시게 연소시키며 가져야 할 가치가 있는 한가지라도 놓치고 싶지 않다. 세상이 몰라줘도 내가 아는 세상만큼만 차지하며 모양새 좋게 살고 싶다. 들에 핀 풀꽃들. 조그만 새 한마리와도 이야기 하련다. 번거로운 굴레에서 벗어나 스스로 자유로워지고 마음껏 큰 숨을 쉬면서 살고싶다.

‘모닥불 피워놓고 마주앉아서
우리들의 이야기는 끝이 없어라
인생은 연기속에 재를 남기고
말없이 사라지는 모닥불 같은 것
타다가 꺼지는 그 순간까지
우리들의 이야기는 끝이 없어라’


그의 내면에서 샘솟는 맑은 석간수 한 모금같이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드는 노래. 가슴을 떨며 마음속에 지피는 불씨하나로 작지만 오래오래 지키면서 살아가련다.

ⓒ 뉴질랜드 코리아포스트(http://www.koreapost.co.nz),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hjchae2000
제목이 커지는 이라고 잘못되어 있네요.

숙모 시집오던 날

댓글 0 | 조회 1,760 | 2017.11.22
“어머님이 오늘 새벽에 선종하셨습니다.”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받은 전화. 사촌동생이 알려온 숙모 님의 부음이었다. 나와 몇 살 차이는 있지만 같은 팔십줄의 숙모 … 더보기

봄바람 타고 온 가을 선물

댓글 0 | 조회 1,256 | 2017.10.25
몇 년 전이었다.나른하게 지쳐가는 몸을 추스르러 한국에 나갔다.좋은 보약 준비해 놓겠다는 딸애의 보챔도 한 몫을 하긴 했지만 그동안 여기서 못 먹었던 입에 맞는 … 더보기

술 석잔이 있는 풍경화

댓글 0 | 조회 1,275 | 2017.09.26
지루할만큼 질척이던 날씨가 모처럼 화창하다. 비 속에서 외롭게 피어난 자목련의 을씨년스러움도 오늘은 화사하다.성급하게 봄 냄새가 그리워지는 한나절이다.“거긴 요즘… 더보기

그 특별했던 날의 긴 하루

댓글 0 | 조회 1,388 | 2017.08.22
평상시 외출에는 버스가 마냥 편하다. 그 날은 상황이 달라서 서둘러 차를 몰고 나서야 했다. 며칠전, 새로 개통된워터뷰(water viwe)터널을 신선한 기분으로… 더보기

빨강 구두 아줌마

댓글 0 | 조회 2,500 | 2017.07.25
밖은 비 바람이 사납다. 오늘같은 날, 밖에 볼 일이 없으니 다행이라 생각했다. 어둠침침한 집안에서 하루를 보내야만 했다. 옷을 두둑히 입고 앉아 있는데 있을수록… 더보기

사탕, 달다

댓글 0 | 조회 1,399 | 2017.06.27
우는아이 달래주고 웃는아이 울리기도 하는 달디단 사탕. 달콤한 말로 남의 비위를 맞추어 살살 달랜다는 사탕발림이란 어른들의 말도 있다. 거기에 더하여 사탕 하나가… 더보기

잔인한 달, 나의 4월

댓글 0 | 조회 1,553 | 2017.05.23
4월 1일은 만우절(萬愚節)이다. 누군가 실없는 말로 내 웃음보를 자극해 올 것만 같은 기대로 첫날을 맞았다.고국은 지금 봄이 무르익는 좋은 계절이다. 울긋불긋 … 더보기

삶의 그림 속에 창 문 낮은 집

댓글 0 | 조회 1,649 | 2017.04.26
우리말에 노름하는 자식, 빚 보증 서는 자식은 낳지도 보지도 말라고 했다. 패가망신을 자초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1980년대 초반. 쉰을 바라보는 나이에 어렵게… 더보기

삶의 축복

댓글 0 | 조회 1,785 | 2017.03.22
다시 돌아올 수 없는 먼~길 떠나신 분.반평생 긴 세월을 그리움 가슴에 싸안고홀로 외로웠던 삶.눈 감으신 고요로움이 차라리 평화로울까?진심으로 명복을 빕니다.얼마… 더보기

자만인가, 착각인가

댓글 0 | 조회 1,497 | 2017.02.22
평생을 살집없는 몸매로 튼실한 부티하고는 거리가 멀었다. 젊었을 때는 날씬(?)하다는 부러움으로 그런대로 살만했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계속 쪼그라드니 이젠 배곯고… 더보기

아기처럼 웃고 살고싶다

댓글 0 | 조회 1,458 | 2017.01.25
유모차에 실린 아기가 버스에 올랐다. 머루같이 까만눈이 초롱초롱하다. 커다란 눈속에 많은 것을 담으려는듯 두리번거리는 모습이 귀엽다. 눈이 마주치자 낯가림도 없이… 더보기

기어이 나를 울리고 가는구나 !

댓글 0 | 조회 2,184 | 2016.12.21
이른아침부터 하릴없이 시시덕거렸던 차 안에서의 분위기는 생판 광대의 연극이었나?공항에 내렸을 때. 세 여인의 표정은 어느새 뻣뻣하게 경직되어 있었다. 무언의 행동… 더보기

이만큼 나이 먹어보니 . . .

댓글 0 | 조회 1,671 | 2016.11.23
젊었을땐 남만큼 가진게 많지않다고 투정을 하며 살았다.이만큼 살다보니 이젠 내려다보는 혜안이 열려 지금 있는것만 가지고도 부자임을 감사한다.주제넘은 오만과 편견으… 더보기

지붕위의 여자

댓글 0 | 조회 2,852 | 2016.10.26
뒷집에 새로 이사와 살고 있는 여자가 있다. 항상 후두로 머리를 덮은 파커차림이다. 뒷모습 말고는 얼굴을 본 적이없어 나이를 가늠조차 할 수가 없다. 남자처럼 키… 더보기

이름에 대하여

댓글 0 | 조회 2,649 | 2016.09.28
선영. 세영. 은영. 한결같이 고운 여자들의 이름이다. 하지만 그 이름의 주인들은 모두 남자들. 내 남자 형제들의 이름이다.그 중에 진영이 있다. 남자 이름같은데… 더보기

굴뚝이 있는 집

댓글 0 | 조회 2,804 | 2016.08.25
요즘 새로 짓는 집들은 아예 굴뚝이 없다. 굴뚝이 있는 옛날 집들도 이젠 연기가 나질 않는다.내가 처음 왔을 때 만해도 티티랑이 동네 어귀엔 나무 타는 냄새가 야… 더보기

마음이 부자이고 싶다

댓글 0 | 조회 2,491 | 2016.07.28
알람소리에 잠이 깼다. 이불속에서 오시시 한기가 느껴진다. 히터와 침대매트에 스윗치를 올리고 바른자세로 다시 눕는다. 몸이 따뜻해져오면서 살폿이 다시 잠이든다 달… 더보기

꿈을 불러다주는 이 겨울의 선물

댓글 0 | 조회 1,757 | 2016.06.22
한여름에도 발이 시린 친구가 있다. 그야말로 걸을때 말고는 발 모시는(?) 일이 눈물겹다.얼마전, 그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여기는 때아닌 복더위가 찾아와 지금… 더보기

모자(帽子)의 여인

댓글 0 | 조회 1,489 | 2016.05.26
외출 할 때마다 항상 모자를 쓰는 나를 보고 사람들은 멋을 내기 위함인줄 알고 흔히 ‘멋쟁이’(?)란 명칭을 붙이기도 한다.천만의 말씀이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남… 더보기

프라하(Praha)에서 보내온 반가운 영상

댓글 0 | 조회 1,788 | 2016.04.28
예정된 하루의 일과를 별 탈 없이 마친 귀가 길은 늘 산뜻하게 마련이다. ‘하버 브릿지’를 건너는 버스 안에서 석양에 물든 고운빛 물 위에 뜬 ‘요트’들의 한가로… 더보기

부녀 별곡 (父女 別曲)

댓글 0 | 조회 2,350 | 2016.03.24
이제 여기 여름도 한국처럼 덥다고 느끼며 무더위 속에서 한 여름을 보냈다.뙤약볕에 불화로처럼 달아오른 어느 일요일 오후. 서늘한 바람 그늘이 그리워 고목으로 울창… 더보기

소통하는 영원한 벗, 한송이 빨간 장미

댓글 0 | 조회 2,808 | 2016.02.24
혼자 밥 먹는게 지루하고 따분할 때. 무심히 놓인 식탁 한켠에 빨간 장미 한 송이가 놓칠세라 내 시선을 붙잡는다. “어머님 식사 맛있게 하세요 그리고 힘내세요.”… 더보기

공항 그리고 크리스마스 데이

댓글 0 | 조회 1,904 | 2016.01.28
‘크리스마스 데이’에 밖을 나가보니 너무나 조용했다. ‘쇼핑 몰’까지 문을 닫으니 세상이 달라진듯 한산했다. 모두들 어디로 간 것 일까?. 그들에겐 일년을 기다려… 더보기

반갑잖은 손님이 저기 또 오시네

댓글 0 | 조회 2,450 | 2015.12.22
집 앞 길가에 나가서 빨간 신호등을 마냥 켜 둘까? 현관문을 지킬까? 아니면 방 문이라도 잠가 버리면 그 손님은 오지 않을는지?.... 어떤 방법을 쓰더라도 세월… 더보기

‘무지개 시니어 중창단’ 시드니를 흔들다!(Ⅱ)

댓글 0 | 조회 4,123 | 2015.11.25
마치 죽음처럼 깊이 잠 들었던 호텔에서의 첫 밤이었다. 눈을 떠 보니 새벽 네 시. 옆 사람이 깰까봐 조심스럽게 일어나 욕조에 더운 물을 한가득. 그 안에서 며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