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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나는 반성합니다

안진희 0 834 2013.08.13 16:39
노래도 부르고 이리저리 구르기도 하고 한마디로 생 난리를 치더니 어느새 조용하다. 드디어 잠이 들었다. 
 
잠든 모습을 보고 있자면 괜시리 미안해진다. 

아까 괜히 소리 질렀나.. 뭐라 그러지 말걸 그랬나.. 그냥 좀 하겠다는거 내버려 둘걸 그랬나.. 해달라는거 좀 해줄걸 그랬나.. 

엄마 노릇이라는 게 참 쉽지가 않다. 왠지 나름의 규칙을 정해서 지켜야 할 것 같고, 잘못된 건 가차없이 바로 잡아야 할 것 같고, 무서운 역할은 도맡아야 할 것 같고…

유치원엘 가야하는데 동작 빠르게 옷 안 입는다고 정색을 하고 소릴 질렀다. ‘정해진 약속이 있으면 맞춰서 가도록 빨리 빨리 옷 입고 준비해야 할 것 아냐! 그렇게 계속 놀고 있으면 언제 유치원 갈 건데! 너 빨리 안 입어? 아 진짜 그럴거면 유치원 가지마! 한글학교도 가지마!!!’

쩝… 약속이 뭔지나 알기는 하는걸까.. 다다다 퍼붓다가 결국은 또 협박. 가장 좋아하는 한글학교를 들먹이며 또 협박하고야 말았다. 

‘아니야, 갈꺼야. 나 옷 잘입지? 종이가 디로 가게 이러케~’

엄마 성질 아는 아들은 애써 밝은척하며 빛의 속도로 옷을 주워 입고는 환하게 웃으며 뽀뽀에 허깅에 하이파이브까지 날리고 집을 나선다. 그냥 좀더 재밌게 달래가며 옷을 입혀도 되지 않았을까… 왜 또 소리지르고 협박했데…

유치원에서 데리고 올 때면 늘 피곤에 쩔어서 눈이 거물거물.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집에 오면 바로 샤워를 하려 하지 않는다. 물이면 마냥 좋은건 그저 세상 모르던 애기 시절인가보다. 날이 추워서 옷 벗기도 싫고 안 그래도 기운 없는데 물에 들어가면 더 기운이 없어지니 통 목욕은 당연하고 샤워도 잘 하려 하지 않는다. 유치원에서 늘 모래며 먼지며 때꾸정물을 잔뜩 묻히고 오니 집에 들어오면 항상 욕실로 바로 직행해서 옷 벗고 바로 씻은 다음에 뭐든 하라고 시킨다. 피곤한걸 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만 이거도 뭐 나름의 원칙이라고 세워 뒀으니 반드시 지켜야 할 것 같다. 

‘어 잠깐마안. 이거 쫌 하고.. 이거 먹꼬..’ 빠져나가려는 아들의 핑계가 줄줄 이어진다.
 
‘아 너 진짜. 욕실로 바로 안가! 바닥에 모래 안보여!! 니가 지금 얼마나 더러운데 그 옷으로 어딜 뒹굴어!!! 땀나서 냄새 나는 머리 지금 안 씻으면 이딴 또 졸린다고 그냥 잘 거 아냐!!!! 유치원 선생님이 너 더럽다고 오지 말라 그럼 좋겠어!!!!!’ 또 소리 지르고 협박했다. 쩝.. 물총 들고 신나게 물놀이 하자고 기분 좋게 꼬실 수도 있었을 텐데… 누구를 위한 원칙인 건지. 소리를 지르다 보면 어디까지가 규칙이고 어디서부터가 협박인지 불분명해진다. 

저녁 약속이 있어서 식당에 가는 길에 졸음을 참지 못하고 잠이 든 아들을 시끄러운 식당 안으로 안고 들어가니 바로 깨버렸다. 졸리고 피곤하면 멀쩡하던 애도 돌변한다는 건 그 순간에 닥친 엄마만 잘 아는 사실이다. 분명 내 애도 졸리고 피곤하면 난리 부르스에 말도 안 되는 짜증과 고집을 피운다는 걸 잘 아는 나도 다른 애가 그러는 걸 보면 ‘쟤는 참 유난하구나’라는 생각이 먼저 드니... 그러니 알면서도 아들의 짜증을 받아줄 수가 없다. ‘졸려도 참아. 엄마 아빠 밥 먹고 있잔아. 너 이거 야채 왜 안 먹고 튀김만 먹어. 튀김 먹을 땐 야채도 먹어야 한다고 코코몽이 그랬지. 너 그럴 거면 이제 아이패드 보지마.’ 사람 많은 식당이니 소리는 못 지르고 조용히 또 협박했다…

아들! 엄마가 맨날 소리지르고 뭐라 그래서 정말 미안해.. 3년이나 널 키우면서도 아직까지 어떻게 키우는게 정답이고 최선인지 잘 몰라서 늘 헤매고 후회하고 있네.. 초보 엄마 밑에서 크느라 니가 고생이 많다. 베테랑이 되는 그 날이 올진 모르겠지만.. 엄마가 늘 미안해 했다는거.. 알아줄 수 있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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