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박종배
정석현
정동희
한일수
정윤성
크리스티나 리
Shean Shim
송영림
김준
엔젤라 김
오클랜드 문학회
박현득
박명윤
김영안
Mina Yang
써니 림
여디디야
강명화
새움터
수선재
휴람
봉원곤
마리리
김임수
이윤수
조성현
박기태
유영준
성태용
김철환
피터 황
Jane Jo
조석증
신지수
오즈커리어
Jessica Phuang
김수동
박승욱경관
최성길
동진
이동온
김지향
이현숙
한 얼
빡 늘
CruisePro

You Win!

안진희 0 851 2012.12.12 15:54

아들은 실컷 놀고 버티다 낮잠도 아닌 밤잠도 아닌 잠을 느즈막히 자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9시 반이 넘는 시간에 깨서는 새벽 1시가 넘어서는데도 잘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너 얼른 잠 안자면 내일 산타 퍼레이드 엄마랑 아빠만 보러 갈거야!” 달래도 보고 강요도 해봤지만 통하지 않자 급기야 협박 작전을 썼다.

아들은 엄마 아빠만 보러 갈 거라는 말에 금방이라도 울 것처럼 일자입을 만들어서는 잠시 생각하더니… “글어엄… 나는 아이챌린지 보고 이쓸 테니까 엄마라앙 아빠라앙 얼른 보고 와야 돼~” 허걱.. 예상한 반응은 이게 아니지 않는가. 나도 갈래~ 하고 울면서 매달리던가, 그럼 얼른 잘께 하던가 뭐 이런 반응이어야 하는 거 아닌가…

말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아들은 요즘 아주 엄마아빠 머리 꼭대기에 올라 서있다.

생각지도 못한 말을 내 뱉어서 놀라게 하지를 않나, 얄궂은 발상을 내 놓아서 당황스럽게 만들지를 않나.

눈이 좋은 아들은 애기 때부터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 한 가닥도 정확하게 집어내곤 했었다. 요즘도 맨날 내 눈엔 보이지도 않는 것들을 자꾸만 보라고 난리일 때가 많다. 운전을 해서 퀸스트릿의 윗콜스 앞을 지나는데 뒤에 앉은 아들이 자꾸만 윗콜스 위에 싼타 좀 보라고 성화다.

“으응.. 보여.. 우와아~ 크다아~.” 뭘 보라 그러면 늘 내 반응은 비슷하다. 대충 보고 잘 안보여도 엄청 과장한다. 그래야 덜 피곤해진다는 것을 경험에서 익혔다. “엄마, 여페 코끼이도 이써! 코끼이!” “으응? 코끼리? 저건 코끼리가 아니라 루돌프 사슴이야~” “아니이~ 쩌어기 여페. 쩌어기” 으음… 건물 창 밖으로 환풍용 덕트처럼 보이는 관이 두 개 나와있는 걸 보고 코끼리라나 보다. 대단한 상상력이다. “엄마, 엄마, 음머어~ 소도 이써!” 끙… 소는 또 어디 있대… 암만 비슷한 걸 찾아보려 해도 안 보인다. 마침 신호도 바꼈고 해서 “소는 안 보이는데… 어디 있나…” 하고 넘기려는데 아들 왈. “쩌어기 있는데 안보여? 엄마 렌즈 더 껴야게따.” 헐~ 평소에 내가 렌즈끼는 걸 유심히 보더니… 다 컸다 다 컸어.

아들이 냉장고에 잔뜩 붙은 한글 카드들을 막힘 없이 한 번에 읽어내고 나면 나는 엄마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놀라움과 대견함을 잔뜩 실은 과장되고 흥분된 어조로 “우어어~ 우리 아들 대단한데!”를 한번 날려준다. 그러면 겨우 손가락 치켜드는 게 다 이던 아들이 어느 때부터 인가 “이 정돈 기본이지~” 하고 맞받아친다.

부쩍 큰 키에 새삼 놀라 “우리 아들 엄청 많이 컸네~”라고 추켜주면 아들은 “나 밥 마아니 먹고 쑥쑥 커찌이~ 그럼 이제 마아니 컸으니까… 콜라 머거도 되?” 이런다. 뭐 못 먹을게 있으면 “아들은 밥 많이 먹고 쑥쑥 많이 크면 먹을 수 있어” 라고 맨날 그랬더니 이젠 이렇게 되 받아 치는 것이다.

말을 원활하게 하기 시작하니까 아들이랑 있는 시간이 크게 힘들지도 않고 별로 싸울 일도 없어졌다. 생각해보니 몇 달째 큰 분란이 없는 평화협정 기간을 누리고 있는 것 같다. 한 동안은 니가 집을 나가지 않으면 내가 나가네 어쩌네 하며 하루에도 수 십 번씩 뚜껑이 열렸다 닫혔다 하는 하루하루를 보냈건만. 어느새 그런 시간은 추억이 되어 버렸으니..

잘 자라 준 아들이 고맙고 여태까지 잘 버텨온 내 자신이 대견하다.

지금의 이 평화가 언제까지 갈 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열심히 지금을 즐겨야겠다.

생각지도 못한 대답으로 엄마의 말문을 턱턱 막아버리지만, 그날의 어록을 다 기억해 퇴근 후 아빠에게 들려주기도 벅차지만, 대화가 안 통해서 답답하던 시절을 생각하면 지금이 백배 천배 재미난 것을.

아들! 나중에 많이 커서도 지금처럼 엄마 아빠한테 재잘재잘 많은 이야기를 들려줘야 해~ 엄마랑 아빠는 언제나 너랑 얘기하는 게 즐겁고 행복할 테니 말이야.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밴드로 보내기

Comments

 플러스 광고

조앤제이
조앤제이 09-336-1155 각종 뉴질랜드 이민 비자 전문 Immigration Adviser Kyong Sook Cho Chun T. 093361155
오클랜드 중국문화원
오클랜드의 한 장소에서 10년 이상의 전통을 가진 중국어 전문어학원 410 - 6313 T. 09-410-6313

엄마 미안해. 그땐 몰랐어

댓글 0 | 조회 1,410 | 2013.08.27
‘으아아~ 엄마 무서워! 파리 파리!’ ‘엄마가 파리는 무서운거 아니랬지? 파리는 그냥 드러운거야. 무서워하지 말고 얼른 잡아!’ 운전하… 더보기

오늘도 나는 반성합니다

댓글 0 | 조회 835 | 2013.08.13
노래도 부르고 이리저리 구르기도 하고 한마디로 생 난리를 치더니 어느새 조용하다. 드디어 잠이 들었다. 잠든 모습을 보고 있자면 괜시리 미안해진다. 아까 괜히 소리 질렀나.. 뭐라… 더보기

엄마 어디가

댓글 0 | 조회 773 | 2013.07.23
요즘 한국에서는 ‘아빠, 어디가’라는 프로가 인기란다. 유명인 아빠들이 각자의 아들, 딸을 데리고 함께 1박 2일로 여행을 다녀 오는 내용을 테마로 한 방송인… 더보기

아빠는 관대하다

댓글 0 | 조회 802 | 2013.07.09
‘엄마, 아~~’ 아들은 아빠랑 치카를 하고 나면 나름 잘 했다는 표시로 항상 내 앞에 와서 입을 한껏 벌리고는 보여주어야 직성이 풀린다. 그럴 때면 치카맨으… 더보기

내려놓음에 익숙해지기

댓글 0 | 조회 1,024 | 2013.06.25
어머니! 어머니! 나에게 티끌 하나 주지 않는 걸인들이 내게 손을 내밀면 불쌍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나에게 전부를 준 당신이 불쌍하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습니다. 나한테 인사치레 밥… 더보기

된장녀. 아니, 된장발음

댓글 0 | 조회 928 | 2013.06.12
“오늘은 뭐 먹었어?” 아들을 유치원에서 픽업해 오면서 의례적인 질문을 했더니 “음…. 쿠뢰커랑..” 헐… 발음… 더보기

소박함에 감사하기

댓글 0 | 조회 891 | 2013.05.28
으하하. 우리도 드디어 한국에 간다. 비행기 표 값은 나중에 내도 된다고 하길래 덜컥 예약을 해버렸다. 몇 달 남았으니 열심히 벌면 모이겠지… 다른 집들은 참 쉽게도 … 더보기

사회생활 하다보면....

댓글 0 | 조회 864 | 2013.05.15
‘엄마, 제이임스가 막 이러케 때리더라.’ 잉? 이건 또 뭔 소리래.. 유치원에서 픽업해 오면서 의례적으로 ‘오늘은 뭐하고 놀았어?’라고… 더보기

슈퍼맘이 못 되어서 미안해

댓글 0 | 조회 769 | 2013.04.23
이것 참 큰일이다. 내일은 아들이 부활절 연휴 전에 마지막으로 유치원에 가는 날이라 선생님들께 드릴 브라우니를 굽고 있는데 30분이면 맛있게 굽히던 게 왜 1시간이 다 되 가도록 … 더보기

아들어록

댓글 0 | 조회 734 | 2013.04.09
애를 키우면 애 덕에 울고 또 애 덕에 웃는다더니 정말 그런 것 같다. 뭐 물론 아직은 아들 덕에 울고 싶을 때가 더 많긴 하지만 그래도 다행스럽게도 말이 많아져 갈수록 웃을 일이… 더보기

바라는게 있다면

댓글 0 | 조회 830 | 2013.03.26
웬일로 돌아가신 외할머니가 꿈에 보인다. 한번도 그런 적이 없었는데 며칠 간격으로 두 번이나 꿈에 나오시는 게 아닌가. 엄마한테 얘기를 했더니 ‘너한테 할 말이 많은가 … 더보기

너도 한번 나아봐

댓글 0 | 조회 1,001 | 2013.03.13
TV 프로그램을 보는데 사람 많은 마트에서 한 아이가 엄마를 잃어버려서 울고 있는데 극적으로 엄마가 나타나 모자 상봉하는 모습을 보고는 여주인공이 “난 나중에 저러지 않… 더보기

사회인으로 거듭나기

댓글 0 | 조회 714 | 2013.02.27
드디어 아들이 사회인으로서 첫 발을 내디뎠다. 세 돌 생일부터 보내려면 지금 예약해도 안 늦겠나 싶었는데 마침 홀리데이라 빠진 아이들 덕에 빈 자리가 있어서 바로 시작할 수 있다 … 더보기

장수만만세

댓글 0 | 조회 736 | 2013.02.13
죽다 살았다라는 게 이런 건가 보다. 며칠 전부터 상태가 심상치 않다 했더니 급기야 아침에 일어나는데 눈이 돌아가고 방이 빙글빙글 도는 게 막 토할 것 같더니 몸이 점점 마비가 되… 더보기

배은망덕도 유분수라지

댓글 1 | 조회 1,334 | 2013.01.31
이놈의 새들은 생각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기껏 빵을 줘서 잘 얻어 먹었으면 감사하다 몇 번 지저귀고 가면 될 것을 그렇게들 생각 없이 똥들을 퍼질러 싸대고 가면 도대체 누가 좋다… 더보기

올해에는....

댓글 0 | 조회 921 | 2013.01.16
‘거기거기~ 왼쪽에 거 아이패드 선에 꼽고, 오른쪽에 가서, 거 오른쪽 옆에 보면 제일 위에 버튼 있재, 그거 한 번, 두 번, 세 번 누르면 피씨라고 뜨니까 화면 나오… 더보기

평화협정은 이대로 깨어지는가

댓글 0 | 조회 878 | 2012.12.21
“위험해. 하지마. 하지 말랬지. 안 들려! 하지 말라구!!!!” 요즘 내가 입에 달고 사는 말들이다. 겁이 많은, 아니, 좋게 말해서 조심성이 있는 아들은 … 더보기

현재 You Win!

댓글 0 | 조회 852 | 2012.12.12
아들은 실컷 놀고 버티다 낮잠도 아닌 밤잠도 아닌 잠을 느즈막히 자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9시 반이 넘는 시간에 깨서는 새벽 1시가 넘어서는데도 잘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ldq… 더보기

그 곳에 가고 싶다

댓글 0 | 조회 955 | 2012.11.28
찜 요리의 계절이 돌아 왔단다… 신선하고 다양한 재료에 비법 양념과 정성을 더하니 손님들이 몰려드는 건 당연지사라나.. 매주 거의 빼놓지 않고 보는 한국 프로그램 중에… 더보기

세상에서 가장 만만한 이름, 엄마

댓글 1 | 조회 881 | 2012.11.14
쉬하러 화장실에 들어간 아들 녀석이 한참이 지나도 나오질 않는다. “아들~ 뭐해? 쉬 다했어?” “아~” 쏴아~ … 또 쏴아… 더보기

한땐 강남스타일

댓글 0 | 조회 1,629 | 2012.10.25
참 별일이네… 며칠 전 해먹은 쌈밥에서 신랑이 먹다 남긴 실파 한 줄기가 유난히 먹어보고 싶길래 한번 먹었었는데 그 맛이 자꾸만 생각난다. 뭔가 알싸~한 것이 입 안에… 더보기

살다보면 잊혀지는 것들

댓글 0 | 조회 1,231 | 2012.10.10
집에 들어와보니 식탁 위에 먹다 남은 요플레 하나가 놓여있다. 아들의 숟가락이 꽂혀 있는 걸로 봐서는 분명 아들이 먹다 남겨놓은 듯 한데.. 참 이상하다. 어제 내가 사다 놓은 요… 더보기

살다보면 알게되는 것들

댓글 0 | 조회 1,540 | 2012.09.26
참으로 오랜만에 세 식구가 함께 제대로 된 레스토랑에 가서 근사한 브런치를 시켜먹는데, 딸려 나온 소스를 맛보던 신랑이 대뜸 묻는다. ‘이거.. 사우전드 아일랜드 드레싱… 더보기

남겨지는 것에 익숙해지기

댓글 0 | 조회 1,117 | 2012.09.12
다른 아이들 틈에서 함께 신나게 운동하던 아들이 문득 넋을 놓고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다. 저 어린 것이 프로그램에 같이 오던 단짝 친구가 없어져서 빈자리를 느끼나 싶어 마음이 짠… 더보기

완벽한 엄마 권하는 사회

댓글 0 | 조회 1,328 | 2012.08.28
쭉 뻗은 키에 늘씬한 다리를 자랑하며 돌쯤 되어 보이는 아들을 옆구리에 척하니 걸쳐 안은 모습이 화보에서 금방이라도 튀어나온 것 같다. 똑같이 쫄바지를 입고 어그 부츠를 신어도 영…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