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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곳에 가고 싶다

안진희 0 998 2012.11.28 17:48
찜 요리의 계절이 돌아 왔단다… 신선하고 다양한 재료에 비법 양념과 정성을 더하니 손님들이 몰려드는 건 당연지사라나.. 
 
매주 거의 빼놓지 않고 보는 한국 프로그램 중에 하나가 VJ특공대이다. 한국의 맛있는 먹거리들이 한 주도 빠짐없이 다양하게 소개되니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워서 꼭 보는 편이다. 
 
뉴질랜드에 와서 처음 2년 동안은 사실 제일 보기 싫은 프로그램이 VJ특공대였다. 안 그래도 가고 싶어서 죽겠고 먹고 싶은 것도 많아서 미치겠는데 맨날 뭘 그렇게 맛있는 걸 찾아 다니는지..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만 계속 맴돌아서 미칠 것 같았다. 2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에 갔을 때는 비행기표를 사놓고 내내 한국가면 뭐도 먹고 뭐도 먹고.. 아예 목록까지 작성해가며 먹고 싶었던 걸 다 먹고 오겠다는 마음에 하루하루가 어찌나 즐겁던지.

그 당시엔 처음 와서 좁아터진 아파트에서 코딱지만한 냉장고로 생활을 했으니 늘 해 먹는게 거기서 거기고 뭘 제대로 해먹을 만한 공간적, 금전적, 심적 여유가 없었다. 

그나마 한국에 한번 다녀오고 조금 넓은 집으로 이사 오고 살림살이도 늘어나면서 이것 저것 해먹다 보니 다시 간절한 생각이 사라지더라. 
 
사람은 참 단순한 동물인가보다. 식구들이 보고 싶고 친구들이 보고 싶어서 한국이 가고 싶은게 아니라 맛있는 음식이 먹고 싶어서 한국이 가고 싶다니.. 사람이 단순한게 아니라 내가 단순한 건가… 
 
처음에 왔을 땐 5년씩 10년씩 한국에 못 들어가 보셨다는 이민 선배분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면 참 대단들 하시다 생각했는데.. 어느새 이젠 나도 한국에 못 가본지 6년째가 되어간다. 한 번 갔다 왔으니 이제 또 한 2년 있다 들어가면 되겠지 했는데 마침 임신을 했다. 입덧에 가진통에 고생하느라 임신 도중에 한국에 가볼 생각은 꿈도 못 꿨다. 애를 놓고는 신랑이랑 둘이 키우느라 정신 없고 맹장 수술까지 해서 한국을 갈 엄두도 못 냈다. 돌 때쯤 정신이 들었지만 마침 친정 엄마가 다녀가시고 신랑도 일을 시작하다 보니 또 미뤄지더라. 남들은 비행기표 싼 2돌 전에 어떻게 해서든 한 두번은 들어 갔다들 오던데 그것도 비자 안 되는 애 딸린 유학생 부부한테는 쉬운 일이 아니더라. 영주권이 있으니 마음이 이렇게 여유로워 지는 것을…
 
얼마 전에 한국에 다녀온 친구 집에 갔더니 정말이지 싸면서도 유용한 장난감들이 산더미처럼 쌓였다. 아들도 신이 나서 뭐부터 가지고 놀지 몰라 하더라. 

한 달에도 몇 번씩 친정과 시댁에서 번갈아 가며 먹을 거며 입을 거며 애 장난감까지도 보내주시기 때문에 우리도 참 부족함 없이 살고 있다 생각했건만.. 한국엔 내가 인터넷 지마켓으로는 검색할 수 없는 값싸고 유용한 물건들이 너무나도 많더라.
 
한국에 가면 아들은 얼마나 눈이 휘둥그래질꼬.. 갈 곳도 많고 볼 것도 많고 먹을 것도 많으니… 아들 눈이 돌아가는 건 말할 것도 없고 이젠 내 눈도 휘둥그래 돌아 가게 생겼다. 너무 잊고 산 게 많아서 가면 어리 버리 적응이나 할는지 모르겠다. 

어제는 집 뒤 항구에 이순신함이 들어왔다는 소식에 냅다 달려가서 구경을 했더랬다. 아들은 큰 배 구경에 신이 났고, 나는 한국에서 와 나를 반갑게 맞아주는 해군들과의 인사에 신이 났더랬다. 아무리 교민들이 많은 곳에서 살고 있어도 이런게 타향살이인가 보다. 
 
이젠 아들도 뭔가를 많이 알아가는 나이이니 적금이라도 열심히 들어서 한국에 한번씩 다녀와야겠다. 

아들아 넌 태어난 곳은 달라도 할아버지 할머니의 나라, 엄마 아빠의 나라 한국 사람이란다. 한국에 가서 많은 것을 보고 배우면서 네가 한국을 자랑스러워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자주 만들어보자. 약소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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