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야 떠나라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실수야 떠나라

0 개 3,342 코리아포스트
12월 마지막 달, 싫어도 또 하나 나이를 보태야 한다. 세월따라 달라지는 자신의 모습을 보는게 두렵다. 이제 기억력도 전같지 않은데 곧잘 건망증까지, 몇년전에 남의 집 김장한 날까지 기억한다고 지천구 받던 때도 있었는데.... 누군가 급하게 손목시계를 차고 나갔는데 밖에서 시간을 보려고 하니 화장대 위에서 굴러다니던 고무밴드였다나 그 말을 들으며 어이가 없어 깔깔대고 웃던 때가 얼마전이었는데. 어느새 내 처지가 그리 된 것 같아 기분이 씁쓸하다. 앞으로 더하면 더했지 나아 질리 없을텐데 정신 바짝 차리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다급해진다,

며칠전의 일이다. 친구들과 약속이 있었는데 그날따라 손에 들고 나오는 것이 많기도 했다. 요즈음 반드시 챙겨 들고 다니는 보온병 하나가 더 생긴게 화근일수도 있겠지만 자기 자신을 위해 정성스럽게 신경쓰며 사는 서울의 친구를 닮아 살아 보겠다는 새로운 시도부터가 착각을 유발한 동기인 것 같다. 외출할 때 들고 나오는 따뜻한 숭늉부터 자기 체질에 맞는 먹거리들을 얄밉도록 준비하는 것 말고도 집안에서의 생활하는 모든 것들이 하나같이 쉽게 사는 게 아님을 보고 놀랬다. 서른 전의 청상이 긴 세월 닦아 온 길을 똑같이 따를수야 없지만 자기관리에 철저한 것 만큼은 이제라도 배워야 할 것 같다. 따뜻한 물을 먹어야 함은 내게도 필수적인 것이라니. 우선 그것부터라도 실천하고자 보온병에 물을 준비했다.

모처럼 화창한 날씨, 기분도 가볍게 오래간만에 친구들과 만나려는 기대에 마음이 붕 뜨는 것 같다. 한국엘 다녀와서 처음이니 들려 줄 고국 소식들은 얼마나 많은가. 머리 속이 꽉찬 느낌으로 정신없이 문을 닫고 밖으로 나왔는데. 아! 어쩌면? 손에 반드시 있어야 할 열쇠꾸러미가 없는 것이다. 당황해서 숨겨 두었던 보조키를 더듬더듬 찾아 보았는데 그것도 없었다. 한국 갈 때 안전하게 안에 잘 모셔 두고 갔던 생각이 떠올랐다, (이제 어쩌지) 머리를 한대 얻어맞은 듯 정신이 몽롱해졌다. 외출한다고 창문도 꽁꽁 닫아 놓고 나왔으니 둘러봐도 방법이 없다. 발이 묶였으니 약속을 펑크낼 판인데 그럴 수는 없었다. 이럴 때 거침없이 달겨 드는 외로움은 혼자라는 인식 때문일까?..... 그러나 문득 나타나 준 옆집의 노인이 해결사처럼 반가웠다. 그가 맥가이버가 되어 내 위기를 모면해줄 줄 기대했는데 웬걸! 고개만 절레절레 왜 그랬느냐는 안타까운 표정으로 뾰족한 방법이 없는 모양이다. 고심하던 끝에 문득 생각나는게 있어 뒤로 돌아가 보니 화장실 창문이 빠끔히 열려 있는게 아닌가, 뒤따라 온 그가 눈빛을 빛내더니 어디선가 자그마한 사다리를 들고 왔다. 다음 굵직한 각목으로 창문의 걸쇠를 벗겨 내는 시도를 한다. 힘껏 더 힘껏 여러차례 시도 끝에 와지끈 걸쇠의 못이 빠져 나오자. 넉넉하게 문이 열렸다. 와~ 다행이다. 내가 먼저 사다리에 올라가 어찌해 보려고 했지만 어림도 없는 일, 답답한 노인이 올라가 보지만 천만의 말씀. 뚱보 할아버지를 받아 드릴만큼 창문이 크지가 않았다. 두툼한 나무토막을 주워다가 사다리 위에 그 위에 또 벽돌을 고이고 나를 밀어 올려 보려고 하지만 두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걸 딛고 창문을 넘어가도 거꾸로 매달려서? 위험해, 갑자기 암담한 절망감에 힘이 쭉 빠지고 기진해 쓸어질 것만 같다. 누군가 전문가를 불러다가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지치지도 않고 시도를 하는 그분 때문에 그만두자는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더구나 그의 와이프까지 나와서 응원을 하고 있으니 어쩔건가. 남한테 많이 베푼것도 없는 내가 너무도 분에 넘치는 복을 받는구나 싶어 갑자기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이번에는 무엇을 가지러 갔을까? 체념의 유혹으로 서서히 맥이 빠지고 주저앉고 싶은데 허리가 가늘고 나약해 보이는 좀 젊은 남자를 데리고 나타났다. 그 남자가 사뿐히 사다리위로 오르고 가볍게 몸을 끌어올려 서서히 창문 안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그의 발을 단단히 잡은 노인은 사다리 위에서 곡예를 하듯 안깐 힘을 하면서 싸인을 기다린다. "오케이" 무사히 착지가 된 모양이다. "오 ~하느님" (이제 살았구나) 그 날의 해프닝은 결국 그렇게 끝났는데 사다리를 내려오다 동그라진 노인이 엉덩방아를 찧었는데 다치지나 않았으면 좋겠다.

그들이 남의 일이라고 몰라라 외면했으면 어떻게 했을까? 생각만해도 아찔하다, "진정으로 고마운 내 이웃들 감사합니다" "안젤라 키 오케이" 그 날 이후 만나기만 하면 한결같이 그렇게 나를 놀린다. 민망하고 부끄럽지만 나는 그런 사람들 덕분에 마음놓고 잘 사니까 참 좋다,

내년에는 정신 바짝 차리고 긴장하며 살아야지. 그리고 나도 그들에게 무언가 도움이 되는 삶을 살아야겠는데 그게 무얼까? 실수를 통해서 경험하는 깨달음, 사람은 죽을 때까지 그렇게 깨달으며 살아야 하나보다.

ⓒ 뉴질랜드 코리아포스트(http://www.koreapost.co.nz),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무지개 시니어 중창단’ 시드니를 흔들다!(Ⅰ)

댓글 0 | 조회 2,077 | 2015.10.29
대체로 좋은 꿈은 빨리 깨어나서 아쉽다. 그리도 기다렸던 3박 4일간의 ‘시드니’ 일정이 어느새 하룻밤의 꿈처럼 아련하게 지나가 버렸다. 다행인 것은 만나는 사람… 더보기

혼자 걷는 밤길은 지금도 무섭다

댓글 0 | 조회 1,839 | 2015.09.23
아홉 살 어린 나이 때, 아버지께서 퇴근 해 집에 오시자마자 부르는 이름. “영아~ 저 아래 내려가서 남가네 막걸리 좀 받아오렴” 아버지는 저녁 반주를 늘 남가네… 더보기

강력한 no! no!.--그리고 sorry!

댓글 0 | 조회 2,208 | 2015.08.27
지금 내 처지에 ‘공’까지 잘 맞기를 바란다면 그건 분명히 지나친 과욕이다. ‘십팔 홀’을 거뜬히 걷기만 해도 그것으로 만족. 감사하면서 기분이 좋아진다. ‘골프… 더보기

나의 7월, 생각이 머무는 그 곳에...

댓글 0 | 조회 1,944 | 2015.07.28
참 많은 세월이 지났음에도 잊혀지지가 않는 그 곳. 아니 점점 더 선명하게 떠 오르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정확하게 55년 전의 일을 마치 어제 일처럼 생각하고 … 더보기

그녀가 떠났다

댓글 0 | 조회 1,686 | 2015.06.24
어느 날. 문득 그 집 쪽으로 시선이 멎었을 때다. 무언가 전과 다른 불안한 느낌이 들었다. 뭐지? 이 묘한 느낌은 .... 정적이 감돈다고나 할까. 창마다 얌전… 더보기

그 카페

댓글 0 | 조회 1,681 | 2015.05.26
예전에는 혼자서만 쓸 수 있는 호젓한 시간이 참 많이도 아쉬었다. 이젠 남는게 시간밖에 없는데도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할 수가 없으니 사람 살아가는 이치가 그런건가… 더보기

‘세익스피어 파크’에서

댓글 0 | 조회 2,406 | 2015.04.30
이민 보따리를 풀고 한참 지나서 처음 나드리 가 본 곳이 ‘쉑스피어 팍’이었다. 벌써 십년도 더 지났지만 처음 느낀 인상 때문인지 갈 때마다 기분이 좋다. 내가 … 더보기

감동의 메아리

댓글 0 | 조회 2,021 | 2015.03.25
가끔씩 나른한 감성을 흔들어 깨우는 사람들을 만날 때가 있어 기쁘다. 아주 오래된 일임에도 그 찐한 감동은 조금도 변함없이 가슴을 파고들어 찌든 삶에 새로운 윤활… 더보기

‘오클랜드’ 구정 명절이 행복하다

댓글 0 | 조회 2,125 | 2015.02.25
고국에선 설 명절 연휴에 무려 78만명이 해외로 빠져나가 차례보다는 해외여행이 우선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그 어느 해 보다 많은 인파로 ‘인천공항’이 귀성길 못잖… 더보기

겉모습이 달라도 마음은 하나

댓글 0 | 조회 1,848 | 2015.01.28
어떤 사진이든. 사진은 그 나름대로의 특별함을 담은 하나하나의 영상들이기에 모두가 지나간 추억이 묻어있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더욱 특색있는 인상으로 자주 드려다… 더보기

감사합니다

댓글 0 | 조회 1,570 | 2014.12.23
12월. 한 해를 마무리하는 끝자락에 서서. 지나 온 나날들을 뒤돌아 봅니다. 내게 주어진 일년동안의 과제를 마치고, 추수를 끝낸 느긋한 농부의 마음으로 새해 맞… 더보기

(꽁트) 큰 소리로 노래하리라

댓글 0 | 조회 2,078 | 2014.11.25
태어나서 육십여년 긴 세월을 살았던 땅. 조상의 뼈가묻힌 조국을 뒤로하고 신천지 뉴질랜드에 온 것은. 사람들에게 부대끼지 않고 삶의 질을 높여 살고싶은. 그들 자… 더보기

라일락꽃 향기 속에서

댓글 0 | 조회 2,069 | 2014.10.30
아! 그렇지 ‘라일락꽃’ 향기. 너무 반갑다. 잊고 사는 동안에도 어김없이 제 철을 알리는 그 향기를 어찌 기억 못할까? 높다란 철제 휀스위에 탐스럽게 매달린 연… 더보기

추억속의 아버지 그리고 갈대와 나

댓글 0 | 조회 1,556 | 2014.09.23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집을 나설 때의 일탈감은 늘 새로워 설레이게 마련이다. 안 가겠다고 버티던 고집은 어디에다 숨겨 버렸을까?.. 그 곳을 지날 때는 항상 반겨… 더보기

‘태극기’가 바람에 펄럭입니다

댓글 0 | 조회 1,476 | 2014.08.27
오늘은 예순 아홉번 째로 맞는 ‘광복절(光復節)’ 입니다. 여기는 지금 한겨울, 팔월의 칼바람속을 산뜻하게 때묻지 않은 새 ‘태극기’가 하늘을 향해 팔랑거리며 올… 더보기

오늘

댓글 0 | 조회 2,243 | 2014.07.22
‘오늘’이란 날은 당일을 말 함이지만 삶의 여생(餘生)중에 가장 젊은 날 이기도 하다. ‘오늘’은 내일을 바라보는 미래의 시발점으로 첫 걸음을 하는 날이기에 어제… 더보기

노(老)제자와 여(女)스승

댓글 0 | 조회 1,636 | 2014.06.25
잔인한 달. 사 월은 갔지만 끝없이 어둡고 답답한 오월의 나날들도 속절없이 흘러 흘러가고 있다. 상큼하게 가슴 뻥 뚫리는 그 무슨일은 없을까? 고국은 물론이지만 … 더보기

추모사

댓글 0 | 조회 1,639 | 2014.05.13
그들은 이제 겨우 열 일곱살. 싱싱한 나무에 곱게 부풀은 꽃봉오리었습니다. 하지만 그 꽃봉오리들은 활짝 피워 보지도 못한채 차가운 바닷물에 잠겨버렸습니다. 즐거이… 더보기

주부(主婦) 실종시대

댓글 0 | 조회 2,872 | 2014.04.24
정신없이 흐려지는 시각을 거역이라도 하듯. 사물을 보고 느끼는 진정성은 더더욱 뚜렷해 지고 있으니 이것이 늙어가고 있음을 입증하는 것이리라. 늘상 보던 주변의 물… 더보기

꽁트 한마당(공선생의 하루)

댓글 0 | 조회 2,394 | 2014.03.26
베란다에 들어오는 햇볕이 눈이 시리도록 밝고 화창한 날이었다. 할 일 없는 ‘공명수’씨는 흔들 의자에 기대앉아 가볍게 눈을 감았다. “공선생님은 아직도 젊으셔요 … 더보기

기쁜 우리 날 ‘경로잔치’

댓글 0 | 조회 2,054 | 2014.02.25
여느 날과 다를바 없는 이웃들은 마냥 조용하기만 한데 혼자서만 들떠서 설레는 자신이 철부지 아이같아 웃습다. 오늘은 우리 세속 명절. ‘설날 경로 잔치’가 있는 … 더보기

웃음소리

댓글 0 | 조회 1,391 | 2014.01.30
목적지를 알 수 없는 낯선 길을 걷고 있었다. 옆에 동행하던 누군가 가 분명 있었는데 어쩐 일인지 혼자가 되어 하염없이 걷고 또 걸었다. 같이했던 사람은 누구이며… 더보기

피붙이의 힘

댓글 0 | 조회 2,568 | 2013.12.24
불을 끄고 마악 첫잠이 들려는 찰나. 어둠의 정적을 깨고 갑자기 전화 벨소리가 무섭게 울려댄다. (이 밤에 누구야 오늘밤 잠은 다 틀렸네) 보통의 상식을 깬 이런… 더보기

그렇게 산다. 우리는 지금...

댓글 0 | 조회 1,983 | 2013.11.26
옆집의 ‘베티’ 할머니가 휠체어로 외출하는 것을 보면서 마음이 많이 안쓰럽다. 세상을 넓게만 살려는 듯 마냥 뚱보가 될 때부터 불안했다. 언… 더보기

빨간 송편

댓글 0 | 조회 2,268 | 2013.10.23
품속으로 파고드는 바람이 매서워 아직도 나는 겨울을 살고있는데 엊그제까지만 해도 시커멓게 검던 묵은 나무가지에 분홍 벗꽃이 화사하다. 끊임없이 질척거리던 날씨.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