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속의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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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

어둠속의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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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걸어가는데 열살안쪽 검은 애들 서너명이 거칠게 장난을 치고 있었다. 그 중 한 애가 갑자기 내 앞을 가로막고 서더니 "빼롱--" 하고 혀를 쏙 내밀며 놀리질 않는가. 어린애 하는 짓이라 귀엽기도 했지만 한편 어른을 함부로 놀려먹는 버릇없는 애가 괘씸하기만 했다.

(어린것들이 너무 엉망이구나) 등 뒤에서 아우성으로 외치는 소리를 계속 들으며 기분이 개운치가 못했다. 문득 어떤 그림 하나가 스크린에 펼쳐지듯 눈앞을 가로 막았다.

이층에서 아이들이 난리굿판을 벌이는 걸 그냥 참아 넘길 수가 없어 올라가 본 어느 저녁이었다. 또래 애들 너댓명이 엉겨서 시끄러운데 어느 애가 욕실의 호수를 거실에 들이대고 마냥 물을 뿜어대며 신이나서 깔깔거리고 있질 않은가. 깜짝 놀래서 호수를 뺏고 수도 꼭지를 잠갔으나 이미 거실은 방이 아니라 풀장으로 물이 출렁거렸다. 원 세상에! 아이들은 바람처럼 벌써 달아났고 혼자서 어떻게 감당이 안되어 공부하는 내 아이들을 불러 올렸다. 그릇으로 바가지로 정신없이 퍼내고 또 퍼내고... 수건이란 수건은 몽땅 내다가 물끼를 닦아내기까지 두시간여를 그야말로 난리를 치렀다. "애들이 또 일을 저질렀군요 죄송합니다." 겁을 먹은 애들이 제 아빠 돌아오는 길목에서 기다린 모양이다. 그의 커다란 눈이 안타까움을 담고 죄인처럼 매일을 미안 속에서 산다.
아주 곱고 아름다운 선율의 바이올린 소리가 밤바람에 실려 향그럽게 가슴을 파고들면 삶에 찌들어가던 마른 영혼이 따뜻한 정서로 바뀌어 밤하늘의 별을 헤어보곤 했다. 그는 누구라면 알만한 음악가 집안의 사람이었기에 그도 자연스레 바이올린을 잘했나 보다. 오후에 학생들 집으로 돌면서 렛슨을 시키는데 그 시절 괜찮은 사람 아니면 바이올린 못하던 때라 주로 여의도 쪽을 돌면서 만만치 않은 수입을 올리는 인기 "짱"의 선생님이었다. 입이 무겁고 무던해 보이는 그의 아내는 언제나 표정이 굳어 있어 말 붙이기가 그랬다 무얼 하는지 늘 집을 비워 애들 천지로 들썩여 여간 신경 쓰이는게 아니었다. "제 말씀 좀 들어 주실래요" 아내가 어디에다 돈을 쓰는지 경제적인 파탄도 여러번 있었고 종교적인 마찰로 갈등이 심해 힘든다고 씁쓸하게 말했다. "여기좀 보세요" 세탁기 안을 들여다보니 빨래가 한가득 뿌연 물속에서 썩고 있을것 같았다. "살림이 이 지경이니 애들 꼴하고 정말 챙피스럽습니다." 홀아비 아닌 홀아비로 그렇게 혼자서 아이들을 살피는 모양이다. 아마 기도원 같은데 파묻혀 사는 광신도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물어 볼 수가 없었다.

어느 날인가 종이 타는 냄새에 올라가 보았더니 애들이 둘러앉아 성냥불로 휴지뭉치에 불을 붙이고 있었다. 한 애는 국자에 설탕을 가득 담아 들고 녹여 먹을 작정인 모양이다. 틀림없이 어떤 재앙을 당 할 것만 같아 불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애들 아빠도 내 맘과 다르지 않았음이다. 더 이상 안되겠다며 본가 가까운 곳으로 이사를 가고나니 앓던 이 빠진 듯 한숨 놓게 되었다.

해가 바뀌고 꽤 많은 시간이 지난 어느날 그들 삼부자가 찾아왔다. 그동안 고마웠던 인사차 들렀다고 하면서 아내가 하늘나라에 갔다고 담담하게 털어 놓았다. 그도 내적인 고민을 감당하기 어려웠음인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옆에서 떠들어댄다. "엄마가 뒷동산에 올라가 같이 마시자고 쥬스를 주었는데 쪼그만 약병이어서 우리는 기분나빠 안 먹었어요. 엄마만 먹었어요.. 그래서 죽었어요" (그 흉한 꼴을 철없는 어린 자식들에게 보이고 가다니... 쯧쯧) 마음이 아팠다. 거칠게 놀긴 해도 누굴 때린다거나 악한 짓을 안 하는 걸 보면 심성이 나쁜 애들은 아닌 것 같은데 제대로 돌보질 않아 인성 교육이 안 되어 있는 것이 안타까웠다. (이제 저 불쌍한 팔망아지들은 어쩌나?)

그들을 잊을 만큼 세월이 지났을 때, 느닷없이 그 애들이 우리집 담장위에 나타났다. 한창 곱게 핀 라일락 꽃가지를 모질게 흔들고 있질 않은가. 그들은 나를 보자 반갑다는 듯 "아줌마 우리집 저기에요"하면서 큰 소리로 외쳐대며 길 아래쪽 서너블럭 건너를 손으로 가르켰다.

그 애 아빠가 재혼을 했는데 무슨 인연인지 다시 우리 연립주택 단지에 돌아와 살림을 차렸음을 알았다. 교사출신 노처녀로 시집온 새 엄마의 교육 때문일까? 머리털을 잃은 "삼손"처럼 아이들 극성끼가 줄어들면서 중학생들이 될 때까지가 나와의 인연을 맺고 지냈던 세월이다.

그 엄마가 혼신의 힘을 쏟고 그 아빠가 당했던 고통도 잘 알고 있다. 인생 선배로서 그들의 어려움을 들어주는 역활을 내 운명처럼 감내하며 내 인생도 추스릴 수 있었으니 얼마나 다행한가.

그때 그 개구쟁이들이 이제 사십대가 되어 그 또래의 자녀를 둔 가장이 되었을 것이다. 어떤 어른으로 살고 있는지 무척 궁금하고 속이 반쯤은 썩어 있을 애들 아빠의 바이올린 선율은 어찌 변했을지 듣고도 싶다. 자식 잘 키운 사람이 제일 성공한 인생이 아닐런지?....

요즈음 이혼율도 늘고 불황에 살기 힘들어 고아원에 맡겨지는 애들이 많다고 해서 걱정이다. 미래를 책임질 후세들을 잘 돌보아야 하는게 어른들 세대의 의무이기에 어깨가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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