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 오빠와 취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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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 오빠와 취나물

0 개 2,835 KoreaTimes
  이 나이에도 친정 식구들을 떠올리면 그냥 그때의 아이로 돌아 가는 게 그리 좋다. 언니가 보고싶어 목소리라도 들어야 한다며 전화를 주실 때, 외국생활 힘들지 않느냐고 안쓰러워 하는 오빠의 안부를 들을 때 응석을 부리고 싶다. 모두가 나를 걱정해 주는 피붙이들이기에 지금도 여전히 그걸 즐긴다.

  짜증스러울 만큼 금년 겨울은 축축한 날이 많았다. 이제 짓꿎던 비구름이 사라지고 서서히 따스한 양광이 봄바람 속에 얼굴을 내미는 반가운 계절이 오고 있다.

  한국 같으면 이맘때 아직도 차가운 땅속을 헤집고 바쁘게 솟아 나온 파-란 봄나물이 한창 일 텐데... 겨우내 묵은 김치에 신물나던 입맛에, 혀끝에 감겨 오는 향긋함으로 식욕을 돋우어 주고 입맛을 살려 주어 살맛나는 계절이 아니던가. 유난히 입이 짧고 봄을 타던 내게 봄나물은 보약의 구실을 톡톡히도 했었는데 산뜻하고 칼큼한게 생각나지만 참을 수 밖에.... 그 대신 묵은 나물이라도 먹고 싶을 땐 찾아 먹을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텁텁한 음식 냄새에 찌들은 집안에 향취로 가득 고국 냄새를 안겨 주는 취나물. 을릉도 야산에는 온통 취밭으로 봄이면 사람 키만한 나물 봇짐들이 배를 타고 육지로 올라 온다. 그리고 저장용으로 삶아 말린 것이 이제 이 곳까지 들어와 아무 때나 먹게 되니 세상은 빨리도 변해 좁아지고 있다. 그러나 내가 먹는 것은 그와는 다르기에 먹을 때마다 훈훈한 감동을 받는다.

  거기엔 골 깊은 산자락 밑에 집이라고는 딱 두 채 밖에 없다. 공기 좋고, 조용하고 그 한 채가 바로 오빠네 집이다. 복숭아 철이면 집 뒤의 과수원에서 풍겨 오는 진한 꽃 내음에 취해 자연과 더불러 살 수 밖에 없는 그런 시골이다.

  하루도 빠짐없이 아침마다 뒷산을 오르는 스포츠맨 우리 오빠, 이른봄 비쭉비쭉 고개를 내밀고 막 세상구경을 하려다 그분에게 들킨 어리디 어린 취들이 부드러운 나물이 되어 손님이 되어간 우리들을 즐겁게 하고 드디어 여기 내 식탁에까지 오르게 되었다. "나물을 무척이나 좋아하시네" 내가 채식가라는 걸 몰랐던 올케의 새로운 발견이다. "말린 나물은 있는데 가져갈 수 있으신가...." 별것도 아닌 것을 가지고, 미안해 하는 눈치였다. (오매 반가워라. 무슨 말씀이셔 마른나물 가져가기란 걱정도 아니지) 나는 욕심을 부려 적잖이 되는 취나물과 평상처럼 철망으로 얽어 만든 건조대위의 고사리까지 몽땅 쓸어 담았다. 제사 때 쓸 것만 있으면 되니까 다 가져가도 된다는 올케의 너그러운 조언에 염치를 묶어 버렸다. 친정에 가면 딸은 도둑이라 했던가. 누가 지어낸 말인지 참 맞는 말이라고. 늙은 시누이도 딸은 딸인가 보다 라고 혼자 웃었다.

  그리고 여기 공항에서 혹시 약초라고 잘못 알고 빼앗을까 봐 미리 겁먹어 배편으로 붙였더니, 한 달이 지나도 무소식이었다. 안달이 나고 지칠 때 쯤. 육십일만인가 현관에 내 동댕이 친 짐을 반갑게 맞이했다. 딸애에게 나눠 주며 외삼촌이 직접 산에서 따온 자연산이란 걸 귀에 못이 박히도록 일러줬다.

  그 나물을 먹을 때 마다 오빠를 떠 올리고 올케를 생각한다. 이른 아침 이슬 젖은 풀숲을 헤치고 손끝에 물이 들도록 뜯어 모아놓은 것들. 깨끗하게 정성으로 삶아 말려 놓은 것을 쉽게 식탁에 올리고 맛있게 먹을 수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곧 추석이 온다. 봄에 맞이하는 추석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지만 한국 식품점마다 추석 세일의 광고가 야단스럽다. 금년 여름에는 비가 많이 오고 유난히 더워서 고생했다고 얼마 전까지 법석이더니 벌써 추석이란다. 자연은 어긋남이 없어 벌써 햅쌀 소식도 들려 오고.... 얼마간의 투자만 하면 햅쌀밥, 추석을 보낼 수도 있겠다.

  "거기서는 추석도 못 쇠지?" 우리 오빠 노파심에 이번 주에는 골프장에서 솔잎 뜯어 와야 송편해 먹는다고 큰 소리 쳤더니 놀라시는 눈치다. 춘곤증이 오는 주말 오후. 또 한 차례 취나물로 텁텁한 입맛을 달래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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