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5] 정서라는 양념 하나 더 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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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5] 정서라는 양념 하나 더 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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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렌다는 유월에 머물러 있는데 요즈음이 김장철이란다. 아직도 계절이 헷갈려 한국 같으면 지금이 몇월쯤에 해당되나 한 번씩 확인을 해봐야 수긍이 되니 여기 사람이 되기엔 영 틀린 것같다. 육 십년을 살아온 고국의 계절이 머리 속에 깊이 각인되어 있는데 그 십분의 일 밖에 안된 짧은 세월에 여기 것으로 몽땅 바꾸기엔 과한 욕심임에 틀림없어 그런대로 살 수 밖에…….
  
배추 열다섯포기? 더 많으면 힘들겠지만 까짓거 어디 한번 맛있게 담아보자. 부름을 받고 딸네 집으로 달려가는 밤. 낮시간은 생존을 위해, 건강을 위해 모두가 바쁘니 그 정도의 일은 밤에 해도 될것같다.

농장에서 저려온 배추가 겉만 숨이 죽었지 속은 멀쩡하게 살아 있어 일일이 다시 손보는 것으로부터 내 일은 시작된다. 갓 김치를 담으려다 내친 김에 배추까지 사오게 되었다는 말을 들으며 갓 김치 물리지도 않고 끈질기게 좋아하는구나 싶어 웃음이 나왔다.

“엄마 갓김치 담을 때마다 준이엄마 생각이 나요. 준이도 벌써 어른되어 장가 갔겠네.”

여수가 친정인 준이엄마, 준이 외할머니가 올라 오실 때마다 담아 온 여수 갓김치 맛을 그때부터 알았는데 상품화되어 시중에 나오기 훨씬 전의 일이다. 매콤하고 톡쏘는 알싸한 그 맛. 들뜬 속을 갈아 앉히는데 그만이다.  

딸애가 이민 온 첫해에 벌써 갓김치가 먹고 싶다며 안달을 해서 철도 아닌 때에 백화점에 가보니 김치 한보시기가 삼만원 정도 했던 걸로 기억된다. 그걸 꽁꽁싸서 인편에 보냈던 일이며 그 다음 번엔 강화갓이 비슷한 게 나오기 시작해 직접 담아 보냈던 일도 있었다.

“갓이 너무 웃자랐다. 뻣뻣해서 어찌 먹겠니?…”

“엄마 그런것 상관안해요. 여기서 그걸  담가 먹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해요.”

이제 한국에서 고춧가루 날라오지 않아도 여기 고추가 무공해로 더 좋으니 하나도 걱정될게 없다. 온 식구가 다 같이 김치가 어찌 만들어져 식탁에 오르는지 알아야 한다며 총동원을 해 사실상 힘드는 일은 아이들이 다 했다. 가족이 함께 어우러져 협동의 정서를 이루는 김치 담는 잔치랄까. 애들은 마늘을 까고 애비는 힘찬 손으로 무채를 썰었다. 세살 어린 나이로 온 손녀딸애는 어찌 그리도 토속음식만을 좋아하는지 부추김치까지 챙기는데 그게 없어서 신이 덜 나는 모양이다. 변덕입이 비쭉 나오지 않았을까? 온갖 양념이 어우러져 속이 버무려지는데 미나리를 못넣어 아쉽다는 딸애.

소담스럽게 두툼한 팔뚝에 장갑도 안 낀 맨손으로 벌겋게 속을 버무리고 그 손으로 집어 간 보라고 입에 넣어 주시던 내 어머니의 서늘한 눈매가 눈앞에 계시다.

“엄마 올해도 김치가 맛있어 식구들이 좋아해요.”
“그러냐 에미가 독에 잘 건사한 때문이야”
  
서로 공을 돌리며 모녀간의 정겹던 때를 떠올리며 내가 바로 그 자리에 와 있구나 라고 생각했다.

“간을 좀 봐야지” 나이들어 미각의 둔화때문에도 그렇거니와 먹을 사람 입맛에 맞추려는 지혜임도 알게 되었다. “와~ 맛있네요.” 속쌈을 하나 먹어야 한다며 노란 배추속잎을 뜯어 빨간 속을 싸서 신랑 입에도 넣어주고 제 입에도 넣으며 맛이 Good이라고 좋아한다. 서서 배추를 날라주던 애비도 맛이 괜찮은 모양이다. “이럴 때 맥주가 있어야 하는게 아닌가?” 딸애가 웬일로 너스레를 떤다. 사회생활 한답시고 밖으로 나돌더니 곧잘 술도 하는 모양이다.

“맥주는 없고요. 와인은 있지. 그거라도 가져올까?” 글래스에 딸아서 나도 한 잔 주며 쌈하고 곁드려 먹어 보란다. “오매 이게 웬 이변?” 쌈을 먼저 입에 물고 와인을 곁드리니 젓갈 들어간 배릿한 냄새와 와인의 맛이 어우러져 기찬 맛으로 하모니를 이룬다나, 그만이란다. 둘이서 북치고 장구치고 맛있다고 연신 홀짝어리며 마셔 대면서 나보고도 그렇게 해 보라고 보챈다. 정말 그럴듯했다.

“얘 배추 몇포기 안되는 것 그렇게 먹고 뭐가 남겠니?”

늙은이는 노파심으로 젊은사람 기분같은 것 이해 못하는데 병폐인줄 알면서도 한마디 한다.

“아무 때 먹어도 먹을 것 맛있을 때 먹는 게 최고가 아니겠우”

"얘가 취했나 봐."

말수가 그리 헐렁한 애 아닌데 종알종알 하는게 웃읍다. 응석받이가 핀 애를 바라보며 옛날의 우리가 문득 생각났다. 한 소녀와 젊은 엄마였던 때를…….

냉장고통에 김치를 담으며 차곡차곡 항아리에 담던 정서같은게 그리움으로 닥아온다. 좋은 흙으로 구워만든 항아리에서 배어나는 맛이 따로 있을텐데. 프라스틱통은 그냥 보관하는데만 필요한 멋없는 그릇이 아닌가.

시대가 변하고 어디에 살던지 김치를 먹어야 하는 고집을 버릴 수 없는 게 우리 한국인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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