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8] 잘못된 친절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328] 잘못된 친절

0 개 2,422 KoreaTimes
“아뿔사 그랬었구나”밤에 잠자리에 들었다가 문득 무언가를 깨닫고 벌떡 일어났다. 갑자기 옆의 누군가에게 망신이라도 당한 듯 얼굴이 화끈 달아 올랐다.(바보 못난이) 어리석었던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다시금 그 분의 얼굴을 떠올렸다. 잔잔한 미소로 Thank you를 입속에서 소곤거리던 분. 쇼핑센터 안에서 시선이 부딛칠 때마다 방긋 웃어 주시던 순진무구해 보이던 할머니.

나는 낮에 있었던 일을 이제야 정신나게 깨닫는 어리석은 사람이었기에 부끄럽기 짝이 없었다.
  쇼핑센터 파킹장에 차를 대놓고 긴 길을 따라 입구로 들어가는 도중이었다. 보행이 쉽지 않은 노인 한 분이 트롤리를 앞세우고 지축어리며 진로를 방해했다. 나는 그 옆을 빠른 걸음으로 비켜 가다가 왠지 마음이 편치 않아서 뒤를 돌아보았다.(아니, 몸 건사도 힘드는 분이 거기서부터 그것을 밀고 오다니 이상한 분이시네) 벌에 쏘인 다급한 사람처럼 뒤로 돌아가 도와 드리겠다고 말하면서 빼앗듯이 그것을 내가 밀었다. 손잡이 위에 걸쳐진 스틱을 꺼내 그분 손에 쥐어 드리고 유유히 트롤리를 밀었다. 아주 천천히 그 분의 걸음에 맞추려고 했지만 아기 걸음마같은 걸음걸이로 답답하기만 했다. 나는 돌아다 보고 마냥 상냥한 척 웃음을 흘리며 기다려 주기를 몇 번……, 그러는 동안 걷잡을 수 없는 많은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다.

머지 않은 어느 날 나도 저 분을 닮아 갈텐데 그 날이 언제일까? 오 년, 아니면 십 년, 혹시 더 가까이? 오래 서성거리며 시원찮은 왼쪽다리의 불편함이 지금도 만만치 않으니 낡아 가는 기계가 언제 저 모양될지? 남의 일 같지가 않아 고개를 저으며 힘차게 부정해본다. 아직 쓸만할 때 당당해 보려는 듯 자랑스럽게 버티고 서서 기다려 드리고 또 기다리고…, 그 분이 내 가까이 왔을 때 뭐라고 말하면서 다시 트롤리에 매달렸다. 노인이 고집이 있나 안에 들어가면 줄줄이 있는 것을 망년끼까지 있나 보구나 그렇게 생각하면서 지루하지만 나란히 같이 밀며 안으로 들어갔다. 거기서부터 내 볼 일은 따로 시작되고 그 분과 헤어졌다.

오늘 작지만 좋은 일을 했다는 뿌듯함과 그러나 저모양 되기 전에 열심히 살아야지 하는 믹스된 각가지 상념들로 느긋한 주말의 쇼핑자체로 별로 재미가 없었다. 밖에 나와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구름 한 점없는 바다같은 하늘을 바라보니 한결 마음이 차분해졌다. 저쪽 옆에서 자동차 트렁크에 물건을 옮겨담는 그 할머니를 또다시 보게 되었다. 전족을 한 옛날 중국의 여인처럼 수도 없이 지축어리며 물건을 옮긴다.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오직 혼자의 삶. 삶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불황에 허덕이며 몸살을 앓는 요즘 젊은이들. 우리도 그런저런 세월 홍역처럼 치루고 나니 늙은이란 이름이 자연스럽게 붙여지고 실날같은 한길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저렇게 불편하게 살다가는 삶인 것을…, 되도록이면 그 쪽을 외면하기로 하고 빨리 기분전환을 해야했다. 서울서 온 친구가 그렇게 좋아하는 물 좋은 옥수수를 한 봇따리 샀으니 얼른 달려가서 전해줘야지. 그리고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서 즐거워지자.

작은 일에 행복해질 줄 아는 지혜로움이 얼마나 다행인지. 그런데 그 분을 괴롭혔다는 사실을 왜 이제야 깨닫게 되었을까? 당황하고 실소가 나왔다. 트롤리에 의지해서 힘든 몸을 움직이는 것이었는데 그것도 이해 못한 나는 잘못된 친절을 베푼 것이었다. 트롤리를 빼앗기고 스틱을 받아 쥐며 얼마나 노여웠을까. 다행히 내 속뜻을 알아주시고 참는 걸로 잘못된 친절을 받아 주신 것이다. 노인이 고집을 부린다고 함부로 생각했을 때 할머니는 아마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알량한 당신 친절보다는 이것이 더 나은 것이니 귀찮게 하지 말고 어서 가시오.”라고 독약처럼 무서운 영어가 또 나를 골탕을 먹였음에 아연했다.

(분명히 무슨 말인가를 하셨었지) 쫓아가서 사과라도 했으면 좋겠다는 안타까움에 잠이 안 왔다. 시선이 마주쳤을 때 방긋방긋 웃어 준 것은 그래도 이쪽 마음을 아셨다는 증거로 삼고 위로를 받는다. 고맙고 너그러우신 분이었음을 이제야 깨닫는다.

내 잣대로 생각하는 그런 어리석은 친절을 다시 생각하자. 상대가 원하는 게 뭔지 알며 행하는 친절이 정말로 친절임을 명심해야했다.

따끔한 교훈 하나를 얻은 날.

알지만 그렇게 살지 못하는 이유

댓글 0 | 조회 2,067 | 2009.02.10
일상 생활에서 용변(用便)을 본 경우는 특별히 기억에 남지 않는다. 그러나 회사에서 일이 끝난 후 집에 돌아오다가 도저히 참을 수 없어 이웃집 담에 실례를 한 경… 더보기

아는 것과 되는 것

댓글 0 | 조회 1,686 | 2009.01.28
몸이 약한 두 사람이 있었다. 몸이 쇠약하여 하루하루 생활하는 데에도 어려움을 느끼게 되자 건강을 위해 무언가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한 사람은 건강해지기 위해서… 더보기

바람처럼 물처럼

댓글 0 | 조회 1,822 | 2009.01.14
공기도 물도 넘치는 곳에서 모자라는 곳으로 흐른다. 공기가 많은 곳은 기압이 높고(高氣壓) 공기가 모자라는 곳은 기압이 낮다(低氣壓). 공기는 고기압에서 저기압으… 더보기

새해에 크게 복된 삶 사십시오

댓글 0 | 조회 1,702 | 2008.12.23
복은 누가 주는 것도 아니고 누구로부터 받는 것도 아닙니다. 복은 내가 짓는 것입니다. 복은 복을 담을 그릇의 크기만큼 담을 수 있습니다. 작은 그릇은 작은 복 … 더보기

마음과 건강(Ⅳ)

댓글 0 | 조회 1,630 | 2008.12.09
동네 골목길에서 산책을 하다가 목줄이 풀려 갑자기 뛰쳐나온 사나운 개에게 물렸을 때 개한테 물린 상처를 치료하고 광견병 예방처치를 받으면 치료가 끝나지만 그 후에… 더보기

마음과 건강(Ⅲ)

댓글 0 | 조회 1,785 | 2008.11.26
조상의 삶과 마음도 자손의 건강에 영향을 준다. 몸은 마음을 담는 그릇이다. 삶과 마음은 세포 하나하나에 100% 저장된다. 동물의 체세포 하나만 있으면 똑 같은… 더보기

마음과 건강(Ⅱ)

댓글 0 | 조회 1,420 | 2008.11.11
마음을 이해하면 건강과 병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사람은 살면서 보고 듣고 배우고 경험한 것들을 모두 내 안에 담고 있다. 부모형제, 친인척은 물론, 학교 친구… 더보기

마음과 건강(Ⅰ)

댓글 0 | 조회 1,401 | 2008.10.30
캄캄한 밤에 인적이 끊어진 깊은 산 숲 속 길을 걸어가면 무서운 마음에 몸이 긴장되고 살갗에 소름이 돋으며 머리칼이 쭈삣 쭈삣 선다. 화가 많이 나면 숨이 가빠지… 더보기

길 떠나 온 사연

댓글 0 | 조회 1,559 | 2008.10.14
그 부모한테 태어난 사연도 지금 이 곳에 오기 위함이었습니다. 오줌 싸고 동 쌌던 것도 할머니 무릎 베고 누워 ‘옛날 옛날에…’ 이야기 듣던 것도, 엄마 등에 업… 더보기

닫힌마음, 열린마음(Ⅱ)

댓글 0 | 조회 1,910 | 2008.09.24
사람이 마음이 닫혀 있는 근본 원인은 온 세상과 온 삶을 찍어 놓은 마음세계를 지어놓고 그 마음세계 속에서 자기 중심적으로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가진 마… 더보기

닫힌마음, 열린마음(Ⅰ)

댓글 0 | 조회 1,705 | 2008.09.12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오감(五感)으로 인지(認知)한 것, 인식(認識)한 것(외부세계, 지식과 정보)을 하나도 빠짐없이 마음에 담아 놓고 있습니다. 눈으로 본 것,… 더보기

기복(祈福)

댓글 0 | 조회 1,916 | 2008.08.27
사람은 누구나 복을 받으려 하고 복을 줄 수 있다고 믿는 절대적인 존재에게 복을 빈다. 우리의 선조들도 자식 잘되게 해 달라고 빌기도 하고 살면서 시련에 부딪치면… 더보기

[383] 김유신의 말

댓글 0 | 조회 2,026 | 2008.06.25
김유신이 젊었을 때 천관(天官)이란 여인의 집에 자주 드나들자 어머니 만명(萬明)부인이 왕과 부모에게 기쁨을 주기를 기대했는데 술과 여자를 즐기느냐며 울며 타이르… 더보기

[382] 기복(祈福)

댓글 0 | 조회 1,716 | 2008.06.10
사람은 누구나 복을 받으려 하고 복을 줄 수 있다고 믿는 절대적인 존재에게 복을 빈다. 우리의 선조들도 자식 잘되게 해 달라고 빌기도 하고 살면서 시련에 부딪치면… 더보기

[381] 고해(苦海)

댓글 0 | 조회 1,599 | 2008.05.28
사람의 삶에는 참 행복이 없다. 그것은 사람이 불완전하기 때문에 항상 부족함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만일 사람이 완전한 존재라면 일체의 부족함 없는 충… 더보기

[380] 고집(固執) - II

댓글 0 | 조회 1,653 | 2008.05.13
대원군은 자기의 고집 때문에 외부세계에 문을 굳게 닫아걸고 쇄국정책을 펴다가 앞선 서양문물을 받아들여 나라의 힘을 기를 수 있는 기회를 놓침으로써 일본의 식민지배… 더보기

[379] 고집(固執) - I

댓글 0 | 조회 1,701 | 2008.04.23
'고집이 세다'는 말은 자기 생각이나 주장을 굽히지 않고 남의 말을 듣지 않는 것을 말한다. '틀이 세다'는 말도 같은 말이다. 남의 말을 잘 듣지 않는 사람은 … 더보기

[378] 계산하고 산다, 저울질하고 산다

댓글 0 | 조회 1,794 | 2008.04.08
어린 시절 어머니가 먹을 것을 주면 형과 아우는 어느 것이 더 많은가, 어느 것이 더 맛있을까를 저울질하면서 서로 다툰다. 어머니나 아버지가 심부름을 시키려 하거… 더보기

[377] 떠남

댓글 0 | 조회 1,635 | 2008.03.26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 어린 시절 고향을 떠나 객지생활 50년이 넘었으나 아련한 고향생각에 잠 못 이룬다. 고향 사람이라도 만나면 속없이 반갑고 고향을 주제로 한… 더보기

[376] 두 그루 참나무 이야기

댓글 0 | 조회 1,944 | 2008.03.11
어느 집 뒤 야트막한 야산에 참나무 두 그루가 있었다. 한 그루는 양지바르고 기름진 땅에서 곧고 튼튼하게 자랐다. 아침에 산책 나온 집 주인이 나무등걸을 쓰다듬으… 더보기

[374] 마음과 건강(Ⅲ)

댓글 0 | 조회 1,524 | 2008.02.12
조상의 삶과 마음도 자손의 건강에 영향을 준다. 몸은 마음을 담는 그릇이다. 삶과 마음은 세포 하나하나에 100% 저장된다. 동물의 체세포 하나만 있으면 똑 같은… 더보기

[373] 마음과 건강(Ⅱ)

댓글 0 | 조회 1,608 | 2008.01.30
마음을 이해하면 건강과 병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사람은 살면서 보고 듣고 배우고 경험한 것들을 모두 내 안에 담고 있다. 부모형제, 친인척은 물론, 학교 친구… 더보기

[372] 마음과 건강(Ⅰ)

댓글 0 | 조회 1,591 | 2008.01.15
캄캄한 밤에 인적이 끊어진 깊은 산 숲 속 길을 걸어가면 무서운 마음에 몸이 긴장되고 살갗에 소름이 돋으며 머리칼이 쭈삣 쭈삣 선다. 화가 많이 나면 숨이 가빠지… 더보기

[371] 불나방(Ⅱ)

댓글 0 | 조회 1,507 | 2007.12.20
불나방이 동심원을 그리면서 불꽃으로 다가 가는 것을 보던 매미가 '그러다가 불에 타 죽는다' 고 경고해 주어도 불나방에게는 그 말이 들리지 않는다. 불나방은 좋아… 더보기

[370] 불나방(Ⅰ)

댓글 0 | 조회 1,523 | 2007.12.11
불나방은 불을 보면 날아가서 동심원을 그리며 불꽃 주위를 맴돌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크게 원을 그리며 돌지만 차츰차츰 작은 원을 그리며 돌면서 점점 불꽃으로 다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