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박종배
정석현
정동희
한일수
정윤성
크리스티나 리
Shean Shim
송영림
김준
엔젤라 김
오클랜드 문학회
박현득
박명윤
김영안
Mina Yang
써니 림
여디디야
강명화
새움터
수선재
휴람
봉원곤
마리리
김임수
이윤수
조성현
박기태
유영준
성태용
김철환
피터 황
Jane Jo
신지수
오즈커리어
Jessica Phuang
김수동
박승욱경관
최성길
동진
이동온
김지향
이현숙
한 얼
빡 늘
CruisePro

지지고 볶고 끓여주세요!

김영나 1 1,748 2012.05.09 16:55
그보다 더 시끄러울 수는 없었다. 한국에 머무는 두어 달 동안 나는 왁자지껄한 소음의 소용돌이 속에 내던져졌다. 
 
3월, 핵안보 정상회의가 서울에서 열렸다. 몇날 며칠 한국이 지구촌 핵문제의 중심이라도 된 듯 요란했다. 

4월, 조선족 모씨가 20대 여성을 엽기적으로 살해한 사건이 발생해 온 나라가 울분으로 웅웅거렸다. 총선을 앞두고는 각 당들이 쇄신을 앞세우며 이합집산을 거듭하고 왈가왈부했다. 선거 운동이 시작된 이후에는 확성기 선거 유세가 온 동네에 왕왕거렸다. 곧 이어 임기 말년을 맞은 대통령 측근들이 속속 구속되었다. 숨 돌릴 틈도 없이, 12월에 있을 대선 얘기로 시중은 점쟁이가 복채를 마구 흔들어 대 듯이 어지럽고 긴장되고 음흉했고 소란스러웠다. 뒤이어 미국 광우병 걸린 소가 음메 비명을 지르며 들이닥쳤다.
 
뉴질랜드에 돌아왔다. 이보다 더 조용할 수는 없다. 화단 구석에서 거미가 조용히 집을 짓고, 한국 가기 전 담가놓은 야채 효소들은 뽀글뽀글 발효되고 있었다. 선정적이지 않고 쇼킹하지 않은 뉴스는 싱겁게 느껴질 정도. 존 뱅크스의 도네이션 스캔들, 뉴질랜드 자원 매각 반대 평화 행진, 국민 61%가 국영 기업 매각 반대, 존 키 지지도가 63.9%, 이메일 소통으로 우편물이 줄어 우편 배달부의 감축을 고민하고 있다는 내용들이 최근 뉴스다. 렌트비가 너무 오르고 있다는 뉴스는 한쪽에서 피식 피어오르다가 푸념처럼 사그라질 뿐이다.

한국은 한 마디로 아수라판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아수라라는 귀신은 팔이 여섯 개다. 그래서인지 한국은 깜짝 놀랄 일들을 해내곤 한다. 지하철이 9호선까지 뚫리고 자동차, 건설, 조선, 가전 제품 분야는 세계를 주름잡고 있다. 스티브 잡스 사망 후 한국의 스마트 폰은 애플을 따라잡고 있다. 인천 공항이 ‘세계공항 서비스평가’에서 7년 연속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나쁜 일, 좋은 일 세계 1위가 너무 많은 한국이다.
 
얼핏 이해가 되지 않는다. 혼란스럽고 무질서가 판치고 부정부패도 심하고 언제라도 전쟁이 날 듯한 한국은 그 와중에도 어떻게든 뭔가를 해낸다. 한편, 아무 불만도 문제도 없이 태평성대를 누리는 듯한 뉴질랜드는 맨날 그 밥에 그 나물이다.  
 
한국에서 나는 Oliv tv를 즐겨봤다. 요리 전문 채널이다. 야구선수 박찬호의 아내 박리혜의 내 가족을 위한 건강하고 맛있는 내조밥상, 이와사키 유카의 자연을 통째로 먹는 웰빙 식단 Macrobiotic Food, 가수 알렉스의 로맨틱 레시피 등을 즐겨봤는데 정말이지 맛있는 TV였다.  

요리는 먼저 눈으로 보고, 코로 냄새를 맡고 입으로 먹으면서 3가지 감각을 만족시켜 주는 것이라 알고 있지만, TV 요리는 다르다. 눈과 청각을 쫑긋 세우고 촉각도 예민하게 반응해야 한다. 가령 오징어 요리라고 치자. TV 안에서 요리하는 이가 ‘살이 탱탱한 오징어를 골랐어요’, 하면서 살을 눌러보면 나도 함께 그 느낌을 느껴야 한다. 그리고 냄새 맡지 못하고 먹지 못하는 대신 눈으로 귀로 충분히 맛봐야 한다. 그래서 맛있는 요리 TV는 생생한 화질과 특수 오디오 시스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Olive tv가 그랬다. 달궈진 후라이팬에 식재료가 들어갔을 때 촤악 차르르, 찌개나 국이 끓을 때는 보글보글, 뭔가를 썰 때 또각또각 삭삭삭 탁탁탁, 믹서는 회오리치며 휘이잉, 식재료들의 영혼이 승천하는 듯 흰 나비처럼 피어오르는 수증기 등 귀와 눈이 즐겁고 바쁘다.

밭에서 갓 캐온 야채나 선홍색 피 빛깔의 날고기, 반짝이는 비늘의 생선들이 지지고 볶고 굽고 끓이는 동안 맛있는 요리로 변해갔다. 처음엔 무질서한 재료들의 혼합에 불과하지만 맛있는 소리와 함께 익어가면서 접시에 담길 때는 아름답고도 멋진 창조물이다. 그 때 눈과 귀가 맛보는 요리의 감흥은 남다르다. 삶도 이러해야 할진저!!!
 
어차피 인간은 동물의 한 갈래일 뿐이다. 게다가 머리마저 좋으니 어찌 혼란스럽지 않겠는가. 그러니 우리가 바래야 하는 것은 카오스의 바다에서도 익사하지 않는 창조성이다. 흙투성이 야채, 피 흘리는 고기, 지느러미 세운 생선을 적절하게 손질하고 카오스의 냄비 속에 넣어서 치열하게 불을 지펴서 멋진 요리를 탄생시키는 것처럼. 문득문득 솟구치는 창조적 작업이 아수라장 카오스 속에서도 인류를 지탱해온 힘이 아닐까?     

한국은 가스 불을 조금만 줄이고 뉴질랜드는 가스 불을 조금 올렸으면 좋겠다.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밴드로 보내기

Comments

AB
선율을 타고 미끌어지 듯 내려 갔는데 그만 중요한 끝 한줄이 나를 때렸다.

이런사람 저런사람이 있기에 (골치가 아플때도 많지만) 우리들의 조화로운 뜰이 있을 수 있으며, 피콜로 같은 예리한 금속성의 고음이 있는가 하면 콘트라베이스 같은 바닥에 깔리는 저음도 있어 소위 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연출 되는바 어찌 이런 특성들을 배제하고 아무런 의미없는 세상을 동경하려 하는지?

나와 생김새나 성격이 꼭 같은사람들로 만 찬 세상, 비올라만 3-40개 있는 오케스트라…… 지옥이 따로 없을 것 같다.

천사와 악마가 공존한다는 이탤리가 동경스럽다.

 플러스 광고

KS Trans Co. LTD (KS 운송 (주))
KS TRANSPORT / KS 운송 (YEONGWOONG Co. Ltd) T. 0800 479 248
하나커뮤니케이션즈 - 비니지스 인터넷, 전화, VoIP, 클라우드 PBX, B2B, B2C
웹 호스팅, 도메인 등록 및 보안서버 구축, 넷카페24, netcafe24, 하나커뮤니케이션즈, 하나, 커뮤니케이션즈 T. 0800 567326

나의 지음(知音)은 어디에?

댓글 2 | 조회 1,667 | 2012.10.24
내가 좋아하는 친구들은 가만히 있어도 서로의 마음을 읽어내는 재주들이 있다. 몇 마디 나누지 않아도, 표정만 봐도 이심전심이 가능하다. 눈빛만 봐도 알 수 있는 경지를 &lsquo… 더보기

침묵의 봄

댓글 0 | 조회 1,017 | 2012.10.09
봄날 밤, 벚꽃놀이를 했었다. 동행자는 기억나지 않지만, 눈웃음치며 내게 왈칵 달려들던 정숙한 듯 요부 같던 벚꽃의 뜨거운 기운은 아직도 새록새록하다. 바람이라도 불라치면 눈처럼 … 더보기

좋은 일, 나쁜 일, 이상한 일

댓글 0 | 조회 1,386 | 2012.09.25
수십 년 영화를 만들었고, 거장이라 불렸지만 영화가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고백했던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 김기덕 감독도 ‘아리랑’에서 ‘솔직히 영화가… 더보기

강북스타일

댓글 3 | 조회 2,115 | 2012.09.11
이민 생활의 방향, 성패는 뉴질랜드에 도착해 누구를 만났는지, 최초 며칠에 따라 결정된다는 속설이 있다. 제법 신빙성이 크다. 내가 하버브리지 남쪽에서 13년째 살고 있는 이유도 … 더보기

죽기(훨씬) 전에 꼭 해야 할 일

댓글 2 | 조회 2,861 | 2012.08.29
옛날에는 사형수가 교수형을 당할 때 물통, 그러니까 bucket 위에 올라서면 목에 오랏줄을 걸었다고 합니다. 물통을 발로 차기만 하면 사형이 집행되는 것이지요. 그런 행위에서 유… 더보기

세상은 넓고 음식은 많다

댓글 5 | 조회 3,740 | 2012.08.14
지난 일요일, 3백여 개의 식탁이 차려진 곳에 초대받았습니다. 오클랜드 Food Show가 열리는 Greenlane ASB Showgrounds였지요. Food Show 장은 다양… 더보기

눈물 많은 남자

댓글 4 | 조회 1,326 | 2012.07.24
동시대에, 지구에 함께 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슴 뿌듯한 이가 있다. 2년 전 퇴임한 브라질의 전 대통령‘룰라 다 실바’다. 그는 너무 가난해서 초등학교 … 더보기

화살보다는 손수건을---

댓글 5 | 조회 1,337 | 2012.07.11
모름지기 좋은 정치란 국민들이 ‘정치에 대해 모르게 하는 것’이라고 한다. 노자(老子)가 요(堯) 임금의 ‘무위(無爲)의 다스림’을 칭송… 더보기

그 저녁이 참 그리웠다

댓글 5 | 조회 2,106 | 2012.06.26
겨울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요즘, 뒤통수부터 등 허리까지 으스스하다. 이런 날은 순두부나 된장찌개 보글보글 끓여 먹는 게 최곤데---. 만약 신김치가 있다면 기름을 넉넉히 두르고 김… 더보기

당신을 희망의 메신저로 임명합니다

댓글 3 | 조회 1,560 | 2012.06.12
---- 코리아 포스트 창간 20주년에 부쳐 지구 밖 6천Km 상공에서 찍은 우주 사진을 본 적이 있습니다. 지구는 진애(塵埃)에 불과했지요. 마치 햇살 좋은 날 커튼 사이로 비쳐… 더보기

항아리 속 女子

댓글 4 | 조회 1,972 | 2012.05.22
#1. 한국의 전통 장(醬)들은 오래 묵으면 약이 된다. 위장병엔 묵은 간장이, 외상이나 화상에는 된장이, 감기나 어혈 푸는 데는 고추장이 특효라고 한다. 어느 종가집에는 3백년 … 더보기

현재 지지고 볶고 끓여주세요!

댓글 1 | 조회 1,749 | 2012.05.09
그보다 더 시끄러울 수는 없었다. 한국에 머무는 두어 달 동안 나는 왁자지껄한 소음의 소용돌이 속에 내던져졌다. 3월, 핵안보 정상회의가 서울에서 열렸다. 몇날 며칠 한국이 지구촌… 더보기

Angry Birds

댓글 4 | 조회 1,726 | 2012.04.24
시인 타고르는 한국을 ‘동방의 조용한 아침의 나라’라고 칭송하였다. 한국이 정적으로 묘사돼 못마땅해 하는 이도 있지만, 떠오르는 해처럼 동방의 밝은 빛이 되라… 더보기

존 키의 선물

댓글 1 | 조회 1,777 | 2012.04.11
거대한 버섯 모양의 구름을 형성하며 폭발하는 핵폭탄의 위용은 실로 상상을 넘어선다. 사방 수십 킬로 면적이 수십 년에서 수만 년 죽음의 땅으로 변하는 것은 물론, 핵물질이 바람과 … 더보기

살얼음판 위의 여자들

댓글 3 | 조회 1,864 | 2012.03.27
인간의 삶과 기후는 뗄래야 뗄 수 없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 그래서일까? 빙하가 녹아내리고 북극곰들은 익사하고, 우리네 삶도 살얼음판을 걷는 듯 아슬아슬하다. 얼마 전 한국에서 2… 더보기

세종대왕과 사무라이

댓글 3 | 조회 3,826 | 2012.03.13
2년 전쯤 한국에 갔을 때, 가수 ‘비’ 주연의 ‘닌자 어쌔신’이라는 영화를 보았다. 닌자는 원래 암살이나 독살을 담당하는 살인병기로 키… 더보기

아파트

댓글 5 | 조회 2,011 | 2012.02.29
뉴질랜드는 서민들을 위한 주택이 부족하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할 뿐 아니라 주거 환경이 열악하고, 렌트비는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집에 곰팡이가 많이 … 더보기

채식주의자는 행복해!

댓글 3 | 조회 2,055 | 2012.02.15
내 아들이 채식주의자가 된 것은 5년 전 일이다. 완전 채식은 아니고 치즈와 달걀은 섭취하는 Lacto-ovo-vegetarian인데 그나마 치즈와 달걀도 줄여가고 있다. &ldq… 더보기

Summer time

댓글 4 | 조회 2,098 | 2012.01.31
엊그제, 안개 비가 보슬보슬 내리던 날, 공원에서 누가 부르는 듯 했다. 손을 허공에 내밀어보았다. 내리는 둥 마는 둥 간질간질하다. 나는 목에 스카프를 둘렀다. 방풍 점퍼도 입었… 더보기

댁의 마음은 어디 계십니까?

댓글 2 | 조회 1,993 | 2012.01.17
내 영역은, 다람쥐 쳇바퀴 돌 듯 한정되어 있어요. 동네 슈퍼마켓에서 먹거리를 사고, 집 앞 공원을 산책하고, 가끔 산을 찾고, 한글을 가르치러 이웃 동네로 넘어 가는 것이 고작입… 더보기

화다닥씨의 편지-맛있게 잡수세요!

댓글 6 | 조회 2,518 | 2011.12.23
세월이여, 나는 당신을 ‘화다닥 씨’라고 부르겠어요. 화다닥화다닥 뛰어다니면서 홍안에는 구불구불한 고랑을, 칠흑 같은 머리에는 하얀 서리를, 여린 가슴에는 날… 더보기

12월엔 퀸 스트리트에 가야 한다

댓글 5 | 조회 4,022 | 2011.12.13
산타와의 슬픈 추억 한 토막을 얘기하겠다. 해마다 12월이면 퀸 스트리트 W 건물 벽에 산타가 나타났다. 산타는 윙크도 하고 손가락도 까딱거리면서, 오가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했다.… 더보기

개와 늑대의 시간

댓글 4 | 조회 2,286 | 2011.11.22
하루에 두 번, 하늘에는 더블 캐스팅 된 배우처럼 해와 달이 떠오른다. 달이 퇴장하는 새벽과 해가 퇴장하는 일몰의 시간은 하루 중 가장 위험하고 불길하다. 어슴푸레한 어둠은 혼란,… 더보기

소통해야 성공한다

댓글 2 | 조회 1,745 | 2011.11.09
10월 21일 발표된 ‘세계은행(IBRD)기업 환경 평가’에서 뉴질랜드가 3위(183개국 중)를 차지했다. 창업 소요기간, 인허가 관련 행정절차, 기업 등록 … 더보기

내 친구 Kitty와 Cyril

댓글 4 | 조회 2,016 | 2011.10.26
나는 가끔, 120살쯤 되는 Kitty와 Cyril을 만나러 간다. 티티랑기를 거쳐 후이아로 15분 정도 달리면 Karamatura Valley가 나온다. 그 곳에는 바위를 어루만…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