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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자는 행복해!

김영나 3 2,054 2012.02.15 10:26
내 아들이 채식주의자가 된 것은 5년 전 일이다. 완전 채식은 아니고 치즈와 달걀은 섭취하는 Lacto-ovo-vegetarian인데 그나마 치즈와 달걀도 줄여가고 있다.

“나의 즐거움(미식)을 위해서 다른 동물들을 죽이거나 괴롭히고 싶지 않아요. 세상의 모든 일들은 인간 중심이에요. 동물들도 나름 생각이 있고 감정, 고통도 있는데 --- 인간들은 자신들이 제일 우월하기 때문에 하등한 동물들을 마구 잡아먹어도 된다고 생각하죠. 넌센스예요. 동물들은 인간보다 하등하지 않아요.”

당연히, 동물들에게도 감정은 물론, 인간을 뛰어넘는 감각과 순발력, 직관이 있다. 한국 구제역으로 아기 소를 파묻을 때 마지막으로 젖을 물리는 엄마 소 얘기나 영화 ‘워낭 소리’의 소를 생각해보라. 차마 먹을 수 있는가? 자연스레 채식 위주의 식단이 짜여졌다. 대략 살펴보면, 1. 주식인 밥은 잡곡을 골고루 섞는다. 현미쌀 50%에 율무, 보리, 좁쌀, 수수, 콩, 팥, 강낭콩, 메밀 등을 섞는다. 인도 가게에서 구입한 렌틸(다양한 종류의 콩)도 몇 가지 섞어준다. 2. 다양한 야채와 텃밭의 나물류를 싫증나지 않도록 여러 방법으로 조리한다. 3. 다양한 야채, 다시마, 버섯 등을 푹 끓인 국물로 국이나 찌개를 끓인다. 4. 간식은 검정깨와 견과류에 물엿을 넣고 살짝 졸인 강정과 제철 과일 등. 5. 양념은 삼삼하게, 야채 과일 발효 효소를 사용한다.

그러다가 한국에 갔는데, 애 버릇 잘못 들여놨다고. 도대체 애가 풀만 먹어서 무슨 힘이 있겠냐, 영양 결핍이 안되겠냐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근데---, 우리 어렸을 때 일년에 한 두번 명절날에만 고기 먹지 않았나? 그것도 물을 잔뜩 부어서 황우도강탕을 만들어서 ---. 그래도 할머니 여든 세살까지 건강하게 사셨고---”

“그래도 생선은 먹여라.”

인간도 동물인데, 동물을 먹어야 세포가 유지될 수 있다라는 약사 출신의 말에는 내가 큰 죄라도 지은 엄마 같아서 곰곰 고민을 했다.

“그럼 초식 동물은 뭔데? 소, 양, 염소, 말, 기린, 사슴 등등.”

가족들이 모여서 식사할 때마다, 잔소리가 소나기처럼 퍼부어져서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를 지경이었다.

“굴젓도 안먹어? 야아-, 눈 없는 애들은 먹어라.”

눈칫밥 아닌 눈칫밥을 먹게 되었다.

지난 해, 한국에서 지인들이 와서 윈덤 파크에서 고기를 구웠다. 물론 고기 외에 오이소박이도 준비했고 상추와 깻잎 등 쌈거리와 마늘, 양파, 당근 등 야채 버섯과 새콤한 샐러드도 준비했다. 그런데, 그들은 한국 구제역 때문에 고기를 못 먹었다며 세렝게티 초원의 건기 때 몇 달 굶은 사자나 표범처럼 고기만 공략했다. 특히 젊은 사람들은 김치나 야채에 손도 안댔다. 고기만 먹어도 잘 넘어가나? 팍팍하지도 않나? 정말 육식동물들이네! 낙엽살, 갈비살, 벌집 삼겹살은 모두 먹어치웠고 김치, 야채들은 고스란히 남았다.

뉴질랜드 지인들도 ‘고기 없으면 아이들이 밥을 안먹는다’고 한결같이 말한다. 주부들 또한 뉴질랜드의 신선하고 질 좋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고기로 요리하는 일을 즐겨하고 있다. 오늘은 닭, 내일은 돼지, 모레는 소를 먹고 한국인에게 인기 없는 양고기는 보신탕 대용 탕요리로 먹곤한다. 

채식만으론 건강을 지키기 어렵다는 노파심은 오산이다. ‘의사들의 의사’로 불리는 미국 코넬 대학 조엘 펄먼 박사는 ‘뉴트리테리언 (nutritarian)’을 제안했다. ‘양질의 영양소를 챙겨먹어 자신의 몸을 최상의 상태로 유지하는 사람’을 말한다. 콩, 녹색 채소, 양파, 버섯, 베리류, 씨앗류를 즐기라고. 그의 제안이 아니더라도 채식 위주의 식사를 하다보면 자연히 ‘뉴트리테리언’이 되라고 몸이 먼저 말한다. 

톨스토이는 ‘동물과 교감을 느낄 때의 감동은 육식과 사냥에서 느끼는 즐거움에 비할 바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채식위주의 식단에서 느끼는 감동도 마찬가지다. 내 몸과 영혼이 정화되는 느낌, 지구 환경을 지켰다는 뿌듯함, 다른 생명을 죽이지 않고 내가 생존할 수 있다는 자부심 등등. 

야채 요리를 즐기기에 더없이 좋은 여름철. 감자, 양파, 호박, 버섯, 풋고추 넣고 두부도 숭덩숭덩 썰어 넣은 강된장에 부추, 상추, 참나물 등 생야채를 넣고 슥슥 비벼먹는 밥은 정말 꿀맛이고, 정말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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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sjk620
영나님!전 지금도 밥상에 남의 살(?)한 점이라도 놓여 있어야 밥을 먹은거 같은데...
저 어렸을적,엄마가 밥상에 풀밭을 만들어 놓으시면 반찬 투정을 했걸랑요.
나이 들수록 신선한 과일과 야채가 좋다니까 많이 먹으려고 한답니다.
건강하시고, 좋은 글 많이 쓰세요.
ygna7
Sjk님! 안녕하시와요?
즐거운 마음으로 고마워하면서 식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너무 강박관념을 가지고 실천하려보면 오래 가지도 못하고 식사 시간이 고역이 되겠죠.본인이 즐기시는 것 그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죠.
건강하세요.
youngluv
네, 그렇습니다. 고기를 먹을때는 소나 돼지가 죽을때 받았던 스트레스와 공포를 우리 인간들이 고스란히 먹는거라고 하더라구요~ 저도 고기를 안먹으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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