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섬을 지켜라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보물섬을 지켜라

4 2,569 NZ코리아포스트
마오리 조상 Kupe가 발견한 보물섬에서 마오리들이 수수천년 평화롭게 살고 있었다. 하지만, 1642년 네덜란드의 아벨 타즈만은, 자기가 차린 밥상이라며 숟가락을 얹었다. 그의 고향 Zealand에 New만 붙인 것 .영국이 그냥 놔둘 리 없다. 제임스 쿡 선장은 뉴질랜드 남북섬을 탐험하며 지도를 만들었고, 보물섬은 빅토리아 여왕 손아귀에 넘어갔다. 그 날이 1840년 2월 6일, 와이탕기 조약일이다. 마오리 추장 5백여 명은 별다른 저항 없이 문서에 사인을 했다. 통역을 잘못 이해했는지, 프랑스가 무서워 영국의 비호를 받고 싶었는지, 이웃 마을 추장과 ‘친구따라 강남 간’ 추장도 함께 사인한 것인지, 속아 넘어간 것인지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위에 열거한 어떤 이유도 Kupe의 후손들에겐 용서되지 않을 사건이다. 우리의 을사조약처럼.

 
해가 지지 않는 대영제국의 저력은 무엇이었을까? 나는 영국인의 국민 소설 ‘보물섬’과 ‘걸리버 여행기’에서 힘의 원천을 엿보았다. 두 권의 책은 전 세계인의 스테디 셀러이기도 하면서 영국인에게는 특별한 에너지를 공급하는 백만돌이 배터리와 같다.

1726년 출간된 걸리버 여행기는 조나단 스위프트가 영국의 위선과 타락, 부패한 정치를 신랄하게 풍자한 것. 그러나 스위프트의 풍자는 온데간데없이 ‘미지의 세계는 흥미진진하다’는 메시지로 ‘reset’ 되었다. 걸리버 여행기가 출간되고 2년 후에 태어난 제임스 쿡은 1769년 드디어 뉴질랜드에 도착한다. ‘누구보다 멀리, 인간이 갈 수 있는 끝까지 나는 가고 싶다’는 그의 말은 탐험의 열망을 중병처럼 앓았던 걸리버와 오버랩된다.

1883년 출간된 ‘보물섬’ 또한 가만 있으면 몸이 근질거려 참을 수 없는 탐험가들을 키워냈고, 영국은 19세기 해상을 지배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열흘 붉은 꽃은 없다. ‘해가 지지 않던’ 나라는 어느덧 석양을 맞고 있다. 바야흐로 보물섬의 손바뀜이 일어날 시점에 중국이라는 해가 말갛게 떠올랐다. 중국의 거대 자본은 세계 각처의 보물들을 수중에 넣고 있다. 벤쿠버는 홍쿠버가 된지 오래되었다. 뉴질랜드에서도 중국의 용트림은 거세다. 중국은 대형 사업 뿐 아니라 오클랜드 철도 사업과 제2하버브리지 건설, 크라이스트처치 재건 등 사회간접자본에도 큰 손을 내밀고 있다. 존키 총리는 중국어 교육이 필수라는 것을 강조하며 중국어 교육을 독려하고 있다. 뉴질랜드와 중국은 요즘 말로 베프(best friend)가 된 듯하고, 우린 왕따 당한 여고생처럼 처량맞고, 똥마려운 강아지처럼 불안하다.

중국이 뉴질랜드와 대형 국책 사업을 의논하면서 관계 기관에 브리핑을 요청하고, 각종 문서에 사인을 하고 있을 때, 우리는 한인회관 부지를 사느냐 빌리느냐로 오래도록 왈가왈부하다가 급기야 투표까지 했지만 아직도 자잘한 논란 중이다.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다. 영국이 대영제국을 건설하고 있을 때, 우리는 당파 싸움에 머리가 터지고 있었다. 아직도 제 버릇 개 못주고 있다. 언젠가 하와이 마우이 섬에 갔을 때, 선배 한 명이 통탄을 했다. 이 좋은 기후와 땅을 우린 왜 못 얻었을까? 고래도 새끼를 낳아 키워서 떠나는 좋은 바다를 비싼 돈 주고 관광 와서 구경만 하고 돌아가다니. 백여 년 전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으로 이민간 우리 조상들은 살림살이가 조금 나아지자 미국 본토로 재이주했다. 비슷한 시기에 도착했던 일본인들은 보물섬에 질긴 뿌리를 내렸다. 현재 하와이 인구 중 일본인이 25% 정도로 백인과 비슷하고 한국인은 3%에 불과하다. 보물섬의 가치를 알고 지키려는 노력이 왜 필요한지 깨닫게 해 주는 사례다.

글을 쓰고 있는 새벽녘, 봄비가 창문을 철썩철썩 때리며 묻는다. 너는 여기 왜 왔느냐, 부모 형제 다 버리고, 고향 산천 아득히 떨궈버리고, 밤을 새워서 이 섬에 도착한 이유가 무엇이냐? 나는 ‘보물섬’에서 해답을 찾는다. 영국이 보물섬을 손에 넣을 때, 바다에서 맹활약(?) 중이던 해적들의 도움이 절대적이었다. 그런 공로(?) 때문인지 요즘 해적들은 환골탈태한 모습으로 환타지와 모험, 스릴 넘치는 문화 아이콘으로 인기몰이 중이다. 전 세계에서 수억부가 팔린 일본 만화 ‘원피스’도 악동 해적이 주인공. 매력적인 해적 죠니댑의 ‘캐리비안의 해적’은 5부를 재촉하는 팬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현실에서 해적은 사람을 죽이고 약탈을 일삼는 찌질한 인간들이다. 대중 문화 속 해적들은 정의롭고 약자를 도와주며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실천에 앞장서는 휴머니스트들이다. 뉴질랜드라는 보물섬은 잭 스패로우처럼 멋진 해적이 나타나 지켜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기왕이면 우리와 우리의 2,3,4---세들이 그 주인공이 되어 수수천년 살아가면 좋을 듯.

ⓒ 뉴질랜드 코리아포스트(http://www.koreapost.co.nz),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아수라
안녕하세요? 글 잘 읽었습니다. 계속 책을 손에 못잡고 있다가 이번 퀸스타운 여행가는 비행기안에서 드디어 끝냈답니다. '정의란 무엇인가' 약속드린 마누카우 로드에 사는 사람입니다. 시간있을때 연락주세요.남편이 메일주소를 찾는거보다 이게 더 빠를것 같아서 글 남깁니다.
김영나
요즘 밥 안 먹어도 배가 고프지 않네요.

마음의 양식이 많아져서인가요?

어디에서든지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한 나날 보내세요.
youngluv
예, 글 잘 읽었습니다. 우리의 보물섬은 어디에 있나 생각해보게 하는 글 이었습니다. 예로부터, 우리는 평화를 사랑하고 남을 침략하지 않는 백의의 민족이라고 했던가요... ? 

침략은 하지 않더라도... 지킬건 좀 지켰으면 좋겠다는 국민의 한사람으로 생각을 하게 됩니다요~

다음글 기대하겠습니다. ^^  수고하셨습니다. ~  ^^
김영나
youngluv님!

반갑습니다.
Now

현재 보물섬을 지켜라

댓글 4 | 조회 2,570 | 2011.10.11
마오리 조상 Kupe가 발견한 보물섬에서 마오리들이 수수천년 평화롭게 살고 있었다. 하지만, 1642년 네덜란드의 아벨 타즈만은, 자기가 차린 밥상이라며 숟가락을… 더보기

낯설지 않네, 대롱대롱 매달린 돌멩이

댓글 4 | 조회 2,599 | 2011.09.28
뉴질랜드 최초의 수도였던 Russel의 원래 이름은 ‘korora reka’. 마오리어로 korora는 펭귄, reka는 맛있다,라는 뜻. 마오리 늙은 족장은 앓… 더보기

누가 더 똑똑할까?

댓글 5 | 조회 2,333 | 2011.09.13
내 친구 농장에는 염소가 두 마리 있다. 수놈은 염식이, 암놈은 염순이다. “염식아, 염순아아---!”여기저기 둘러봐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들판. 퍼져나가는 친… 더보기

농자 천하지대본야 (農者 天下之大本也)

댓글 2 | 조회 3,879 | 2011.08.23
토마토 농사를 짓는 지인이 요즘 ‘미치겠다고’한다. 토마토 값이 십 수년 만에 최고로 뛰어서 도매값이 1Kg당 8불이 넘는다고. 조랑조랑 매달려 빨갛게 익어가는 … 더보기

여우난골에서 온 편지

댓글 9 | 조회 2,907 | 2011.08.16
옛날 옛적에, 여우가 캥캥 울어대는 골짜기(여우난골)에 사람들(여우난골 族)이 모여 살았습니다. <얼굴에 별자국(곰보)이 솜솜났지만 재주가 좋아 하루에 베 … 더보기

다시 첫 차를 기다리며---

댓글 30 | 조회 6,095 | 2010.09.28
나의 꿈을 얘기하겠습니다. 침대 칸이 있는 대륙 횡단 열차를 타고 긴 여행을 떠나는 것입니다. 몇 날 며칠, 기차는 벌판을 달리고 풍경은 끝없이 물러나고 시작되고… 더보기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댓글 5 | 조회 7,581 | 2010.09.20
사랑은, 결혼은 뭐하러 하나? 뉴질랜드, 한국 불문하고 집집마다 절벽 위 소나무처럼 독야청청 늙어가는 아들 딸들이 있다. 그네들은 사랑과 결혼이 두렵다고 한다. … 더보기

회전 목마를 떠나지 않고 있는 노인들?

댓글 2 | 조회 4,117 | 2010.08.24
오클랜드의 지인이 내게 하소연했다. 그녀와 나는 1남 3녀 중 장녀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다르다면 그녀의 1남은 동생이고 나의 1남은 오빠다. 그런데 얘기를 듣다… 더보기

옛날 남자 친구

댓글 2 | 조회 3,956 | 2010.08.10
나의 20대는 박스 안에 갇혀 있었다. 짐 정리를 하다가 나는 곰팡내 나는 눅눅한 박스 안에 들어 있던 나를 끄집어냈다. 뭐라고 되지도 않는 말들을 씨부려 놓은 … 더보기

Ebony & Ivory 그리고 Yellow

댓글 1 | 조회 3,176 | 2010.07.27
공원을 반 바퀴쯤 돌아설 무렵, 가시처럼 눈을 찌르던 햇살이 짱짱함을 잃고 서쪽 하늘에는 석양이 드리워졌다. 매일 찾아오는 시간이지만, 브라운 색 필터로 한 번 … 더보기

전혀 낭만적이지 않은 선물

댓글 2 | 조회 3,038 | 2010.07.13
우연히 들른 것인지 영역을 넓히려 온 것인지, 어느날 고양이가 우리 집에 왔다. 진한 갈색의 야성적인 무늬가 매력적인 ‘삵’처럼 생긴 녀석이었다. 첨 보는 녀석이… 더보기

보이지 않는 감옥

댓글 3 | 조회 2,806 | 2010.06.22
호주 시드니의 ‘경제평화 연구소 (IEP)’는 지난 8일 ‘2010 세계 평화 지수(GPI)’를 발표했다. 전쟁이나 사회 정치적 갈등, 테러 위험, 폭력 범죄 등… 더보기

누드 쇼라도 할까요?

댓글 3 | 조회 3,960 | 2010.06.09
미국발 서브 프라임 사건에 이어 유럽발 금융 위기로 지구촌 불황의 골이 깊어지고 실업자가 증가하고 있다. 5월 6일, 뉴질랜드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3월 실업률은… 더보기

세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

댓글 1 | 조회 3,694 | 2010.05.25
결혼식에 초대받았다. 식장은 포도 농원이었다. 오클랜드 남쪽으로 두 시간쯤 달려간 뒤 구불구불 구절양장(九折羊腸)같은 산 길을 20분도 넘게 또 갔다. 이런 곳에… 더보기

살아온 1만여일, 살아갈 2만여일

댓글 1 | 조회 3,535 | 2010.05.11
세계 지도 속 한국은 풍만한 가슴에 붙어 있는 젖꼭지만하다. 그나마 온전하면 다행인데 반쪽으로 나뉘어져 있다. 그 손바닥만한 땅을 난 잘 알지 못한다. 몇 년 전… 더보기

어디로 가나?

댓글 5 | 조회 7,997 | 2010.04.28
조그만 음식점을 운영하던 K씨가 오클랜드를 떠났다. 비싼 가게세를 내면서도 근근이 버텨오던 음식점은 지난 해부터 손님이 줄어들기 시작해 최근에는 거의 개점 휴업 … 더보기

재외 국민 보호법이 시급하다

댓글 2 | 조회 6,281 | 2010.04.13
대한민국 정부가 재외 동포들에게 참정권을 주기로 결정했다. 뉴질랜드 한인 언론 매체들은 벌써부터, 투표 방법에 대한 안내문을 게재하고 있다. 1천만에 육박하는 전… 더보기

별나라로 간 스님

댓글 2 | 조회 2,996 | 2010.03.23
법정 스님이 입적하고 난 후 두 통의 이메일을 받았습니다. "죽게 되면 말없이 죽을 것이지 무슨 구구한 이유가 따를 것인가"로 시작되는 한 통의 메일은 스님이 마… 더보기

혹등 고래의 세레나데

댓글 2 | 조회 3,963 | 2010.03.10
<유튜브 동영상 'Migaloo the White Whale Speaks' 2010년 3월 2일 캡쳐 화면> 합리적이고 친절하며, 결점 없는 이미지로 … 더보기

지킬 박사와 하이드

댓글 1 | 조회 3,044 | 2010.02.23
인품 좋고 점잖은 신사의 나라 영국이 과거 아프리카 등 식민지에서 자행했던 일들은 악마의 짓이었다. '지킬 박사'가 약을 먹고 '하이드'로 변해 온갖 추악한 일을… 더보기

Safety Line

댓글 1 | 조회 3,312 | 2010.02.09
오클랜드 공항에서 짐을 찾기 위해 luggage claim area에 서 있을 때였다. 반입 금지 품목이나 마약 등을 탐지하도록 훈련 시킨 비글 종 개가 나타났다… 더보기

아이티여, 줄을 서라!

댓글 1 | 조회 3,598 | 2010.01.26
앞으로 2년 후, 지구가 멸망한단다. 과학자들은 고대 마야 문명 때부터의 예언이라고 말한다. 캘리포니아가 사라질 것이라고도 한다. 땅이 쩌-어억 갈라지고 그 구덩… 더보기

Blue Ocean에 뛰어들어라

댓글 1 | 조회 3,582 | 2010.01.12
오클랜드 시내, 골목 모퉁이에 호떡 집이 있다. 그 집에 가면 항상 줄을 서서 호떡이 노릇하게 익어가기를 기다려야 한다. ‘호떡 집에 불났다’라는 표현이 딱 실감… 더보기

무지개 나라

댓글 1 | 조회 2,750 | 2009.12.22
2010년 월드컵이 남아프리카 공화국(이하 남아공)에서 개최된다. 뉴질랜드는 11월 14일, 바레인과의 예선전에서 1대 0으로 승리하면서 본선 진출이 확정됐다. … 더보기

화양연화 (花樣年華)

댓글 3 | 조회 3,315 | 2009.12.08
나는 내 목적지가 어딘지 모른다. 나는 무시로 떠나고 싶었다. 그런 마음은 수년 전부터 더욱 심해졌다. 세상의 부대낌과 다람쥐 쳇바퀴 도는 듯한 일상이 견디기 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