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5 7,579 NZ코리아포스트
사랑은, 결혼은 뭐하러 하나? 뉴질랜드, 한국 불문하고 집집마다 절벽 위 소나무처럼 독야청청 늙어가는 아들 딸들이 있다. 그네들은 사랑과 결혼이 두렵다고 한다. 힘들어 보여서 지레 피하고 싶다고도 한다. 아들 둘, 딸 하나가 서른 초중후반에 걸쳐 있는 선배는 화병이 다 생겼다.

평생을 독신으로 지낸 한국의 노교수가 어느날 자신의 사랑론을 피력했다. 사랑에 빠지다, 영어로도 falling in love, 제 정신 가졌다면 어떻게 ‘빠지냐’는 것. 물귀신에 발목을 잡혀 늪에 끌려 들어가 듯이 어떤 음험한 기운에 정신을 잃고 holic되는 상황은 결코 정상이 아니라고.

반면, 일본에서는 미혼으로 늙어가는 이들을 ‘싸움에 진 개’라고 표현한다. 세상과의 싸움, 사랑과의 싸움에서 졌다는 것일까, 패배자처럼 처절하고 청승맞아 보인다는 것일까? 그들을 둘러싼 아우라가 황금 가루가 아니라 잿빛이라는 것일까.

나의 '사랑론’은 생물학과 관련이 깊다. 혹여, 사랑에 빠지지 못하는 이들이 사랑에 빠진 이들과 달라보인다면 그 이유는 '줄기세포’를 만들어내지 못해서일 것이다. 60조가 넘는 우리 몸의 세포는 줄기 세포로부터 분화된다. 정신도 마찬가지다. 어떤 감정이나 느낌, 감수성, 사고, 판단, 이해 등의 모(母)세포는 분열되고 분화되고 자라고 죽고 다시 태어난다. 이때 필요한 정신의 자양분은‘사랑’이다.

생각해보면, 알 속에 갇혀 있다가 세상에 나온 병아리처럼 미성숙, 미분화 감정 상태가 몇 단계 쑥 커져버린 것은 사랑이 지나간 후였다. 사랑이 이루어졌거나 이별로 끝났거나, 달콤했거나 씁쓸했거나 하는 사실들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사랑, 미움, 배신, 화해, 용서, 기대, 실망, 그리움, 반가움, 흥분, 진정, 좌절, 저릿함, 환희, 안타까움, 갈망, 질투, 한숨 등이 원자폭탄처럼 증폭되었다는 사실이 중요할 뿐. 사랑이 아니라면 인간이 무슨 일로 이 많은 감정의 줄기세포를 분화시킬 수 있을까. 과거에 좋은 노래를 들으면 그 노랫말이 궁금해서 번역본을 찾아보곤 했다. 언제부턴가 나는 그일이 부질 없음을 깨달았다. 지구에 사는 인간들이 즐기는 노래며 시, 소설, 영화, 드라마의 90% 이상은 사랑과 관련된 일이다. 사랑은 창조적 작업의 원동력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사랑으로부터 분화된 감정선상에서 이해하면 그리스, 라틴 노래도 OK!

기쁜 우리 젊은 날엔 느닷없이, 마른 하늘에 날벼락처럼 사랑에 빠졌다. 내가 아는 언니는 최루탄 포화 속에서 사랑을 만났다. 생면부지의 남자가 혼자 걷고 있던 언니에게 다정하게 팔짱을 끼었다. 그 남자는 운동권 학생이었는데, 경찰에 쫓기고 있었던 것. 데이트하는 척 광화문과 시청을 걷는 것으로 인연의 실타래가 엮어져서 뜨겁게 타올랐지만, 이별했다. 그 언니는 손가락에 다이아몬드 반지를 끼고 싶어 했고, 그 남자는 재야 노동 운동을 했으므로.

내 친구는 남친이 데모하다가 잡혀서 강제 징집 당한 뒤, 정신이 이상해졌다. 친구는 정신과 약을 먹고 시도 때도 없이 졸고 깨어나면 횡설수설 하면서 대학 생활을 보냈다.

격랑의 세월, ‘모래시계’에 필적한만한, 50부작 미니시리즈를 만들 수 있는 것이 우리들 사랑 얘기여서 다시 떠올려보니 참 지난하고 혼을 뒤흔드는 저릿함이 있다. 하지만 ‘Love is a many splendored thing’이었음을 우리는 안다. 하여, 위대한 노(老)작가나 걸출한 노배우에게 앞으로의 희망 작품을 물으면 십중 팔구는 가슴 절절한 사랑 얘기, 멜로 연기라고 말한다. 오죽 사랑이 좋으면 정호승 시인은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는 시를 썼을까.

휴일에는 혼자 찜질방에 가는 K, 결혼한 동생 애들 재롱 보면서 행복해 하는 Y, 컴퓨터를 애인처럼 껴안고 사는 P야, 사랑을 꼭 만들라. 사랑할 수 있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젊었을 때는 사랑으로 살고, 늙어서는 추억을 곱씹으며 산다고 한다. 되새김질한 사랑이 없다면 아흔까지 무슨 낙으로 살까. 잠도 없어진다는 노년의 베갯머리에 옛 사랑의 환영이 떠돌아다니면서 황금 가루를 뿌려준다면 우리의 노년은 얼마나 찬란할까.

나는 문득 '인생은 낯선 여인숙에서의 하룻밤’ 같았다는 말을 남기고 선종한 테레사 수녀의 말을 떠올리곤 한다. 인생은 매일매일 그저그렇고, 낯설고 퀴퀴하고 구질구질하고 좀벌레처럼 음험한 사건의 연속이지 않는가. 그럼에도 여인숙에서의 하룻밤이 고마웠던 것은 함께 나눈 ‘사랑의 시간’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때, 나는 묻는다. 왜 너는 나에게 그렇게 차가웠는가. 그러면 너는 나에게 물을 것이다. 그때 너는 왜 나에게 그렇게 뜨거웠는가. 서로 차갑거나 뜨겁거나 그때 서로 어긋나거나 만나거나 안거나 뒹굴거나 그럴 때 서로의 가슴이 이를 테면 사슴처럼 저 너른 우주의 밭을 돌아 서로에게 갈 때, 차갑거나 뜨겁거나 그럴 때, 미워하거나 사랑하거나 그럴 때, 나는 내가 태어나서 어떤 시간을 느낄 수 있었던 것만이 고맙다.    <허수경의 시 --- 고마웠다, 그 생애의 어떤 시간>

ⓒ 뉴질랜드 코리아포스트(http://www.koreapost.co.nz),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왕비
사랑하지 않는 자 유죄라고 했던 작가도 있었지요.

그럼 이글은 허수경의 글을 그대로 옮긴것인지요

맨 밑줄에서 횃갈립니다.

누구 글이든 좋은 글입니당.ㅠㅠ
김영나
아니요.  '그때 나는 묻는다'부터 허수경 시입니다.

제 칼럼과 맞아떨어지는 것 같아서 ,함께 음미해보려구요.

죄송해요 . 차별화되게 고치겠습니다.
Enigma
독 신자 님들 의 심정:-

인생은 고해 의 바다 와  같아서 함께 살아도 고통도  항상  동반 되고 한국에는 매일 381 명이

이혼 한다.  부담도 주지 말고 받지도 말고 좀 자유스럽게 살다가 인생을 마감 하자.

결국 흙으로 돌아 간다.  그들은 사랑  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더 이해 할줄 안다.

태러사 수녀님의 거룩 한 사랑  정신은 천지를 강타하고 있다.
에브리데이
얼마전 양규준선생님 전시회 갔다가 방명록 보니 "김영나"님 이름이 있더군요....얼마나 신기하던지....ㅎㅎㅎ....어쩔때는 싱글이 그립더라도 울 애기와 마눌님을 생각하면 결혼이란게 할만한거 같아요...특히, 뉴질랜드는 가족밖에 서로 챙겨줄 사람이 없단 느낌이 더 들어서요....노처녀 노총각 문제...한국은 흔한 일이죠...다행히 저는 제때 잘 간거 같아요...
김영나
앗! 우리 스쳐지나갔군요. 에브리데이님!

그날 비바람은 불고 마음이 스산했는데 --- 양규준 선생의 좋은 그림 감상하면서 와인 한 잔 마시니 좋더군요. 언제 또 어디선가 뵈어요.

보물섬을 지켜라

댓글 4 | 조회 2,568 | 2011.10.11
마오리 조상 Kupe가 발견한 보물섬에서 마오리들이 수수천년 평화롭게 살고 있었다. 하지만, 1642년 네덜란드의 아벨 타즈만은, 자기가 차린 밥상이라며 숟가락을… 더보기

낯설지 않네, 대롱대롱 매달린 돌멩이

댓글 4 | 조회 2,599 | 2011.09.28
뉴질랜드 최초의 수도였던 Russel의 원래 이름은 ‘korora reka’. 마오리어로 korora는 펭귄, reka는 맛있다,라는 뜻. 마오리 늙은 족장은 앓… 더보기

누가 더 똑똑할까?

댓글 5 | 조회 2,333 | 2011.09.13
내 친구 농장에는 염소가 두 마리 있다. 수놈은 염식이, 암놈은 염순이다. “염식아, 염순아아---!”여기저기 둘러봐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들판. 퍼져나가는 친… 더보기

농자 천하지대본야 (農者 天下之大本也)

댓글 2 | 조회 3,878 | 2011.08.23
토마토 농사를 짓는 지인이 요즘 ‘미치겠다고’한다. 토마토 값이 십 수년 만에 최고로 뛰어서 도매값이 1Kg당 8불이 넘는다고. 조랑조랑 매달려 빨갛게 익어가는 … 더보기

여우난골에서 온 편지

댓글 9 | 조회 2,907 | 2011.08.16
옛날 옛적에, 여우가 캥캥 울어대는 골짜기(여우난골)에 사람들(여우난골 族)이 모여 살았습니다. <얼굴에 별자국(곰보)이 솜솜났지만 재주가 좋아 하루에 베 … 더보기

다시 첫 차를 기다리며---

댓글 30 | 조회 6,094 | 2010.09.28
나의 꿈을 얘기하겠습니다. 침대 칸이 있는 대륙 횡단 열차를 타고 긴 여행을 떠나는 것입니다. 몇 날 며칠, 기차는 벌판을 달리고 풍경은 끝없이 물러나고 시작되고… 더보기

현재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댓글 5 | 조회 7,580 | 2010.09.20
사랑은, 결혼은 뭐하러 하나? 뉴질랜드, 한국 불문하고 집집마다 절벽 위 소나무처럼 독야청청 늙어가는 아들 딸들이 있다. 그네들은 사랑과 결혼이 두렵다고 한다. … 더보기

회전 목마를 떠나지 않고 있는 노인들?

댓글 2 | 조회 4,116 | 2010.08.24
오클랜드의 지인이 내게 하소연했다. 그녀와 나는 1남 3녀 중 장녀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다르다면 그녀의 1남은 동생이고 나의 1남은 오빠다. 그런데 얘기를 듣다… 더보기

옛날 남자 친구

댓글 2 | 조회 3,956 | 2010.08.10
나의 20대는 박스 안에 갇혀 있었다. 짐 정리를 하다가 나는 곰팡내 나는 눅눅한 박스 안에 들어 있던 나를 끄집어냈다. 뭐라고 되지도 않는 말들을 씨부려 놓은 … 더보기

Ebony & Ivory 그리고 Yellow

댓글 1 | 조회 3,175 | 2010.07.27
공원을 반 바퀴쯤 돌아설 무렵, 가시처럼 눈을 찌르던 햇살이 짱짱함을 잃고 서쪽 하늘에는 석양이 드리워졌다. 매일 찾아오는 시간이지만, 브라운 색 필터로 한 번 … 더보기

전혀 낭만적이지 않은 선물

댓글 2 | 조회 3,037 | 2010.07.13
우연히 들른 것인지 영역을 넓히려 온 것인지, 어느날 고양이가 우리 집에 왔다. 진한 갈색의 야성적인 무늬가 매력적인 ‘삵’처럼 생긴 녀석이었다. 첨 보는 녀석이… 더보기

보이지 않는 감옥

댓글 3 | 조회 2,806 | 2010.06.22
호주 시드니의 ‘경제평화 연구소 (IEP)’는 지난 8일 ‘2010 세계 평화 지수(GPI)’를 발표했다. 전쟁이나 사회 정치적 갈등, 테러 위험, 폭력 범죄 등… 더보기

누드 쇼라도 할까요?

댓글 3 | 조회 3,959 | 2010.06.09
미국발 서브 프라임 사건에 이어 유럽발 금융 위기로 지구촌 불황의 골이 깊어지고 실업자가 증가하고 있다. 5월 6일, 뉴질랜드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3월 실업률은… 더보기

세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

댓글 1 | 조회 3,692 | 2010.05.25
결혼식에 초대받았다. 식장은 포도 농원이었다. 오클랜드 남쪽으로 두 시간쯤 달려간 뒤 구불구불 구절양장(九折羊腸)같은 산 길을 20분도 넘게 또 갔다. 이런 곳에… 더보기

살아온 1만여일, 살아갈 2만여일

댓글 1 | 조회 3,535 | 2010.05.11
세계 지도 속 한국은 풍만한 가슴에 붙어 있는 젖꼭지만하다. 그나마 온전하면 다행인데 반쪽으로 나뉘어져 있다. 그 손바닥만한 땅을 난 잘 알지 못한다. 몇 년 전… 더보기

어디로 가나?

댓글 5 | 조회 7,996 | 2010.04.28
조그만 음식점을 운영하던 K씨가 오클랜드를 떠났다. 비싼 가게세를 내면서도 근근이 버텨오던 음식점은 지난 해부터 손님이 줄어들기 시작해 최근에는 거의 개점 휴업 … 더보기

재외 국민 보호법이 시급하다

댓글 2 | 조회 6,279 | 2010.04.13
대한민국 정부가 재외 동포들에게 참정권을 주기로 결정했다. 뉴질랜드 한인 언론 매체들은 벌써부터, 투표 방법에 대한 안내문을 게재하고 있다. 1천만에 육박하는 전… 더보기

별나라로 간 스님

댓글 2 | 조회 2,995 | 2010.03.23
법정 스님이 입적하고 난 후 두 통의 이메일을 받았습니다. "죽게 되면 말없이 죽을 것이지 무슨 구구한 이유가 따를 것인가"로 시작되는 한 통의 메일은 스님이 마… 더보기

혹등 고래의 세레나데

댓글 2 | 조회 3,961 | 2010.03.10
<유튜브 동영상 'Migaloo the White Whale Speaks' 2010년 3월 2일 캡쳐 화면> 합리적이고 친절하며, 결점 없는 이미지로 … 더보기

지킬 박사와 하이드

댓글 1 | 조회 3,044 | 2010.02.23
인품 좋고 점잖은 신사의 나라 영국이 과거 아프리카 등 식민지에서 자행했던 일들은 악마의 짓이었다. '지킬 박사'가 약을 먹고 '하이드'로 변해 온갖 추악한 일을… 더보기

Safety Line

댓글 1 | 조회 3,312 | 2010.02.09
오클랜드 공항에서 짐을 찾기 위해 luggage claim area에 서 있을 때였다. 반입 금지 품목이나 마약 등을 탐지하도록 훈련 시킨 비글 종 개가 나타났다… 더보기

아이티여, 줄을 서라!

댓글 1 | 조회 3,595 | 2010.01.26
앞으로 2년 후, 지구가 멸망한단다. 과학자들은 고대 마야 문명 때부터의 예언이라고 말한다. 캘리포니아가 사라질 것이라고도 한다. 땅이 쩌-어억 갈라지고 그 구덩… 더보기

Blue Ocean에 뛰어들어라

댓글 1 | 조회 3,582 | 2010.01.12
오클랜드 시내, 골목 모퉁이에 호떡 집이 있다. 그 집에 가면 항상 줄을 서서 호떡이 노릇하게 익어가기를 기다려야 한다. ‘호떡 집에 불났다’라는 표현이 딱 실감… 더보기

무지개 나라

댓글 1 | 조회 2,749 | 2009.12.22
2010년 월드컵이 남아프리카 공화국(이하 남아공)에서 개최된다. 뉴질랜드는 11월 14일, 바레인과의 예선전에서 1대 0으로 승리하면서 본선 진출이 확정됐다. … 더보기

화양연화 (花樣年華)

댓글 3 | 조회 3,314 | 2009.12.08
나는 내 목적지가 어딘지 모른다. 나는 무시로 떠나고 싶었다. 그런 마음은 수년 전부터 더욱 심해졌다. 세상의 부대낌과 다람쥐 쳇바퀴 도는 듯한 일상이 견디기 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