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뇌와 수행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번뇌와 수행

0 개 1,951 동진스님
절에 있다 보면 가끔씩 평일에 예고 없이 찾아오는 손님들이 있게 마련이다. 물론 나와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거나 절에 업무적으로 볼 일이 있어서 찾아오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 아니고 그저 법당에 들어와서 한동안 조용히 앉아 있다 언제 갔는지 모르게 가버리는 신도 아닌 신도들을 말하는 것이다. 당연히 종교시설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고 더군다나 교회와 달리 불교사찰은 오래 전부터 관광지화 되어 버렸기 때문에 누구나 출입 할 수 있다는 관습이 몸에 배어 있어 이렇게 불쑥 법당을 찾아오는 이들을 뭐라 탓하지 않을뿐더러 공양 시간이 되면 의례히 이들에게 공양을 대접하는 것이 절집의 풍속이다. 
 
그런데 이렇게 절에 불쑥 찾아오는 이들의 대부분은 이런 절집의 풍속을 잘 몰라서, 혹은 스님과 마주치는 것이 부담스러워서 부엌에서 공양을 준비해 드려도 굳이 사양하고 마다하며 그냥 돌아간다. 하지만 간혹 용기를 내어 스님과 공양을 같이 하거나 차담(茶談)을 나누는 분들도 있다. 이럴 경우 물어보지 않아도 본인 스스로 왜 절에 왔는지를 말하게 된다. 물론 오랜 절집에서의 생활에 익숙한 나로서는 대충 그 분들의 사정(고민)을 알 수 있기도 하지만 내색하지는 않는다. 나름대로의 번민과 고뇌를 스스로 말 함으로써 다시 한번 그 번뇌를 객관화 시키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가 일상생활을 통해 늘 만족하고, 바라는 것이 없으며 주야장천(晝夜長川) 그 날이 그날처럼 일생을 보낸다면 과연 그 인생이 행복하다고 할 수 있겠는가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어떤 이들이 내가 뉴질랜드에 간다니까 “뉴질랜드는 재미 없는 천국이고 한국은 재미있는 지옥이요”라고 이야기 하던 것이 생각난다. 근 10여 년에 걸쳐서 한국과 뉴질랜드를 오가며 생활해온 나로서는 이 표현에 적극 동의를 하게 된다. 그런데 묘한 것이 한국에 있으면 조용하고 한적한 그래서 그날이 그날인 뉴질랜드가 그리워지고 반대로 한동안 뉴질랜드에 있으면 북적북적하고 소란스런 한국의 지하철이 눈에 아른거린다.

이렇듯 우리는 일상에서 100퍼센트의 만족을 이룰 수 없으며 그래서 우리에겐 늘 번뇌와 망상이 따라 다니게 된다. 이런 번뇌와 망상은 우리를 무지(無知)하게 만들며 이 무지는 다시 우리를 실패 또는 좌절의 구렁텅이로 몰아 넣게 된다. 이럴 때 우리는 삶의 무게가 무겁게 느껴지고 존재의 고통을 다시금 실감 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평소에는 생각하지도 않던 부처도 떠 올리고 예수도 찾게 되는 것인가 보다.

우리가 행복 하려고 하면 할수록 거기에는 반드시 번뇌가 존재하며 실패와 좌절의 고통이 수반되게 마련이다. 이런 쓰라린 아픔을 몇 번 겪다 보면 웬만한 사람들은 낙담하며 포기하게 된다. 하지만 수 억겁에 쌓인 우리들의 업보(Karma)와 습관은 단번에 우리가 원하는 것을 성취 하도록 놔두지 않는다. 어찌 보면 실패하고, 실수하는 것이 중생들에게 주어진 운명이자 숙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원하는 대로 이루어 진다면 그는 이미 신의 반열에 오른 우리하곤 다른 차원의 존재 일 것이기 때문이다.

번뇌와 실패와 좌절이 있기에 우리 중생은 끊임없이 참회하고 다시 기원하며 새롭게 시도하는지도 모르겠다. 쓰러지면 다시 일어나서 무엇이 잘못 되었는가를 반성하고 또다시 다짐하며 희망을 만들어 가는 것 그것이 우리 중생들의 삶인 것이다. 이런 과정이 종교에서 말하는 수행의 행위인 것이다. 

번뇌와 고통이 없는 깨달음, 실패와 좌절이 없는 성공은 그만큼 그 가치가 퇴색되게 마련이며 완전한 깨달음, 완전한 성공이라 말할 수 없다. 번뇌와 깨달음, 실패와 성공은 둘로 쪼갤 수 있는 그런 것이 아니다. 상대적인 이 둘의 관계는 동전의 앞, 뒷면과 같아서 늘 같이 따라다니며 존재하는 것이다. 마치 빛과 그림자와 같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대승불교에는 여러 부처님이 계시는데 이 가운데 아미타 부처님이 주관하시는 서방정토 극락세계가 있다. 바로 기독교의 천당에 해당되는 개념으로 보면 되겠다. 불경에 이르기를 이곳은 중생이 서쪽으로 십만 억 국토를 지나야 다다를 수 있는 멀고도 먼 세계로 묘사되는, 모든 불자들의 이상향(?)이다. 그렇다면 서방정토 극락세계는 아무도 갈 수 없는 허구의 세계라는 것인가? 라는 의문이 들것이다. 

부처님은 우리에게 늘 비유로써 가르침을 주셨는데 극락세계의 의미 또한 그렇다. 어느 어리석은 중생이 극락세계에 가겠다고 서쪽으로 십만 억 개의 나라를 통과해야 하는 무지막지한 여행을 떠나겠는가. 이 가르침의 본 뜻은 극락세계가 아주 먼 곳에 있다는 의미이며 따라서 나에게 있어 가장 먼 곳이 극락이 되는 것이고 그곳은 바로 지금 서 있는 나의 뒷자리가 되겠다. 내가 향하고 있는 앞을 향해서 계속 간다면 영원히 나의 뒷자리에 다다를 수는 없을 것이다. 번뇌가 들끓는, 화가 머리 끝까지 오른, 실패의 아픔이 처절한 그 자리에서 심호흡 크게 한번 하고 그 마음을 180도 돌려서 자신을 위로하고, 다시금 희망을 다짐하는 그래서 새롭게 용기가 가득 찬 그 자리가 바로 극락세계인 것이다. 

원효대사께서는 “一切唯心造”라는 가르침을 주셨다. 모든 분별 즉, 좋다 나쁘다, 맞다 틀리다, 사랑한다 미워한다, 많다 적다, 등등의 우리를 욕망과 갈등과 번민에 빠지게 하는 이런 감정들은 모두가 우리의 마음 작용이며 이 들끓는 마음으로부터 우리가 자유롭기 위해서는 회광반조(고개를 돌려 나를 보는)의 끊임없는 수행을 해야 하는 것이다. 이 때 번뇌와 망상은 이런 수행에서 없어서는 안될 아주 중요한 가치를 갖게 되고 따라서 수행하는 이는 번뇌와 망상, 실패와 좌절을 두려워하지 말고 늘 옆에 두어야 할 일이다.

말띠 해 - 2014

댓글 0 | 조회 2,549 | 2014.01.15
2014년 새해 갑오년(甲午年)이 밝았습니다. 갑오년의 갑(甲)은 오행으로 분석하면 나무 목(木)에 해당하고 색상으로는 파란색 즉, 청색에 해당되어 갑오년은 말의… 더보기

보호자의 음성...

댓글 0 | 조회 2,402 | 2013.12.24
이제 한해가 저물어 갑니다. 길게만 느껴지던 한해가 벌써 12월이 되었습니다. 한해의 끝자락에 서서 새해를 또 맞이하려니 아쉽기도 하고 설레기도 합니다. 올 한 … 더보기

천백만 불의 집!

댓글 0 | 조회 2,467 | 2013.11.27
人生(인생)에 있어서 좋은 친구와 함께 사는 것이 개인의 기쁨이라면, 좋은 이웃과 사는 것은 가족의 행복입니다. 좋은 이웃과 함께 사는 것은 마치 꽃향기 가득한 … 더보기

가난을 팔고 부자 되세요!

댓글 0 | 조회 2,276 | 2013.11.12
사람들은 모두 잘 살려고 한다. 더 많이 얻고, 더 높이 오르고, 더 유명해 지고, 더 행복해 지기 위해서, 여러 가지 삶의 길을 걸어가고 문을 두드린다. 어떤 … 더보기

때론 거북이가 행복하다

댓글 0 | 조회 1,814 | 2013.10.22
현대 문화를 한마디의 말로 표현하라면 속도의 문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특히나 정보화 시대를 지향하는 지금, 속도는 누구에게나 풀어야 할 과제이며 화두로… 더보기

이 세상에서 가장 이기적인 동물 - 인간

댓글 0 | 조회 4,721 | 2013.10.09
우리의 옛날 속담에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라는 말이 있는데 조금 어려운 말로는 감탄고토(甘呑苦吐)라는 사자성어로 쓴다. 우리의 이기적인… 더보기

현재 번뇌와 수행

댓글 0 | 조회 1,952 | 2013.09.24
절에 있다 보면 가끔씩 평일에 예고 없이 찾아오는 손님들이 있게 마련이다. 물론 나와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거나 절에 업무적으로 볼 일이 있어서 찾아오는 경우를 말… 더보기

나는 착한 사람인가?

댓글 1 | 조회 1,956 | 2013.09.11
우리는 살아 가면서 아주 당연하고 자명한 것들을 너무 쉽게 잊어버리거나 무시하고 지내는 경우가 흔하다. 초등학생이나 심지어 유치원 아이들 조차 아무런 이유를 대지… 더보기

절(寺)과 절(拜) 그리고 참회

댓글 0 | 조회 1,996 | 2013.08.27
“절”이라고 하면 두 가지의 의미를 떠올리게 된다. 하나는 불교의 종교적 공간(寺刹)으로서의 그것과 또 하나는 불교의 종교적 행위(拜)로서의… 더보기

보수와 진보 그리고 중도

댓글 0 | 조회 1,782 | 2013.08.14
전 세계적으로 한국처럼 이념의 갈등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사회도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더군다나 요즘처럼 단순한 이념간의 대결구도를 뛰어 넘어 세대… 더보기

화엄(華嚴)의 세계=우리는 하나다.

댓글 0 | 조회 2,210 | 2013.07.24
한국의 현대사 중 가장 가슴 뜨거웠던 때를 떠올리라면 나이 든 성인들은 대부분 88서울 올림픽 개막식을 첫 번째로 꼽으리라 짐작된다. 숨가쁘게 몰아치던 개발독재와… 더보기

죽음, 그 피할 수 없는 운명

댓글 0 | 조회 1,940 | 2013.07.09
“生也一片浮雲起, 死也一片浮雲滅” “태어남은 한 조각 구름이 일어남이요, 죽음은 한 조각 구름이 사라지는 것이다.” &… 더보기

행복하십니까?

댓글 0 | 조회 1,979 | 2013.06.25
“당신은 행복하십니까?”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당당하게 “예”라고 말 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우리는 주… 더보기

우리는 정말 깨어 있는가?

댓글 0 | 조회 1,954 | 2013.06.11
절에서 있다 보면 불교를 처음 찾는 예비신도들이나 타종교인들의 방문을 흔히 경험하게 된다. 이때 이들이 가장 흔하게 묻는 질문이 “불교는 간단하게 한마… 더보기

모란과 연꽃의 상징적 의미?

댓글 2 | 조회 11,360 | 2013.05.29
연꽃은 불교에서는 깨달음과 지고지순의 상징을 의미하는 상징적인 꽃이다. 그리고 불교에서는 연꽃과 모란을 대조적인 의미로도 표현한다. 모란은 겉은 화려하지만, 향기… 더보기

세상에 희망을....

댓글 0 | 조회 1,586 | 2013.05.15
불기 2557년 5월 17일 오늘은 우리들의 스승이요 인류의 성자이신 석가모니 부처님이 이 세상에 오신 날입니다. 경건한 신심으로 두 손 모으고 환희로운 마음으로… 더보기

행복의 조건!

댓글 0 | 조회 1,678 | 2013.04.24
행복의 조건 중에 하나가 검소함이다. 지금 훌륭한 집, 좋은 음식, 좋은 옷, 좋은 차에 남부럽지 않은 생활을 한다고 해서 절약하지 않고 함부로 낭비와 허영과 사… 더보기

임자 없는 돈!

댓글 0 | 조회 2,063 | 2013.04.10
세간에 이런 유머가 있습니다. 사랑을 나누며 산 사람은 금메달, 사랑을 받으며 산 사람은 은메달, 사랑을 기다리며 산 사람은 동메달, 사랑을 잊어버리며 산 사람은… 더보기

인생에 시작점은 어디일까?

댓글 0 | 조회 1,698 | 2013.03.27
인간은 세상을 살면서 언제나 시작점에 서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본다. 봄을 맞이한 자연은 각각의 역량에 의해 물오름이 다르다. 먼 산에 아지랑이 피는 봄날을 … 더보기

권력을 다 사용 하지 말라!

댓글 0 | 조회 2,594 | 2013.03.12
불완전한 세상을 사는 지혜로 법연사계(法演四戒:법연 선사의 네 가지 경책)가 있다. 1. 세불가사진 (歲不可使盡) 권력을 다 쓰지 말라. 2. 복불가수진 (福不可… 더보기

기도의 응답

댓글 0 | 조회 2,133 | 2013.02.26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울산 동광병원의 이사장으로 있던 박영철 선생을 아들로 둔 김보운화(金寶雲華)라는 불자님이 계셨습니다. 불교에 대한 믿음이 독실하였던 보운화불자… 더보기

이제 내려 놓읍시다

댓글 0 | 조회 2,008 | 2013.02.13
매미소리에 꽃들은 피어나고 그 빛깔과 향기는 바람을 타고 온갖 생명들에게 뜨겁게 전해지는 성하의 계절이다. 일조량이 많음으로 해서 동식물의 발육과 성숙도는 높아진… 더보기

돼지, 토끼, 양띠 생들은 주의 하세요! 3가지 재앙, 삼재(三災)

댓글 0 | 조회 17,416 | 2013.01.31
삼재(三災)란 계절에 비유하면 혹한기(酷寒期)로 만물의 성장이 위축 되고 정지 상태와 같아서 활동이 부자연스럽고 잘못하면 사고가 많이 일어나는 기간입니다. 부(富… 더보기

겸손합시다!

댓글 0 | 조회 1,691 | 2013.01.15
이제 2013년 계사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자연은 온통 신록이 무성하고 온갖 꽃들은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내며 향기를 전하고 있습니다. 날씨는 온화하고 섬머 매미 … 더보기

부자되는 비결

댓글 0 | 조회 3,660 | 2012.1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