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온 1만여일, 살아갈 2만여일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살아온 1만여일, 살아갈 2만여일

1 3,533 NZ코리아포스트
세계 지도 속 한국은 풍만한 가슴에 붙어 있는 젖꼭지만하다. 그나마 온전하면 다행인데 반쪽으로 나뉘어져 있다. 그 손바닥만한 땅을 난 잘 알지 못한다. 몇 년 전 김기덕 감독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보고 가슴이 먹먹해졌었다. 영화의 배경은 청송의 ‘주산지’다. 카메라를 들이대면 그대로 작품인 곳, 아스라히 영혼이 풀려 물가 버드나무와 휘감기는 곳, 세상을 잊는 곳, 나를 찾을 수 있는 곳---왜 가보지 못했을까?

일본이 야금야금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는, 불안하고 애닯은 섬 독도도 실물을 본 적이 없다. 독도는 서기 512년 (신라 지증왕 13년) 울릉도와 독도로 이루어진 우산국이 신라에 병합될 때부터 한국의 영토였다. 독도가 단지 돌덩이인가? 어업권이나 독도 아래 묻혀진 엄청난 자원도 소중하지만, 국토의 막내 독도를 잃는 것은 정신대 할머니들이 유린 당한 것처럼 정신과 자존심을 잃는 것이다. 독도가 무엇이던가? 우리 선조들이 목숨처럼 지켜 온 산천이다.

순천만의 ‘한을 품은 듯한 여인처럼 지독한 안개의 늪(김승옥의 '무진기행')’에도 빠져 보지 못했다.‘자정 넘으면 낯설움도 뼈아픔도 다 설원인데 오지 않는 막차를 기다리면서 싸륵싸륵 눈이 쌓이는 시골역의 난롯가에서 그리웠던 순간들을 호명하며, 한줌의 톱밥을, 한줌의 눈물을 불빛 속에 던져 주는(곽재구의 '사평역에서'), 시골역도 그냥 지나쳐갔다.

금강산이나 백두산, 아버지 고향인 두만강변은 말해 무엇하랴.

조국에 대한 낯선 기분은 유쾌하지 않다. 자기를 낳아 준 엄마인데 서먹서먹한 기분이다. 나는 대한민국에서 1만여일도 더 살았다. 그때 왜 나는 어질고도 애닯고 아름다운 조국의 산하에 내 발자국을 남기고 볼을 부비고 뜨거운 가슴으로 품지 못했을까, 실없이 살았음을 탄식한다.
 
그런데 엊그제, 나의 자책감을 상쇄시켜줄 반가운 이들을 뉴질랜드에서 만났다. 대한민국 구석구석에 발도장을 찍고 온 두 청년이었다. YGK(Young of Great Korea) 단원인 박운종(뉴질랜드 프로젝트 디렉터)과 박정주(뉴질랜드 프로젝트 저널리스트)다. YGK는 단장 한대승씨가 ‘청년이 바로 살아야 나라가 산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2005년 창단한 비영리단체다. 개인주의와 물질만능의 시대에 공동체 의식과 조국애를 함양해서 사회 각 분야의 리더를 배출하는 것이 목표다.

“올해부터 <청년의 한걸음이 대한민국의 도약이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뉴질랜드, 중국, 룩셈부르크, 두바이 등에 YGK 단원이 파견되어 민간 외교를 펼치고 있습니다.”

박운종씨는 젊은이들이 한 번쯤 꼭 해 봐야 할 일로 ‘YGK 국토대장정’을 꼽았다.

<살아온 10000여일에 비해 턱없이 초라한 시간, 살아갈 20000여일 동안 영원히 간직될 시간, 거짓없는 나를 만나는 시간>이 바로 땅의 속살을 밟는 '국토대장정'이라는 것.

국토대장정은 남북 통일을 기원하는 고성 출발 루트를 비롯 동해, 포항, 울산, 부산, 진해, 여수, 고흥, 해남 등 일반 루트 10개와 독도, 제주도에서 출발하는 특별 루트 2개로 진행된다. 일반루트는 24박25일, 특별 루트는 4일 먼저 출발, 28박 29일 동안 걷고 또 걷게 된다. 마지막 날, 임진각 평화누리 광장(아, 나는 여기도 가본 적이 없다)에 집결해서 세계 유일의 분단 국가인 조국의 통일을 염원한다.

국토대장정 프로젝트는 준비 기간만 7개월이 걸린다. 의료, 통역, 물류 등 2백여명의 분야별 스텝이 지자체, 보건소, 소방서 등 1200여 군데에 공문을 띄우는 일부터 시작한다. 비용 충당을 위해 만든 자체 브랜드 ‘Triple Win’에서 캠핑 장비를 판매하는 것도 대원들의 몫. 철저한 준비로 지금까지 ‘YGK 국토대장정’은 평판이 좋다. 참여를 원하면 www.ygk.kr에서 지원서를 다운 받을 수 있다.

“대장정 중에 농촌 봉사 활동을 합니다. 요즘 농촌에는 동남아에서 이주 해 오신 분들이 많은데요, 소외되기 쉬운 그분들과의 소통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순수한 열정이 담긴 청년 박운종씨의 말을 듣고 있노라니 은근 부러워진다. ‘70,80 국토 대장정’ 프로그램을 만들면 어떻겠냐고, 꼭 해보고 싶다고 말하고 우리는 웃었다.

YGK는 지난 4월 한인의 날 행사 때 국토 대장정 사진 50여점을 전시, 많은 호응을 받았다. 5월에는 AUCKLAND, AUT, MASSY 3개 대학의 두루제에도 참가할 계획.

“문화 행사와 스포츠 등 공통 관심사를 통해 공감대를 이끌어 낼 계획입니다. 뉴질랜드 현지인들과 트레킹도 함께 하고, 6.25 참전 용사들과도 만나 세계 유일의 분단 국가인 한국의 비극을 느끼면서 통일의 당위성을 함께 외치는 거지요.”

섬은 많지만 독도에 가면 지켜야겠다는 절실함으로 가슴이 뜨거워진다는 박정주씨.

땅에도 피가 흐르고 맥박이 뛴다. 젊은이들의 국토대장정은 피가 돌지 않아 파리한 국토의 방방곡곡에 핏줄을 놓아 땅이 살아 퍼드득 용솟음치는 그런 것이 아닐까.

나는 가끔 고구려 시대의 지도를 들여다본다. 이스트가 잘 활성화되어 제대로 부풀어 오른 빵처럼 소담스런 영토다. 간도와 그 위쪽의 만주, 동쪽의 연해주, 서해안 옆까지 치렁치렁 흘러내린 국경선을 보면 가슴이 아리다. 우리의 젊은이들이 앞으로 살아갈 2만여일, 그 이상의 나날들을 세계 도처에 의미 있는 발자국을 남기기를 소망한다.

ⓒ 뉴질랜드 코리아포스트(http://www.koreapost.co.nz),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쌔엠
애국자, 영나님..

어디로 가나?

댓글 5 | 조회 7,994 | 2010.04.28
조그만 음식점을 운영하던 K씨가 오클랜드를 떠났다. 비싼 가게세를 내면서도 근근이 버텨오던 음식점은 지난 해부터 손님이 줄어들기 시작해 최근에는 거의 개점 휴업 … 더보기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댓글 5 | 조회 7,579 | 2010.09.20
사랑은, 결혼은 뭐하러 하나? 뉴질랜드, 한국 불문하고 집집마다 절벽 위 소나무처럼 독야청청 늙어가는 아들 딸들이 있다. 그네들은 사랑과 결혼이 두렵다고 한다. … 더보기

누드 비치

댓글 0 | 조회 6,653 | 2008.10.15
우리 동네 과일 가게에서, 적당히 잘 익은 키위를 고르느라 손으로 살짝 키위를 잡았다 놓았다 하던 무심한 순간이어서 그랬을까. 나는 간이 떨어질 정도로 놀랐다. … 더보기

재외 국민 보호법이 시급하다

댓글 2 | 조회 6,277 | 2010.04.13
대한민국 정부가 재외 동포들에게 참정권을 주기로 결정했다. 뉴질랜드 한인 언론 매체들은 벌써부터, 투표 방법에 대한 안내문을 게재하고 있다. 1천만에 육박하는 전… 더보기

다시 첫 차를 기다리며---

댓글 30 | 조회 6,094 | 2010.09.28
나의 꿈을 얘기하겠습니다. 침대 칸이 있는 대륙 횡단 열차를 타고 긴 여행을 떠나는 것입니다. 몇 날 며칠, 기차는 벌판을 달리고 풍경은 끝없이 물러나고 시작되고… 더보기

12월엔 퀸 스트리트에 가야 한다

댓글 5 | 조회 5,562 | 2011.12.13
산타와의 슬픈 추억 한 토막을 얘기하겠다. 해마다 12월이면 퀸 스트리트 W 건물 벽에 산타가 나타났다. 산타는 윙크도 하고 손가락도 까딱거리면서, 오가는 사람들… 더보기

세종대왕과 사무라이

댓글 3 | 조회 4,649 | 2012.03.13
2년 전쯤 한국에 갔을 때, 가수 ‘비’ 주연의 ‘닌자 어쌔신’이라는 영화를 보았다. 닌자는 원래 암살이나 독살을 담당… 더보기

세상은 넓고 음식은 많다

댓글 5 | 조회 4,647 | 2012.08.14
지난 일요일, 3백여 개의 식탁이 차려진 곳에 초대받았습니다. 오클랜드 Food Show가 열리는 Greenlane ASB Showgrounds였지요. Food … 더보기

김밥과 Sushi

댓글 7 | 조회 4,506 | 2009.05.12
9년 전, 시내 아파트에 살고 있을 때 다운타운 쇼핑 센터는 나의 산책 코스였다. 쇼핑센터 일층 뒤쪽에는 스시 집이 있었는데, 그 앞을 지날 때면 항상 해물과 생… 더보기

회전 목마를 떠나지 않고 있는 노인들?

댓글 2 | 조회 4,116 | 2010.08.24
오클랜드의 지인이 내게 하소연했다. 그녀와 나는 1남 3녀 중 장녀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다르다면 그녀의 1남은 동생이고 나의 1남은 오빠다. 그런데 얘기를 듣다… 더보기

혹등 고래의 세레나데

댓글 2 | 조회 3,961 | 2010.03.10
<유튜브 동영상 'Migaloo the White Whale Speaks' 2010년 3월 2일 캡쳐 화면> 합리적이고 친절하며, 결점 없는 이미지로 … 더보기

누드 쇼라도 할까요?

댓글 3 | 조회 3,957 | 2010.06.09
미국발 서브 프라임 사건에 이어 유럽발 금융 위기로 지구촌 불황의 골이 깊어지고 실업자가 증가하고 있다. 5월 6일, 뉴질랜드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3월 실업률은… 더보기

옛날 남자 친구

댓글 2 | 조회 3,955 | 2010.08.10
나의 20대는 박스 안에 갇혀 있었다. 짐 정리를 하다가 나는 곰팡내 나는 눅눅한 박스 안에 들어 있던 나를 끄집어냈다. 뭐라고 되지도 않는 말들을 씨부려 놓은 … 더보기

죽기(훨씬) 전에 꼭 해야 할 일

댓글 2 | 조회 3,935 | 2012.08.29
옛날에는 사형수가 교수형을 당할 때 물통, 그러니까 bucket 위에 올라서면 목에 오랏줄을 걸었다고 합니다. 물통을 발로 차기만 하면 사형이 집행되는 것이지요.… 더보기

농자 천하지대본야 (農者 天下之大本也)

댓글 2 | 조회 3,875 | 2011.08.23
토마토 농사를 짓는 지인이 요즘 ‘미치겠다고’한다. 토마토 값이 십 수년 만에 최고로 뛰어서 도매값이 1Kg당 8불이 넘는다고. 조랑조랑 매달려 빨갛게 익어가는 … 더보기

얼어죽을 놈의 낭만!? - 2. 소라, 동백, 고구마

댓글 0 | 조회 3,751 | 2008.08.27
가스 히터가 피식피식 푸헬헬 소리를 내다가 꺼져 버렸다. 하필 억수로 비가 쏟아지고 기온이 뚝 떨어진 겨울밤이었다.가난한 잡가(작가 아님)는 손, 발, 코가 시려… 더보기

그 저녁이 참 그리웠다

댓글 5 | 조회 3,700 | 2012.06.26
겨울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요즘, 뒤통수부터 등 허리까지 으스스하다. 이런 날은 순두부나 된장찌개 보글보글 끓여 먹는 게 최곤데---. 만약 신김치가 있다면 기름을… 더보기

화다닥씨의 편지-맛있게 잡수세요!

댓글 6 | 조회 3,690 | 2011.12.23
세월이여, 나는 당신을 ‘화다닥 씨’라고 부르겠어요. 화다닥화다닥 뛰어다니면서 홍안에는 구불구불한 고랑을, 칠흑 같은 머리에는 하얀 서리를,… 더보기

세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

댓글 1 | 조회 3,686 | 2010.05.25
결혼식에 초대받았다. 식장은 포도 농원이었다. 오클랜드 남쪽으로 두 시간쯤 달려간 뒤 구불구불 구절양장(九折羊腸)같은 산 길을 20분도 넘게 또 갔다. 이런 곳에… 더보기

아이티여, 줄을 서라!

댓글 1 | 조회 3,595 | 2010.01.26
앞으로 2년 후, 지구가 멸망한단다. 과학자들은 고대 마야 문명 때부터의 예언이라고 말한다. 캘리포니아가 사라질 것이라고도 한다. 땅이 쩌-어억 갈라지고 그 구덩… 더보기

Blue Ocean에 뛰어들어라

댓글 1 | 조회 3,580 | 2010.01.12
오클랜드 시내, 골목 모퉁이에 호떡 집이 있다. 그 집에 가면 항상 줄을 서서 호떡이 노릇하게 익어가기를 기다려야 한다. ‘호떡 집에 불났다’라는 표현이 딱 실감… 더보기

너희가 삼합(三合)을 아느냐

댓글 3 | 조회 3,545 | 2009.09.08
가로등도 가물가물 졸고 비는 부슬부슬 내리는 밤에 나는 가만히 누워 있다가 침을 꼴깍 삼켰다.‘그 녀석이 참 그립군.’어느 환절기의 밤, 마침 딱 맞게 익어 걸러… 더보기
Now

현재 살아온 1만여일, 살아갈 2만여일

댓글 1 | 조회 3,534 | 2010.05.11
세계 지도 속 한국은 풍만한 가슴에 붙어 있는 젖꼭지만하다. 그나마 온전하면 다행인데 반쪽으로 나뉘어져 있다. 그 손바닥만한 땅을 난 잘 알지 못한다. 몇 년 전… 더보기

[339] 하늘에서 남자들이 비처럼 쏟아져

댓글 1 | 조회 3,501 | 2006.08.22
효도 중 으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내 어머니는 나의 사춘기 시절부터 “제때제때 연애해서 결혼해 주는 것이 가장 큰 효도”라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말씀하셨다.… 더보기

화양연화 (花樣年華)

댓글 3 | 조회 3,314 | 2009.12.08
나는 내 목적지가 어딘지 모른다. 나는 무시로 떠나고 싶었다. 그런 마음은 수년 전부터 더욱 심해졌다. 세상의 부대낌과 다람쥐 쳇바퀴 도는 듯한 일상이 견디기 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