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6] 뜨겁게 포옹하라!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356] 뜨겁게 포옹하라!

1 2,235 KoreaTimes
  뉴질랜드에서 나의 행복은 두 단어로 시작되었다. "Hello!”혹은 “Hi!”
  을씨년스러운 겨울날, 몸을 잔뜩 웅크리고 식빵을 사기 위해 총총 걸어가고 있을 때, 맞은편에서 오던 사람이 내게 인사말을 툭 던졌다. 그 뿐이었다. 찰나에 그 사람은 멀어져 갔지만 나는 설레었다. 조그맣게 혼자 헬로와 하이를 중얼거리면서 배시시 웃음을 베어 물었다. 낯선 땅에서 바람 빠진 풍선처럼 움츠러들었는데, 따뜻하고 상냥한 말 한 마디가 나를 탱탱하게 부풀려 주었다. 행복과 기쁨으로. 한 마디 말과 몸짓 하나가 전해주는 희망과 위안과 사랑은 생각보다 크고 깊다.

  전 세계에 Free Hugs 열풍을 몰고 온 호주의 후안 만씨는 놀라운 경험을 했다. 3년 전 그는 절망의 수렁에 빠져 있었다. 그 때, 한 아주머니가 후안 만씨를 꼭 안아 주었다. 그 따뜻한 포옹 이후 그는 삶의 희망을 찾았다. 그는 그 일을 계기로  Free Hugs라고 쓴 피킷을 들고 캠페인을 시작했다. 바야흐로 한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안아주기’ 열풍이 휩쓸고 있다.

   “---무슨 위로의 말을 해주느냐는 그리 중요하지 않아. 그저 힘껏 꼭 끌어 안아 주는 것만으로도 족해. 난 내가 힘들 때 누가 날 꼭 끌어 안아 주면 좋겠어.”  블레어 저스티스의 ‘바이올렛 할머니의 행복한 백 년’ 에 나오는 구절이다. 1898년에 태어나 3세기에 걸쳐 살아온 할머니가 말해준 위안 방법은 ‘그저 껴안는 것’ 이었다. 블레어는 바이올렛 할머니를 꼭 껴안아 주었는데, ‘왠지 눈물이 흘러나왔고, 내가 안았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안긴 것처럼 평안하고 따뜻했다’ 라고 쓰고 있다.

  지난 2월(月), 이탈리아 북부 만토바에서는 5, 6천년쯤 된 껴안고 있는 유골이 발견되었다. 유골은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 시대의 로미오와 줄리엣이 아니냐, 어머니와 병든 자식이 아니냐는 등 추측이 분분했다. 풍화되고 부식된, 수 천년이나 된 낡은 뼛조각에 전 세계는 왜 그리 흥분하고 감동했을까? 유골임에도 우리는 그들의 뜨거운 가슴과 심장 박동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껴안고 있었고, 껴안은 체 죽었고, 껴안은 체 죽어서 5, 6천년을 더 껴안고 있었다. 아마 그 유골은 껴안은 체 박물관에 전시될 것이고, 우리는 그 유골이 포옹을 풀지 않는 한 오래도록 감동하고 위안받고 기억할 것이다.

  우리 가정은 어떤가? 가족들과 얼마나 자주 살을 부비는가? 잘살아 보자고 이민 왔는 데, 정말 잘 살고 있는지? 부모들은 이 곳에 적응하느라 바쁘고, 아이들은 소외되어 있다. 어딘가에서 말썽을 부리거나 사고를 치면 그 때서야 비로소 부모들은 아이들의 존재와 문제점을 인식한다.

  부부 간에도 한국과는 다른 생활 방식에서 오는 트러블이 많다. 살림이나 하던 주부들이 남편과 함께 생활 전선에 뛰어 들다 보니 의견 충돌이 잦다. 혹은 별로 하는 일 없이 하루종일 마주보고 있으면서 서로를 지겨워하는 경우도 비일비재다.  

  가족 간에 물과 기름처럼 겉돌 때 융화시키는 좋은 방법은 신체 접촉이다. 신체 접촉은 대화나 다른 감정 표현보다 열 배 이상 효과적이라고 심리학자들은 말하고 있다. 할로우의 원숭이 실험은 따뜻한 접촉의 중요함을 잘 보여 주고 있다. 금속으로 만든 어미 원숭이에겐 우유병이 있다. 그러나 아기 원숭이들은 부드러운 천으로 만든 ‘우유병 없는’ 어미 원숭이 품에서 떠나질 않는다.

  집을 나갈 때, 돌아올 때, 밥 먹을 때, 샤워하고 나왔을 때 껴안아 보는 건 어떤가. 찾아보면 삶의 구석구석 껴안을 일 들이 널려 있다. “학교에서 즐겁기를! 밥두 참 복스럽게 먹네! 물에 젖은 모습이 사뭇 섹쉬하군!”뭐 그러저러한 감탄사를 섞어서 포 옹하면 더 효과적이다. 처음엔 쑥스럽고 어색해서 연기처럼 내 품을 스르르 빠져 나가던 아들은 지금은 내게 잡혀 있는 시간이 길어졌다. 남편이 힘들어 보일 때, 등을 잡아당겨 품에 안고 3초만 있으면, 갑자기 생기가 돈다. 시든 화초에 감로수가 부어진 것처럼. 그리고 내 자신도 기분이 좋아진다.  ‘사랑받고 있구나, 사랑하고 있구나. 나와 너는 모두 다 가치 있는 존재다’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짧은 시간에 쌍방간에 이런 행복감을 느끼다니! 왜 진작에 좀더 많이 뽀뽀해주고 안아 주고 등을 토닥여 주지 못했는지 한스럽다.

  비바람 불고 습하고 쓸쓸한 뉴질랜드의 겨울이 시작되었다. 따뜻하고 뽀송 뽀송한 온돌 문화권에서 살던  한국 사람의 집은 겨울이면 난방 기구 전시장을 방불케 한다. 전기요, 오일 히터, 팬히터, 벽난로에 옥매트, 온돌 판넬, 돌침대, 제습기까지. 그러면서도 뒷골부터 등 짝까지 심한 한기를 느끼는 것은 왜일까? 당신의 영혼이 습습하고 불안하고 외롭고 절망에 휩싸여 있는 것은 아닌지. 그렇다면----?
쌔엠
품음의 의미로 새깁니다.

[367] 천국의 가장자리

댓글 0 | 조회 2,003 | 2007.10.24
세상에서 가장 살기 좋은 나라는? 혹은 살고 싶은 나라는? 이런 질문에 뉴질랜드는 단연 수위를 차지한다. 나도 '지상 최후의 낙원'이라는 문구에 마음이 혹했었다.… 더보기

[366] 비상 배낭 꾸리기

댓글 0 | 조회 2,596 | 2007.10.09
몇달 전, 우체통에서 'Household Emergency Checklist'라는 제목의 종이쪽지를 발견했다. 비상사태에 대비해 비상 용품을 준비해 놓으라는 것이… 더보기

[365] 봄날은 간다

댓글 1 | 조회 2,022 | 2007.09.25
욕심이 과하셨어요. 봄이 온다고 뭔들 달라지나요? 왜 설레이죠? 풍선처럼 빵빵하게 차 오르는 가슴에서 바람일랑 모두 빼내세요. 당신의 심장을 쭈그려 트리세요. 봄… 더보기

[364] 작은 연못

댓글 0 | 조회 2,012 | 2007.09.11
'깊은 산 오솔길 옆'으로 시작되는 양희은의 '작은 연못'. 이 노래처럼 슬프고 절망적인 가사를 나는 알지 못한다. 운동권에서 많이 불렀지만 작사,작곡가인 김민기… 더보기

[363] 아! 버나드 쇼

댓글 0 | 조회 2,332 | 2007.08.28
간절한 소원이 하나 있다. 아일랜드 태생의 작가인 죠지 버나드 쇼를 꼭 한 번 만나는 일이다. 깡마른 몸에 희고 긴 수염, 지팡이가 트래이드 마크인 쇼. 형형한 … 더보기

[362] 강 건너 백만장자

댓글 1 | 조회 2,069 | 2007.08.14
한국에서 부동산으로 재벌이 된 사람의 경험담 중에 '청개구리 전략'이 있다. 정책과 반대로 하니까 어느덧 부호의 길에 올랐다는 것이다. '엇박자 노래가 더 흥겹다… 더보기

[361] Art Of Korea를 꿈꾸며

댓글 1 | 조회 2,017 | 2007.07.23
대한민국 대표 브랜드 삼성이 지난 3일 아오테아 컨벤션 센터에서 쇼케이스 행사를 가졌다. 이 날 슬로건은 장인(匠人) 정신을 강조한 'Art of Sam Sung… 더보기

[360] Pumpkin Time

댓글 1 | 조회 1,937 | 2007.07.09
내집 게라지에는 가을에 사놓은 호박이 여러 덩이 있다. 생쥐 일가족은 호박을 갉작갉작 파먹으면서 행복하게 지낸다. 집 주변에서는 고양이들이 짝을 찾느라 앙칼진 소… 더보기

[359] 언 발에 오줌 누기

댓글 1 | 조회 2,487 | 2007.06.25
중국에서 온 이웃집 새댁이 햇살이 내리 쬐는 벽에 몸을 기대고 하염없이 서 있었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그녀는 웃으며 햇살이 따뜻하다고 말했다. 사연인즉 전기요금… 더보기

[358] 키위새의 운명(運命)

댓글 1 | 조회 2,977 | 2007.06.12
키위새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애니메이션이 제1회 You Tube Video Awards 에서 ‘가장 귀여운 영상’으로 뽑혔다. 키위새 한 마리가 날기 위해 천신만… 더보기

[357] 모든 이별의 법칙

댓글 1 | 조회 2,101 | 2007.05.23
Y가 그 녀석을 처음 만난 것은 7년 전이었다. 녀석을 처음 봤을 때 Y는 마음이 여간 설레지 않았다. 순백의 윤기 자르르 흐르는 피부하며 아담한 몸집이 너무 맘… 더보기

현재 [356] 뜨겁게 포옹하라!

댓글 1 | 조회 2,236 | 2007.05.08
뉴질랜드에서 나의 행복은 두 단어로 시작되었다. "Hello!”혹은 “Hi!” 을씨년스러운 겨울날, 몸을 잔뜩 웅크리고 식빵을 사기 위해 총총 걸어가고 있을 때,… 더보기

[355] 해는 지고,해는 뜨고

댓글 1 | 조회 2,195 | 2007.04.24
〈DIASPORA를 위하여〉 가끔은 우리가 땅 위를 걷고 있는 것이 아니라 물 위를 떠돌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어서 빨리 오라고 누가 부르지도 않았는데 급히 서… 더보기

[354] 나무 감옥에 갇히다

댓글 1 | 조회 2,185 | 2007.04.11
내가 사는 동네는 사람보다 나무가 더 많다. 아름들이 나무들이 동네 입구부터 즐비하고, 집집마다 형형색색의 나무들이 문패처럼 세워져 있다. 한 걸음 더 들어가면 … 더보기

[353] 낭만벼룩

댓글 1 | 조회 2,227 | 2007.03.27
스무살 때, 나는 영문학도를 소개받은 적이 있었다. 그가 첫 대면한 자리에서 불쑥 때밀이(일명 이태리)타올을 내밀었다. “영국 시인 존던의 시 중에 ‘벼룩’이라는… 더보기

[352] 달(月)에 부치는 노래

댓글 1 | 조회 2,259 | 2007.03.12
바닷가에서 음력 대보름을 맞았다. 3월 첫째 주말 밤이었다. 남편은 갯바위에서 낚시를 하고 나는 제일 높은 바위 꼭대기에 앉아 달 구경을 하였다. 휘영청 큰 달이… 더보기

[351] 너나 잡수세요!

댓글 1 | 조회 2,549 | 2007.02.26
돼지 리오와 소 무피우스가 주연으로 나오는 만화 영화를 보았다. 영화 매트릭스(MATRIX)를 패러디한 미트릭스(MEATRIX)가 바로 그것. 무피우스는 리오에게… 더보기

[350] 내 친구들은 어디에?

댓글 1 | 조회 2,227 | 2007.02.13
바지를 걷어올리고 강물을 따라 걸어간 적이 있다. 강 바닥의 까칠한 모래가발바닥을 할퀴고,모난 돌은 송곳처럼 뒤꿈치를 쪼아댔다. 가끔은 깨진 유리 조각이 피부를 … 더보기

[349] 향기(香氣)를 찾아서 - 기억(Ⅱ)

댓글 1 | 조회 2,305 | 2007.01.30
"내가 수면제를 먹고, 땅 속에 들어가 누우면 그 위에 흙을 덮어 주시겠소?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이란)의 ‘체리 향기'(1997년 칸느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는… 더보기

[348] 향기(香氣)를 찾아서 - 기억(Ⅰ)

댓글 1 | 조회 2,341 | 2007.01.15
향기는 언제나 내 주변에 가득하다. 바람 따라 허공의 이곳 저곳을 떠돌기도 하고 가라앉아 있기도 하다가 소용돌이 치다가 내 코 속으로 기어드는 것이다. 우연히, … 더보기

[347] 나는 바다로 갔다

댓글 1 | 조회 2,124 | 2006.12.22
낯선 풍경들이다. 비릿한 내음도, 짭쪼름한 바람도 풍겨 오질 않는다. 파라솔을 펴 놓고 멍게나 해삼, 소라 등을 파는 아주머니도 없다. ‘어쩌란 말이냐, 어쩌란 … 더보기

[346] 천국을 한 병씩 나눠 드립니다

댓글 1 | 조회 2,489 | 2006.12.11
시인 바이런이 말했던가. ‘와인과 모짜르트와 책이 있는 곳이 천국이다’ 그의 말대로라면 세계적 와인 수출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이곳 뉴질랜드가 천국임에 틀림없다.우… 더보기

[345] 황혼이 아름다운 이유(Ⅱ

댓글 1 | 조회 2,049 | 2006.11.27
내 나이 네 살 때였어. 할머니가 머리카락을 잘라서 파셨어. 아마 검은 머리가 값이 더 나갔었나봐. 비녀 속에 숨어 있는 검은 머리를 찾아내서 무쇠 가위로 싹둑 … 더보기

[344] 황혼이 아름다운 이유(1)

댓글 1 | 조회 2,070 | 2006.11.13
“그게 어디 있더라?” 남편이 마치 현 진건의 ‘빈처’처럼 중얼거린다. 나는 갑자기 등골이 오싹해져 온다. 또 시작되었구나. “분명히 여기 둔 것 같은데---.”… 더보기

[343] 식물의 사생활(2)---넌 어느 별에서 왔니?

댓글 1 | 조회 2,427 | 2006.10.24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ET를 떠올려본다. 눈이 얼굴의 전체를 차지할 만큼 크고 주름투성이인 ET가 긴 손가락을 내밀어 인간의 손가락과 조우하는 순간, 지구인들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