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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2010. 10:05 NZ코리아포스트 (219.♡.23.25)
마음으로 읽는 이야기
인도에서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이다. 무슨 연유에서인지 태어나자마자 밀림에 버려져 늑대 젖을 먹고 자라서 늑대와 함께 살다가 11년 만에 구조된 소년이 있었다. 말을 가르쳤으나 이미 언어지각능력을 상실하여 말을 하지 못하고 우- 하는 늑대울음소리만 내었다. 따뜻하고 포근한 잠자리를 마련해 주어도 춥고 음습한 바깥에서 웅크리고 자고, 음식을 주면 손을 사용하지 않고 입을 갖다 대고 먹었다. 이처럼 소년은 늑대로서 3년을 더 살다가 죽었다고 한다.
왜 사람으로 태어난 소년이 인간 세상에 나와서도 늑대의 삶을 살았을까? 그것은 밀림에 버려져서 구조될 때까지 11년 동안 늑대의 삶을 살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소년은 ‘나는 늑대’라는 관념을 가지고 있었다. 이 관념을 씻어 버리지 않는 한 늑대로 살아갈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생일이 같고 생김새도 같은데 한 사람은 왕자로 태어났고 다른 한 사람은 거지로 태어났다. 어느 날 왕자가 우연히 거지를 만나자 호기심에 서로 옷을 바꾸어 입었다. 나이도 같은데다 생김새마저 똑 같다 보니 사람들은 거지 옷을 입은 왕자를 거지인 줄 알고 왕궁에서 내쫓았다. 왕궁에서 쫓겨난 왕자는 거지 세계에 들어가 살면서 끝까지 왕자로서의 체통과 위엄을 지켰다. 한편 왕궁에 남은 거지는 온갖 호사를 누릴 수 있었지만 엄격한 왕궁의 격식 때문에 마음이 편치 않았으며 자유로운 거지생활을 그리워하였다.
왕자와 거지는 신분이 바뀔 때까지 왕자와 거지로 살았기 때문에 ‘나는 왕자’ ‘나는 거지’라는 관념을 가지고 있어 신분이 바뀐 후에도 그 관념대로 생활하였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살아온 만큼의 삶을 가지고 있다. 그 삶 속에 이렇게 저렇게 살아온 희노애락(喜怒哀樂)이 있고 수명을 다하여 죽을 때까지 남은 삶도 그 희노애락을 가지고 지금까지 살아온 대로 산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살아온 경험에서 가지게 된 관념으로 앞으로 남은 삶을 산다. 지금까지 노란색 삶을 살아왔다면 앞으로도 노란색 삶을 살고, 빨강색 삶을 살아왔다면 앞으로도 빨강색 삶을 살 것이다. 지금까지 살아온 삶의 색깔을 벗어나지 못한다. 바꿀 수도 없다. 이것이 운명이다. 그런데 만일에 내가 살아온 삶의 색깔을 다 지울 수 있는 방법이 있어 그 색깔을 지울 수만 있다면 앞으로 남은 삶은 깨끗한 순백(純白)의 삶을 살게 될 것이다.
늑대소년이 11년의 삶에서 가지게 된 ‘나는 늑대’라는 관념은 ‘참’일까 ‘거짓’일까? 왕자와 거지가 살아온 삶에서 가지게 된 ‘나는 왕자’ ‘나는 거지’라는 관념은 ‘참’ 일까 ‘거짓’ 일까? 내가 지금까지의 삶에서 가지게 된 ‘나’라는 관념은 ‘참’일까 ‘거짓’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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