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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2010. 09:50 NZ코리아포스트 (219.♡.21.112)
마음으로 읽는 이야기
"세상에는 낮 밖에 없어.”하고 하루살이가 말하자 나무 위에서 노래하고 있던 매미가 말했다. “아니야, 세상에는 일곱 낮과 일곱 밤이 있어. 그리고 무더운 여름이 있지.” 맛있는 꿀을 따기 위해 이리저리 꽃을 찾아 날아다니던 나비가 마침 그 곳을 지나가다가 하루살이와 매미가 주고 받는 말을 듣고는 “너희들은 아직 세상을 잘 모르는구나. 세상에는 수많은 낮과 밤이 있고 봄, 여름 그리고 가을이 있단다.”하고 말했다.
하루살이는 3시간을 살기 때문에 하루를 다 알지 못한다. 매미는 오랜 세월을 땅 속에서 지내다가 여름에 땅 위로 나와 7일을 살다 죽기 때문에 여름 한 철 밖에 모른다. 나비는 봄 나비, 여름나비, 가을나비가 있어 봄, 여름, 가을을 알지만 겨울은 알지 못한다. 매미가 볼 때 하루살이는 무지(無知)하고, 나비입장에서는 하루살이와 매미 둘 다 아는 것이 없다. 그럼에도 각각 자기가 안다고 말하는 것은 자기 입장에서 보기 때문이다. 사람 입장에서 보면 나비 또한 무지 (無知)하다.
그리고 하루살이, 매미, 나비 셋 다 일부만 알고 전체를 알고 있지는 못하다. 전체를 알아야 아는 것이지 전체의 일부분만 아는 것은 아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나비는 하루살이와 매미에 비해 더 많이 아는 것 같지만 궁극적으로는 아는 것이 없다. 그러나 하루살이도, 매미도, 나비도, 어느 누구도 자기가 아는 것이 전부인 줄 안다.
어느 성현(聖賢)이 말하기를 사람이 아는 것은 바닷가 백사장에 있는 수많은 모래의 한 알만큼도 안 된다고 하였다. 사실 사람이 아는 것은 자기가 살아온 세월 동안의 관념으로 경험하고 지득(知得)한 것 밖에 모른다.
그 세월, 그 관념을 넘어서는 것은 알 도리가 없다. 10만년이나 되는 긴 주기(週期)로 일어나는 현상이 있다면 그것을 사람이 알 수 있겠는가. 또 무한한 우주에는 수많은 천체가 있지만 인간이 보고 아는 것은 먼지 한 알갱이만큼도 되지 않고, 이 우주에서 일어나는 온갖 현상 중에 인간이 경험한 것은 아주 미미하다. 전지(全知)의 입장에서 보면 사람이 아는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다. 아는 것이 없다는 것조차 잘 모른다. 또한 사람은 사상(事象 – 존재하는 사물과 일어나는 현상)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한다. 자기의 관념으로 사상을 보기 때문이다. 자기의 관념이 푸르면 세상이 푸르게 보이고 붉으면 붉게 보일 것이다. 실제 있는 세상은 푸르지도 붉지도 않다.
푸른 세상, 붉은 세상은 없다. 따라서 인간이 보고 아는 세상은 실상(實像)이 아닌 허상(虛像)이다. 허상은 없는 것이기에 인간이 보고 아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있는 그대로의 실상을 알아야 아는 것이지 없는 허상을 아는 것은 아는 것이 아니다. 거짓일 뿐이다. 그런데도 인간이 안다고 생각하는 것은 자기 속(관념)에 갇혀서 자기 중심적으로 보니까 자기가 아는 것(虛像)이 옳은 것(實像)인 줄 알고 또 많이 알고 다 아는 것처럼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착각에서 깨어나려면 자기가 갇혀 있는 좁은 관념을 깨고 그것을 벗어나면 될 것이다. 과연 사람이 자기의 관념을 벗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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