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두번째 짐싸기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4] 두번째 짐싸기

0 개 4,379 코리아타임즈
겨울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어느 일요일 저녁 아이비와 사이먼은 당시 오클랜드 시내에서 선물가게 하시던 할아버지 집으로 다시 이사를 하게 되었다.

당시 그 분 집은 한국 유학생들이 홈스테이를 하고 있었다. 우리는 차고를 개조한 공간으로 이사를 하게 되었다. 위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사이에 조그만 간이 부엌이 있었고, 차고에 카펫을 깐 거실 그리고 달린 방 하나, 임시로 만든 샤워실이 있는 공간이었다.

급하게 이사하느라 카펫트는 아직 채 마르지도 않아 눅눅한 냄새가 풍겼고 윗층에서 학생들이 뛰어 다니는 소리들로 혼란한 분위기였다.

당시 165불을 주고 (전기세는 별도로) 식사는 우리가 해서 먹는 조건이었다.
싸지는 않다 생각했지만 그나마 그 전 집보다는 나아졌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재미있게 지냈다. 처음에 심하게 고생하면 그 다음 어려운일은 좀 덜 힘들게 느껴지기 마련이니까.

일요일이면 아이비와 사이먼은 친구 SB씨랑 그의 남동생 (당시 영어 연수하러 왔었다)을 집에 불러 신문지를 깔고 아이비가 손수 빚은 주먹만한 만두로 만찬을 벌였다.  

그당시 이민자들은 신문지를 깔고 음식을 먹어 보지 않고는 이민 생활의 참 맛을 모른다고 우스게 소리를 하곤 했다. 메뉴는 만두 한가지였지만 구워 먹고 쪄 먹고 만두국도 해먹고, 그저 만두를 먹을수 있음에 행복해 했다.

그집으로 이사하고 얼마 안되어 한국에서 온 손님, 이실장님도 들렀었고…

참 많은 추억들이 필름 지나가듯 아이비의 눈앞에 지나간다.

그 집에 몇 달 살면서 느꼈던 많은 것들 중에 잊혀지지 않는 건, 어린 나이에 뉴질랜드에 와 있는 몇몇 유학생들의 문제였다. 밤늦게 귀가 하는 학생들이 새벽마다 대문으로 못 들어오고 밤고양이처럼 차고에 붙은 우리방 창문을 두들겨대며 문을 열어 달라는 바람에 사이먼과 아이비는 잠을 설치는 경우가 여러번 있었다. 사람의 인정상 야밤에 문을 열어 주지 않을 수는 없었고..

아무튼 그런 경험들 때문인지 한국에 계신 기러기 아빠들 한테는 미안하지만 어린 아이들만 유학을 보내는 것 보다 엄마가 따라오는 게 조금은 더 나은 결정들이 아닌가 하는 것이 아이비의 소견이다.

(온몸이 파래져가요)

어느 날, 아침, 일어나니 남편의 귀와 입술과 손톱 발톱들이 파래졌다.  나 또한 파랗게 변하고 있었다.

우리는 타국에 이민와서 드디어 우리가 병까지 앓고 있다고 생각하니 참으로 슬펐다.  그래서 서로 부둥켜 안고 한참을 애통해 하며 푸념과 한탄으로 그날 밤을 지샜다.

이민 온지 얼마 되지않아 벌써 이렇게 아프면 어떻게 앞으로 살아가나, 한국으로 돌아 가야하는건가 자신감도 잃어가고..

다음날 남편이 학교에 가고 난후 집안 청소를 하던 나는 얼마전에 구입한 파란색의 이불 커버를 빨아야 겠다고 생각했다.  세탁기에 넣고 돌리는데 밖으로 퍼런물이 줄줄줄 흘러내리는 게 아닌가.  

그때서야 나는 아!!! 하고 큰 안도의 한숨을 돌렸고 그 전날에 둘이서 서로 부둥켜 안고 슬퍼하던 모습이 떠올라 혼자서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그날 오후 아이비는 우리가 병든 것이 아니라 이불 커버에서 색이 빠져 나온 것 였다는 사실을, 학교 다녀온 사이먼에게 아주 대단한 것을 발견한 듯 반갑게 알려주었다.

한국에서는 생각지도 못할 이런 불량품을 팔다니 갑자기 화가 났다.  하기야 그다지 비싼 제품이 아니니 그렇겠지만, 그 당시만 해도 중국 제품의 질이 좋지가 않았다.

그날 밤 사이먼과 아이비는외국에서 살려면 건강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절실히 느끼며, 파란 물감이 많이 빠져나간 그래서 물이 더 빠지지 않는 색이 바랜 이불이라도 덮고서 편안하게 잠을 잘 수가 있었다.  

마음이 편안하니 조금의 불편함이나 부족함은 문제가 아니었던 것이었다.

[15] 우리딸 맞나

댓글 0 | 조회 4,668 | 2007.10.15
2002년 어느날인가 갑자기 아이비는 그 동안 미루어만 오던 우리의 숙제를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결혼 9년 일찍 가졌더라면 국민학교 다니는 아이가 있을법한 우리… 더보기

[14.] 사이먼의 첫직장

댓글 0 | 조회 3,520 | 2007.04.13
11년전 처음 이민와서 줄곧 지금까지 사이먼과 친구 S씨 그리고 J씨네 가족은 그 흔한 다툼 한번 없이 친분을 잘 유지해 오고이다.어제는 J씨네 들렀다가 6년전 … 더보기

[13] 웰링토니아(WELLINGTONIA)

댓글 0 | 조회 4,636 | 2006.11.28
웰링턴으로 이사 *************** 그렇게 이런 저런일을 겪었던 Porirua에서의 생활을 뒤로하고 남편과 나는 차로 길어야 25분 정도 걸리는 거리인 … 더보기

[12] 뉴질랜드에서 도둑이라니(2편)

댓글 0 | 조회 4,347 | 2006.07.25
그날 저녁 10시쯤 창 아저씨네서 놀다 돌아와 현관문을 여는데 거실 바닥에 서랍과 옷장 깊숙히 있어야 할 우리의 물건들이 나와 하나하나 떨어져 있었다. 방안 침대… 더보기

[11] 뉴질랜드에서 도둑이라니(1편)

댓글 0 | 조회 3,744 | 2006.05.10
법정까지 다녀온뒤에 우리의 차는 사고 나기전보다 훨씬 깨끗하게 되었다. 그차를 몰고 다니면서 나름대로 자부심을 가지게 되었다. 수리가 된차는 우리의 승리를 상징하… 더보기

[10] 사이먼 법정에 서다(2)

댓글 0 | 조회 3,879 | 2006.02.07
사이먼은 좋게 이야기를 시작하며 맥도날드에서 만나자고 했다. 물론 전혀 그사람을 의심하지 않는 말투로.. 허나 우리는 분명 그사람이 본인은 좋은 의도가 있더라도 … 더보기

[9] 사이먼 법정에 서다(1)

댓글 0 | 조회 3,453 | 2005.12.12
----------------- 웰링턴 폴리텍으로 ----------------- 사이먼은 3개월동안 공부했던 Whitireia 에서 Wellington Poly… 더보기

[8] Porirua에서의 생활

댓글 0 | 조회 3,052 | 2005.11.11
Porirua에서의 생활은 남편과 나의 기억에 아주 오래남을 추억들이 많은 시간이었다. 물질적으로 풍요롭진 못했어도 마음의 안정과 서로를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기… 더보기

[7] 웰링턴을 향해 네번째 짐싸기

댓글 0 | 조회 4,428 | 2005.09.28
드디어 웰링턴으로 내려가기 위한 네번째 짐을 쌓다. 남편의 친구 S씨와 잠시 뉴질랜드를 방문했었던 J씨 이렇게 차3대가 새벽에 웰링턴을 향해 출발했다. 우리 짐은… 더보기

[6] 뉴질랜드 북섬을 정복하다

댓글 0 | 조회 4,691 | 2005.09.28
1997년 한 여름, 남편의 친구인 S씨랑 동생 Y 그리고 남편과 나, 이렇게 넷이서 북섬 여정에 나섰다. 여정의 목적은 우리가 앞으로 공부하며 지낼 수 있는 (… 더보기

[5] 세번째 짐싸기와 휘어진 상다리

댓글 0 | 조회 4,531 | 2005.09.28
힐스브로우에서 엘리어슬리 아파트로 이사를 했다. 방은 하나였지만 독립적인 공간이라 사이먼과 아이비는 우리만의 공간을 가지게되어 너무나 기뻤다. 물론 가구라고는 달… 더보기

현재 [4] 두번째 짐싸기

댓글 0 | 조회 4,380 | 2005.09.28
겨울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어느 일요일 저녁 아이비와 사이먼은 당시 오클랜드 시내에서 선물가게 하시던 할아버지 집으로 다시 이사를 하게 되었다. 당시 그 분 집은… 더보기

[3] 첫번째 짐싸기

댓글 0 | 조회 4,583 | 2005.09.28
일주일을 로토루아에서 어떻게 보냈는지도 모르게 보내었고 다시 오클랜드로 돌아왔다.사이먼과 아이비는 앞으로 놓여질 그들 앞의 세상에 대한 궁금함과 두려움 그리고 설… 더보기

[2] 뉴질랜드 도착

댓글 0 | 조회 4,966 | 2005.09.28
<철부지 아이비!> 열 한시간이 넘는 시간을 비행기안에서 보내고 우리는 어느새 지구의 반대편으로 도착을 하고 있었다. 비행기안에서 내려다본 뉴질랜드라는… 더보기

[1] 아듀! KOREA, 나의 조국

댓글 0 | 조회 4,871 | 2005.09.28
한 여름, 옆에서 곤히 낮잠을 자고있는 우리딸, 수빈이를 보고있으니 새삼 9년전 남편과 가방 아홉개 달랑들고 28세의 나이로 용감하게 뉴잘랜드로 이민왔을때가 떠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