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9] 꿀비가 내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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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9] 꿀비가 내렸어요

0 개 3,462 KoreaTimes
  오랜 가뭄 끝에 단비가 내리고 있다.

  단비라 칭하기엔 뭔가 2% 부족한 것 같아 아예 꿀비라 부르고 싶다. 그렇게나 목 마르게 기다리던 비인데, 몇 일을 계속해서 내리니 이젠 또 월동준비가 걱정이다. 날씨 변화가 무쌍한 나라이지만 갑자기 여름에서 한 겨울로 졈프한 기분이다. 한 때 한국에서는 김장과 연탄 준비가 끝나면 월동 준비가 완료된 적이 있었지만, 소득수준이 높아지고 아파트 생활이 보편화 된 지금은 특별한 월동준비가 따로 없어 보인다. 하지만 반 년쯤 계속되는 뉴질랜드의 겨울은 준비할 게 많다. 움츠려 있다가 전기 장판 켜고, 침대로 기어 들어가는 생활을 반복 하기엔 겨울이 너무 길다. 우선 텃밭이나 일년생 화초의 씨앗들을 받아 두어야 한다.

  그리고 지붕도 점검해야 한다. 멀쩡하던 홈통이 새는 것처럼 쏟아질 때 사다리 놓고 올라가 보면 십중팔구는 나뭇잎이나 흙먼지 등으로 홈통이 막혀 있다.

  <오래 전 일이다. 마누카우에 살던 한 기러기 엄마가 지붕이 새는지 홈통 위로 비가 흘러 내린다고 했다. 바로 옆에는 큰 도토리 나무가 자리 잡고 있었다. 처음엔 운치도 있고, 도토리가 떨어져 쌓이면 묵도 만들어 먹을 수 있다고 막연히 행복해 했었단다. 그런데 겨울이 다가오면서 도토리가 영글어 나뭇잎과 함께 지붕은 물론 온 마당에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사정은 달라졌다. 나무를 자르려 하니 6m가 훨씬 넘는 큰 나무라 시티카운슬의 허락을 받아야 한단다. 시티카운슬에 가 보니 '보호수인데다 워낙 큰 나무여서 자를 수 없고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아니 그럼 여자 혼자 애들 데리고 사는데 홈통 막히는 것을 어찌하며, 쏟아지는 도토리는 어찌하란 말인가. 운치도 필요 없고, 묵도 필요 없으니 제발 자를 수만 있다면 좋겠는데."하는 입장이 되었다. 나중에는 도토리가 온통 잔디밭에 굴러 다녀서 잔디 깎을 때마다 돌멩이처럼 튄단다. 큰 보호수 옆에 인접해 지은 집을 산 게 화근이었다. 생각다 못해 편지를 써 주었다. "나와서 한 번 상황을 보기나 하라. 규제도 좋지만 시민이 잘 살도록 보호해 주는 것이 시티카운슬의 사명이 아닌가!"하고. 우리말로는 그럴듯해도 영어로 옮기면 아무래도 설득력이 떨어졌지만 최대한 감정에 호소하는 투로 써 보냈더니 다음 주에 실사를 나왔고 지붕 쪽에 가까운 가지들만 잘라내도 좋다는 답신이 왔다.>

  또한 웬만한 나무들은 튼튼한 지주대를 세우고 제대로 묶어 주어야 삭풍을 잘 견딜 수 있다. 뉴질랜드는 빨리 자라는 대신 뿌리가 깊지 않고, 10m이상 되는 나무도 뽑혀 나가는 경우가 많다. 일찍이 '대왕 세종'이 훈민정음을 만들 때 갈파하지 않았는가!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아니~." 그래서 새로 심은 나무들은 영락 없는 여포의 모습을 만들어 놓아야 안심이다.

  <여포가 다급한 나머지 무남독녀를 원술의 아들에게 시집 보내려고 조조군에 겹겹이 둘러 쌓인 하비성을 뚫고 나갈 때의 모습은 처량하기 그지 없다. 먼저 딸에게 두꺼운 솜옷을 입히고 그 위에 갑옷을 두른 뒤 자기 등에 업으니 그 꼴이 어떠했겠는가. 엄동설한에 엄씨 부인과 '초선'의 배웅을 받으며 성문을 나설 때의 모습은 참으로 처절했던 것이다.>

  또한 긴 겨울 밤을 친구와 나누려면 서민용 박스와인이라도 준비해 둬야 하고, 시간 보내기에 최적인 바둑판도 찾아 놓아야 한다.  땔감 확보 또한 중요 사안이다.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길가에 'Fire Wood, Free!'라는 글씨 아래 수북이 쌓여 있던 나무 토막들도 값이 점점 오르다 못해 잘 타는 '검 트리' 종류는 큐빅미터 당 $150까지 한다. 그래서 2-3주에 한 번 갈똥말똥한 골프장에도 비닐봉지를 챙겨 가야 한다. 개똥 치우려는 게 아니다. 필드 이 곳 저 곳에 떨어져 있는 솔방울을 '한 번 라운딩 할 때 10개 이상 주워 오는 게' 호랑이 보다 무서운 부인님 명령이다. 솔방울만큼 불소시개로 좋은 것도 없으렷다.

  그마저도 비바람 치는 날에는 공 찾기 바쁘니 '미션 임파서블'이지만. 엄동설한은 분명 아닌데 으스스하고, 을씨년스러운 체감 온도로 따지면 차라리 빙판 길에 연탄재 뿌려가면서 조심 조심 걷던 고국의 70년대가 그립다. 그리고 자신 없으면 감기 예방 주사도 맞아 두어야 하고, 농장에 가서 밤이나, 감도 좀 따다 놓으면 좋을 것이다. 하긴 천정부지로 솟는 기름 값 따져 보면 차라리 선데이 마켓이 쌀지도 모르지만. 그리고 DVD건, VTR이건 담요 둘러 쓰고 즐길 프로들이라도 준비해 두어야 한다. 그래도 몇 년 전에는 야인시대의 김두한이나, 대장금을 세 번쯤 보노라면 겨울이 다 가곤 했는데.  이렇게 뉴질랜드의 월동준비는 끝 간 데가 없다. 그러기에 여기서는 '겨울나기에 성공하는 사람'이 마냥 행복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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