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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시험의 조건

NZ코리아포스트 0 2,315 2011.06.29 16:53
또 시험이다. 작년 말 ‘지학사’에서 ‘English Grammar Alive’책을 출간한 후, 한국의 ‘메가스터디 출판사 메가 북스’와 독해, 어휘, 쓰기 영어 책 3권을 출판하기로 계약하고 원고를 쓰고 있는 요즈음 하루 하루, 매 순간 순간이 시험의 연속이다.

말로 하는 수업도 매 순간 순간마다 긴장과 시험의 순간들이지만, 책은 한 번 출판되고 나면 개정판을 새로 출간할 때까지는 정정할 수 없기 때문에, 매 한 줄 한 줄마다 오류가 없는지 긴장할 수 밖에 없다. 또 내 책이 독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가 선택받고, “이 책을 참 잘 샀구나.”라는 평을 듣기 위해서는 ‘무엇을 쓸 것인가’도 중요하지만 ‘무엇을 잘라버릴 것인가’도 중요하고 ‘어떻게 쓸 것인가’도 중요하다. 힘든 작업이지만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작업이기도 하다. 아무도 강요하지 않은, 내가 원해서 치르는 진짜 시험이다.

‘to ask a person questions in order to test knowledge or get information(지식을 알아보거나 정보를 얻기 위해서 어떤 사람에게 질문을 하다)’을 뜻하는 영어 단어 ‘examine’은 원래는 오늘날과 같은 ‘객관적인 평가’의 의미를 갖는 ‘test’라는 뜻은 포함하고 있지 않은 단어였다. 원래 ‘examine’은 ‘out(밖으로)’의 뜻을 갖는 라틴계 접두사 ‘ex-’에 ‘to drive(몰다)’의 뜻을 갖는 ‘agere’가 합쳐진 Latin(라틴어) ‘exigere’에서 유래한 단어다. 즉, ‘자신의 능력[실력]을 밖으로 몰다, 보여주다’라는 주관적 의미가 강한 단어였다.

그러나, 사람들이 점점 많이 모여 살면서 도시를 만들고, 더 큰 국가 체제를 이루며, 필연적으로 인간 사회 속에 다른 사람들과의 경쟁이라는 개념이 들어오면서, Latin(라틴어) ‘exigere’라는 단어에도 ‘to weigh accurately(정확히 무게를 달다, 정확히 평가하다)’라는, 객관성이 강조되는 의미가 덧붙게 되어, 오늘날의 ‘examine’이라는 영어 단어의 의미를 갖게 되었다. ‘examine’이라는 단어가 갖는 중요한 현대적 의미는 바로 이 ‘정확히 무게를 달다’라는 말에 포함되어 있다. 시험이 객관성을 읽어 버렸을 때, 그 시험을 보는 사회의 구성원들은 그 시험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그 시험을 관리하는 그 사회의 지도층을 불신하게 된다. 그 사회의 일원이면서도, 그 사회를 냉소적으로 바라보게 된다.

어디 대입 시험만 시험이겠는가? 취직 시험, 승진 시험, 각종 선거, 가수나 배우들의 선발 시험, 영화 시사회, 신제품 출시 후 판촉 광고 등, 세계화로 인해 세계가 점점 좁아지고 있는 지금, 시험이 아닌 것이 없는 사회 속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 그 시험 경쟁의 최 극점 지역 중에 하나인 한국에서 요즈음 ‘나는 가수다’와 ‘위대한 탄생’이 연일 화제다.

부정적 시각도 존재하지만, ‘나는 가수다 열풍’은 한국 사회를 ‘weighing accurately(정확히 평가해 보는)’하는 계기를 제공해 주고 있다. ‘나는 가수다 열풍’의 원인에 대한 여러 분석들이 있었지만, 내 생각은 한국 사회가 ‘진짜’에 목말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 동안 TV 등 각종 언론 매체를 통해 진짜가 아닌 허상이나 가짜를 무수히 목격해 왔다. 얼굴과 학벌은 예쁜데 연기 못하는 배우, 몸매는 예쁜데 노래 못하는 가수, 경력은 화려한 데 국회 인사 청문회장에서 추한 이력을 드러내고 낙마하는 공직자 후보들, 덩치는 초대기업인데 골목길 ‘구멍’ 가게 명줄까지도 기어코 끊고 마는 소인배 장사꾼들.

TV에 보여지는 것이 전부가 아닐 수도 있지만, ‘나는 가수다’와 ‘위대한 탄생’의 무대는 진짜를 판가름하는 무대이기 때문에, 나도 보고 있다. ‘청중 평가단, 국민 평가단’의 눈은 전문가를 자처하는 PD들보다도 뛰어나다는 것이 나의 평가다. 배우는 연기를 잘할 때 아름다운 것이고, 가수는 노래를 잘할 때 멋있는 것이라는 단순 명료한 진실을 한국의 ‘대중 평가단’은 보여주고 있다. 그동안 ‘대중 평가단’은 그러한 평가의 권리를 박탈 당해왔다. ‘그들만의 리그’에 들어간 ‘그들’에 의해서.

‘대중 평가단’의 평가 결과는 결코 학벌이나 외모나 소속 기획사에 영향 받고 있지 않다. 진짜 실력이 중요한 것이고, 그 무대 위에 설 때까지 진짜 최선을 다해 연습했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한국 사회는 이제, 그것을 요구하고 있다.

만일, 만일 말이다. 만일, ‘위대한 탄생’처럼 진짜 실력을 겨룰 수 있는 시험을 통해 뽑은 인재들로 또 한 번 경쟁을 시켜 ‘나는 가수다’처럼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진짜 능력’이 있는 사람들을 뽑아 회사를 운영하고, 고위 공직자 임명을 위한 국회 인사 청문회를 열 수 있는 날이 올 수만 있다면, 그 날이 올 수만 있다면, 한라에서 백두까지 만물이 춤을 추지 않겠는가? 그러면 정권이 바뀔때마다 실효도 없는 사교육 경감 대책을 만들어 내느라 쓸데없이 국민 세금을 낭비하지 않아도 되지 않겠는가?

‘위대한 탄생’과 ‘나는 가수다’ 국민 평가단은 바로 그러한 감동의 순간을 기다리고 있다. 진짜 시험이 치러질 수 있는 그 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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