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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칼럼을 쓰기 시작한 이후 번번히 느끼는 고충이 하나 있다. 이 단어는 한글로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인데, 일례로, 영어로는 익숙한 단어 depreciation이 감가상각(減價償却)이란 이상야릇한 단어로 변화하고 easement라는 비교적 널리 알려진 단어도 지역권(地役權)이라는 생전 처음 들어보는 단어로 번역을 하고 나면, 독자들은 잘 이해하셨을까 하는 고민이 든다. 그나마 풀어서 설명할 수 있는 단어나 한자로 표현할 수 있는 단어는 부연 설명이 가능 하지만, 이마저도 힘든 때가 있는데, 바로 직함과 직책이다.
지난 칼럼에서 언급한 Attorney General과 Solicitor General 역시 한글로 표현하기에 참 고민이 되었던 직책인데, 이번 칼럼에서 좀 더 풀어서 부연 설명을 해볼까 한다. 편의상 Attorney General은 법무장관, Solicitor General은 검찰총장으로 표현 했는데, 이 두 직책은 한국의 법무장관과 검찰총장과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
뉴질랜드에는 Ministry of Justice라 불리는 법무부가 있다. 이 법무부에 관련된 ‘장관’은 네 명인데, Minister of Justice (법무부 장관), Minister for Courts (법원 담당 장관), Minister for Treaty of Waitangi Negotiations (와이탕이 조약 협상 담당 장관) 그리고 Minister Responsible for the Law Commission (법률 위원회 담당 장관)이 있다. 이게 무슨 말이지, 하고 의아해 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법무부에 뭔 장관이 네 명이나 되? 필자도 아직 적응이 안 되는 것은 매한가지이지만, 법무부라는 큰 틀 안에서 관장하는 업무를 네 항목으로 나누어 각각 장관급의 인사가 담당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면 될 듯 하다. 이 네 ‘장관’ 중 법무부를 대표하고 책임지는 선임급 장관은 Minister of Justice이고 현재 Judith Collins 국회의원이 이 직책을 맡고 있다.
‘법’과 관련된 정부 각료는 위에서 언급한 네 장관 외에도 한 직책이 더 있는데, 바로 Attorney General이다. ‘법무부 장관’과 달리 ‘법무장관’으로 표현을 할까 하는데, 법무장관은 뉴질랜드 공공이익의 수호자로서 정부의 입장을 대변한다. 법무장관은 변호사 출신의 국회의원이 담당하는 것이 관례인데, 내각의 일원으로서 근본적으로 정치적 흐름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뉴질랜드는 정부, 즉 행정권의 입장에서 법무를 담당하는 기구인 Crown Law Office가 존재하는데, 이 기구의 큰 역할 중 하나가 범죄의 공소제기를 담당한다는 점에서 한국의 검찰청과 비교된다. 하지만 한국의 검찰청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점이 Crown Law Office는 각 지역마다 개인 변호사가 임명되어 검찰권을 행사 한다는 점이다. 상업 논리에 빗대어 비유하면, 정부의 검찰권을 각 지역마다 특정 개인 변호사에게 하청을 주는 식이다.
이 Crown Law Office를 담당하는 정부측 ‘장관’이 바로 Attorney General이라 불리는 법무장관이고, 그 실무를 중립적인 입장에서 담당하는 수장이 Solicitor General이다. 이러한 견지에서 Solicitor General을 ‘검찰총장’이라 표현 하고자 한다. 즉, 검찰총장은 법무 장관과는 달리 내각에 속하지 않고 ‘중립적’인 입장에서 정부의 법무를 담당한다.
검찰총장은 각 지역의 검찰권을 담당하는 개인 변호사에게 대부분의 업무를 위임하고 이선에서 감독하는 역할을 수행하지만, 시국사건이나, 헌법 또는 국가 기본법에 관련된 재판에는 직접 관여하고 있다. 법무장관은 실무는 검찰총장에게 위임하고 검찰총장의 권한을 존중하는 것이 관례이나, 국가차원에서의 공공이익이 결부된 사건에는 직접 지침을 내리기도 한다. 한 예로 1991년경 프랑스 정보요원이 뉴질랜드에서 선박을 격침한 사건과 관련하여 타국국적의 용의자의 송환을 요청할지 등의 결정은 법무장관이 내린 전례가 있다.
참고로 현재 법무장관은 Christopher Finlayson 국회의원이 맡고 있고, 검찰총장은 David Collins 박사였으나 지난달 Collins 박사가 고등법원 판사로 임명되었기에 공석으로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