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매기 조나단과 김수환 추기경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갈매기 조나단과 김수환 추기경

1 3,777 코리아타임스
먼지보다 조금 더 커 보이는 은빛 조각들이 날아 오르고 있었다. 바다 저편 한 가운데에서 터져 오르는 은빛 향연은 낚시대를 바라보던 아내와 나의 시선을 동시에 잡아 당겨 고정시켜 버렸다. 멸치 떼들이었다. 멸치 떼들을 한동안 바라보며, 작은 것들도 저토록 찬란하게 아름다울 수 있구나 새삼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멸치 떼 한 가운데를 꿰뚫고 갈매기 한 마리가 시퍼런 바다를 향해 내리 꽂혔다. 아무런 망설임이나 두려움도 없이 거침없이 직선으로 급강하하며 넘실대는 파도 속으로 온몸을 내리 박았다가 다시 파도를 차고 올랐다. 갈매기의 부리에는 큼직한 물고기가 물려 있었다. 먹고 사는 것이 저리도 비장한 몸짓이어야만 할까?

갑자기 멸치 떼와 갈매기를 구경하고 있던 낚시대가 휘었다. 낚시대의 등이, 허리까지 굽으며 바다를 향해 확 휘었다. 숨차게 닐을 감아 잡은 고기는 50센티는 족히 되어 보이는 카와이(방어의 일종)였다. 잡은 고기의 멱을 따서 피를 내고는 낚시 가방에 집어 넣는데 꼬리 부분을 구부려 넣어야 했다. 좋은 횟감이다. 뉴질랜드에서 내가 누릴 수 있는 식탁의 사치이다.

낚시 바늘에 다시 낄 미끼 필차드(정어리)를 낚시 칼로 자르는데 갈매기들이 모여들었다. 정어리 부스러기라도 건질까 하여 곁눈질하며 턱 받치고 다가오는 갈매기들.

고등학교 1학년 여름 만리포에 가서 읽었던 소설 '갈 매기의 꿈'에서도 먹이를 얻어 먹기 위해 모여드는 갈매 기들이 묘사되어 있다. 해변에서 좀 떨어진 바다 위에서 고깃배 한 척이 물고기를 모으기 위해서 밑밥을 던지고 있었다. 그 작은 미끼들을 향해 날아다니며, 서로 다투며 먹이 부스러기라도 쪼아 먹으려고 갈매기들은 버둥대고 있었다.

리차드 바크(Richard Bach)의 소설 '갈매기의 꿈(Jonathan Livingston Seagull)'은 평범함 위로 비상하고자 했던 젊은 갈매기의 분투를 다루고 있는 작품이다. ('Jonathan Livingston Seagull' written by Richard Bach is concerned with a young seagull's efforts to rise above the ordinary.)

평범한 갈매기들에게 있어서 나는 것은 먹고 살기 위한 수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러나 갈매기 조나단 리빙스턴은 갈매기가 나는 것은 먹고 사는 삶 이상을 위한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조나단은 고깃배와 해변가 갈매기들과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 혼자 외로이 비행 연습을 한다. 평범한 갈매기들로부터 '이상한 생각을 갖고 있는' 조나단은 따돌림 당하지만, 조나단은 더 높이, 더 멀리 날기 위해, 까마득한 외로움과 두려움 그리고 '평범함'과 타협하고 싶은 나약함을 하나하나 극복해 나가며 끝없이 진정한 자아 성취를 위한 비행 연습에 몰두한다.

어떤 이는 말한다. "어떤 면에서 보면, '갈매기의 꿈'은 종국적으로는 사회에 기여하게 되는 반사회적인 개인주의를 묘사하고 있다." ("In one sense, Jonathan Livingston Seagull portrays an antisocial individualism that eventually contributes to society.") '갈매기의 꿈'이 캘리포니아 일대에 퍼져 있던 히피들의 배낭에 많이 들어있었다는 점과도 연관될 수 있는 점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그 사회가 갖고 있는 가치관을 확대 재생산해 내며 젊은 세대들을 길들이고 끌어들인다. 그 일반적 가치관과 규범 이외의 생각이나 행동을 할 때 우리는 그들을 일탈했다고 생각하고 때로는 따돌리기까지 한다. 먹고 살기도 어려운 이 시기에, 먹고 살기 위해 쉼 없이 일하고 날개짓 치기를 강요 받고 있는 2009년 2월에 삶의 진정한 가치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는 것은 사치스럽고 반사회적인(antisocial) 생각으로 여겨질 수도 있을 것이다.

어제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 소식을 접하면서 조나단이 그토록 추구했던 더 높이 멀리 난다는 것의 의미가 무엇이었는지 다시 한번 곱씹어 본다. 내가 한국에서 젊은 날 갈매기 조나단을 떠올리며 그토록 오르기를 갈망했던 그 산은 무엇이었을까? 나만의 꿈의 산이라고 확신하며 끝없이 오르던 그 모습 또한 타인과는 약간은 다른 듯해 보이는 먹이를 얻기 위해 날개 짓 하던 평범한 갈매기의 모습이 아니었을까?

나는 카톨릭 신자는 아니지만, 김수환 추기경님은 결코 날개 짓 하는 고통스런 표정도 짓지 않고 저 멀리 높은 곳까지 날아가신 듯하다. 말없이 조용히 낮게 날며 한 없이 낮아지며 지극히 높은 곳까지 동시에 날 수 있는 비행술을 터득하신 것 같다. 작은 멸치 떼가 모여 찬란하고 장엄한 은빛 광경을 세상에 선사해 준 것처럼, 자신을 끊임없이 작게 작게 만들며, 자신을 '바보'라고 부르며, 이 시대의 마지막 큰 빛으로 날개를 접으셨다.

ⓒ 뉴질랜드 코리아포스트(http://www.koreapost.co.nz),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yousmile
허영 과 교만이 없는 갈매기의 꿈은 아주 소중하고 고통에 찬 울음 닦아 줍니다.
추기경 님은 초심의 반석위에서 하늘 끝까지 묵묵히 날고싶었고 때로는 외롭게
날았습니다.  " It was formerly a terrifying view to me that I should one day
be an old man.  I now find that nature has provided pleasure for every state"
_Lady Mary Wortley Montagu

알지만 그렇게 살지 못하는 이유

댓글 0 | 조회 2,067 | 2009.02.10
일상 생활에서 용변(用便)을 본 경우는 특별히 기억에 남지 않는다. 그러나 회사에서 일이 끝난 후 집에 돌아오다가 도저히 참을 수 없어 이웃집 담에 실례를 한 경… 더보기

아는 것과 되는 것

댓글 0 | 조회 1,685 | 2009.01.28
몸이 약한 두 사람이 있었다. 몸이 쇠약하여 하루하루 생활하는 데에도 어려움을 느끼게 되자 건강을 위해 무언가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한 사람은 건강해지기 위해서… 더보기

바람처럼 물처럼

댓글 0 | 조회 1,822 | 2009.01.14
공기도 물도 넘치는 곳에서 모자라는 곳으로 흐른다. 공기가 많은 곳은 기압이 높고(高氣壓) 공기가 모자라는 곳은 기압이 낮다(低氣壓). 공기는 고기압에서 저기압으… 더보기

새해에 크게 복된 삶 사십시오

댓글 0 | 조회 1,702 | 2008.12.23
복은 누가 주는 것도 아니고 누구로부터 받는 것도 아닙니다. 복은 내가 짓는 것입니다. 복은 복을 담을 그릇의 크기만큼 담을 수 있습니다. 작은 그릇은 작은 복 … 더보기

마음과 건강(Ⅳ)

댓글 0 | 조회 1,630 | 2008.12.09
동네 골목길에서 산책을 하다가 목줄이 풀려 갑자기 뛰쳐나온 사나운 개에게 물렸을 때 개한테 물린 상처를 치료하고 광견병 예방처치를 받으면 치료가 끝나지만 그 후에… 더보기

마음과 건강(Ⅲ)

댓글 0 | 조회 1,785 | 2008.11.26
조상의 삶과 마음도 자손의 건강에 영향을 준다. 몸은 마음을 담는 그릇이다. 삶과 마음은 세포 하나하나에 100% 저장된다. 동물의 체세포 하나만 있으면 똑 같은… 더보기

마음과 건강(Ⅱ)

댓글 0 | 조회 1,420 | 2008.11.11
마음을 이해하면 건강과 병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사람은 살면서 보고 듣고 배우고 경험한 것들을 모두 내 안에 담고 있다. 부모형제, 친인척은 물론, 학교 친구… 더보기

마음과 건강(Ⅰ)

댓글 0 | 조회 1,401 | 2008.10.30
캄캄한 밤에 인적이 끊어진 깊은 산 숲 속 길을 걸어가면 무서운 마음에 몸이 긴장되고 살갗에 소름이 돋으며 머리칼이 쭈삣 쭈삣 선다. 화가 많이 나면 숨이 가빠지… 더보기

길 떠나 온 사연

댓글 0 | 조회 1,559 | 2008.10.14
그 부모한테 태어난 사연도 지금 이 곳에 오기 위함이었습니다. 오줌 싸고 동 쌌던 것도 할머니 무릎 베고 누워 ‘옛날 옛날에…’ 이야기 듣던 것도, 엄마 등에 업… 더보기

닫힌마음, 열린마음(Ⅱ)

댓글 0 | 조회 1,910 | 2008.09.24
사람이 마음이 닫혀 있는 근본 원인은 온 세상과 온 삶을 찍어 놓은 마음세계를 지어놓고 그 마음세계 속에서 자기 중심적으로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가진 마… 더보기

닫힌마음, 열린마음(Ⅰ)

댓글 0 | 조회 1,705 | 2008.09.12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오감(五感)으로 인지(認知)한 것, 인식(認識)한 것(외부세계, 지식과 정보)을 하나도 빠짐없이 마음에 담아 놓고 있습니다. 눈으로 본 것,… 더보기

기복(祈福)

댓글 0 | 조회 1,916 | 2008.08.27
사람은 누구나 복을 받으려 하고 복을 줄 수 있다고 믿는 절대적인 존재에게 복을 빈다. 우리의 선조들도 자식 잘되게 해 달라고 빌기도 하고 살면서 시련에 부딪치면… 더보기

[383] 김유신의 말

댓글 0 | 조회 2,026 | 2008.06.25
김유신이 젊었을 때 천관(天官)이란 여인의 집에 자주 드나들자 어머니 만명(萬明)부인이 왕과 부모에게 기쁨을 주기를 기대했는데 술과 여자를 즐기느냐며 울며 타이르… 더보기

[382] 기복(祈福)

댓글 0 | 조회 1,716 | 2008.06.10
사람은 누구나 복을 받으려 하고 복을 줄 수 있다고 믿는 절대적인 존재에게 복을 빈다. 우리의 선조들도 자식 잘되게 해 달라고 빌기도 하고 살면서 시련에 부딪치면… 더보기

[381] 고해(苦海)

댓글 0 | 조회 1,599 | 2008.05.28
사람의 삶에는 참 행복이 없다. 그것은 사람이 불완전하기 때문에 항상 부족함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만일 사람이 완전한 존재라면 일체의 부족함 없는 충… 더보기

[380] 고집(固執) - II

댓글 0 | 조회 1,653 | 2008.05.13
대원군은 자기의 고집 때문에 외부세계에 문을 굳게 닫아걸고 쇄국정책을 펴다가 앞선 서양문물을 받아들여 나라의 힘을 기를 수 있는 기회를 놓침으로써 일본의 식민지배… 더보기

[379] 고집(固執) - I

댓글 0 | 조회 1,701 | 2008.04.23
'고집이 세다'는 말은 자기 생각이나 주장을 굽히지 않고 남의 말을 듣지 않는 것을 말한다. '틀이 세다'는 말도 같은 말이다. 남의 말을 잘 듣지 않는 사람은 … 더보기

[378] 계산하고 산다, 저울질하고 산다

댓글 0 | 조회 1,794 | 2008.04.08
어린 시절 어머니가 먹을 것을 주면 형과 아우는 어느 것이 더 많은가, 어느 것이 더 맛있을까를 저울질하면서 서로 다툰다. 어머니나 아버지가 심부름을 시키려 하거… 더보기

[377] 떠남

댓글 0 | 조회 1,635 | 2008.03.26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 어린 시절 고향을 떠나 객지생활 50년이 넘었으나 아련한 고향생각에 잠 못 이룬다. 고향 사람이라도 만나면 속없이 반갑고 고향을 주제로 한… 더보기

[376] 두 그루 참나무 이야기

댓글 0 | 조회 1,944 | 2008.03.11
어느 집 뒤 야트막한 야산에 참나무 두 그루가 있었다. 한 그루는 양지바르고 기름진 땅에서 곧고 튼튼하게 자랐다. 아침에 산책 나온 집 주인이 나무등걸을 쓰다듬으… 더보기

[374] 마음과 건강(Ⅲ)

댓글 0 | 조회 1,523 | 2008.02.12
조상의 삶과 마음도 자손의 건강에 영향을 준다. 몸은 마음을 담는 그릇이다. 삶과 마음은 세포 하나하나에 100% 저장된다. 동물의 체세포 하나만 있으면 똑 같은… 더보기

[373] 마음과 건강(Ⅱ)

댓글 0 | 조회 1,608 | 2008.01.30
마음을 이해하면 건강과 병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사람은 살면서 보고 듣고 배우고 경험한 것들을 모두 내 안에 담고 있다. 부모형제, 친인척은 물론, 학교 친구… 더보기

[372] 마음과 건강(Ⅰ)

댓글 0 | 조회 1,591 | 2008.01.15
캄캄한 밤에 인적이 끊어진 깊은 산 숲 속 길을 걸어가면 무서운 마음에 몸이 긴장되고 살갗에 소름이 돋으며 머리칼이 쭈삣 쭈삣 선다. 화가 많이 나면 숨이 가빠지… 더보기

[371] 불나방(Ⅱ)

댓글 0 | 조회 1,507 | 2007.12.20
불나방이 동심원을 그리면서 불꽃으로 다가 가는 것을 보던 매미가 '그러다가 불에 타 죽는다' 고 경고해 주어도 불나방에게는 그 말이 들리지 않는다. 불나방은 좋아… 더보기

[370] 불나방(Ⅰ)

댓글 0 | 조회 1,523 | 2007.12.11
불나방은 불을 보면 날아가서 동심원을 그리며 불꽃 주위를 맴돌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크게 원을 그리며 돌지만 차츰차츰 작은 원을 그리며 돌면서 점점 불꽃으로 다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