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치ˇ 식물원의 봄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치치ˇ 식물원의 봄

0 개 3,320 NZ코리아포스트
크라이스트처치 방문 계획을 세우는 데 지진 소식이 들려왔다. 정말 오랜만에 벼르고 별러서 가려는 데, 좀 실망스러웠다. 그런데 함께 가려는 그룹은 좀 태연하다 “앞으로 기간이 있으니 좀 기다려 보자고”. 그래 그게 현명하리라. 치치 여행사에서도 긍정적이다. 도심 한가운데 오래된 건물은 좀 부서졌지만, 그 밖에는 별 큰 피해는 없단다. 그리고 좀 지나면 정상을 회복할거라고. 그래도 텔레비전 뉴스에서는 계속적인 여진 얘기다. 지진에 익숙지 않은 나로서는 여간 긴장이 되지 않는다. 방문할 장소를 섭외하면서도 여러 잡념이 계속 꼬리를 무니 말이다.

그래 좀 더 넓게 생각하자. 지진도 태풍도 우리 생의 일부가 아닌가? 모두 자연 아니 우주의 섭리대로 발생하고 또 소멸하는 일일 게다. 우리 일행은 계획대로 크라이스트처치 공항에 내렸다. 마중 나온 기사님의 얘기는 이번 지진의 강도는 수 많은 희생자를 냈던 아이티의 지진과 중국의 지진과 같은 정도란다. 그런데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전한다.

이제 식물원에 가 볼 차례다. 아름드리나무들 사이로 자라는 온갖 꽃들과 풀들은 장관을 이룬다. 자연 생태를 이루고 있어 그저 어울릴 따름이다. 가로수의 고목은 언제 지진이 지나갔냐고 나한테 묻고 있다. 아니, 그런 거 일상처럼 있어 온 일이 아니냐고 반문하고 있다. 여태껏 나의 조바심이 부끄럽게 느껴진다. 그저 나무들은 봄기운은 머금은 채 지저귀는 새소리를 음미할 따름이다. 지나가는 나그네의 서투른 발걸음에는 관심도 없는 듯 그저 태연하다.

아침 출근을 서두르는 자동차가 매연을 내 뿜어도 식물원은 그저 상쾌하다. 새벽 공기를 가르며 달리는 아가씨는 철인 경기를 대비하는 것 같고, 근엄하게 내닫는 아저씨는 몸이 무척이나 무거워 보이지만 그래도 희망이 보인다. 식물원 근처에 사는 노부부의 발걸음은 지팡이와 함께 여유로워 보인다. 싸늘한 아침에 모두 다 여유로운 데, 길을 잃을까 염려하는 나그네만 아침시간에 늦을까 서두르고 있다. 그래도 새봄 식물원의 상쾌함을 느끼고 있으니 다행이다.

식물원 내의 오솔길은 혼자도 둘이도 즐겁다. 지나간 어제 얘기는 기억이 새로워 반갑고, 다가올 내일 얘기도 기대에 차서 흐뭇하다. 강물을 따라 흐르는 오리 떼는 새봄과 함께 새 식구들로 더 정겹다. 지나가는 아저씨 말로는 강물 속에 물고기는 얘들 눈에만 잘 보인단다. 식물원은 이제 막 봄이 찾아오는 데, 송홧가루와 벚꽃은 바람에 날리며, 또 다른 봄꽃은 꽃망울을 머금고 있다. 햇볕에 나온 벤치는 따뜻해서 좋고, 한적인 벤치는 얘기나누기에 제격이다. 그 속에 봄나들이 나온 나그네는 세상 시름을 잊을 수 있어 마냥 즐겁다.

 
식물원의 봄은 그냥 그대로 거기에 있다. 별러 찾아온 사람들을 위해 치장할 만도 한데, 수수한 평상복 차림이다. 아름드리 고목나무는 언제나 그러하듯 두꺼운 겨울 옷 차림이다. 대부분 상록수는 사계절 일상복 차림이고, 개울가 버드나무만 새 옷으로 단장해서 산뜻하다. 그저 벚꽃과 철쭉 몇 그루만 치장시켜 체면을 유지하고 있다. 그래도 식물원 봄 교향곡은 웅장하고 발랄해서 봄기운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아니 올 새 봄은 어느 해 보다 충만하다.

이렇게 치치 식물원의 봄은 예나 지금이나 별 다름이 없이 태고의 원시림 사이로 봄꽃으로 단장하고 있다. 지나간 한 차례 지나간 지진도, 유난한 꽃 샘 추위도 자연의 섭리를 거역할 수 없다는 듯 그저 담담한데, 탐욕으로 가득한 사람들의 눈에는 이러한 봄도 그들의 속성대로 느끼려하고 있다. 이 봄도 그리 다가오는 데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니 말이다. 식물원의 터줏대감 원시림은 나그네의 이런 마음까지도 다 알고 있는 듯하다.

* 치치: 크라이스트처치를 약해서 부르는 말

ⓒ 뉴질랜드 코리아포스트(http://www.koreapost.co.nz),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유기농산물(Organic food)과 지역농산물

댓글 0 | 조회 2,728 | 2014.08.13
유기농산물에 대한 관심이 충분치 못할 경우, 슈퍼마켓 농산물 코너에 넘쳐나는 그들의 라벨로 여러분은 많은 혼란을 겪게 될 것이다. 간단히 설명하면, 유기농산물의 … 더보기

다음 세대를 위한 식량대책

댓글 0 | 조회 2,176 | 2014.07.09
세계는 지금 넘치는 먹거리 속에서 풍요롭게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아직도 일부 배고픔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건 인도적으로 정치적으로 왜곡된 현상으로 … 더보기

정원수와 과일나무

댓글 0 | 조회 4,739 | 2014.06.11
세계 어디서나 시민들은 주변에 과일나무를 심는 것을 좋아하나 보다. 한국의 여러 도시에서 가로수로 온통 감나무나 은행나무를 심어 계절의 정취를 느끼게 했던 기억이… 더보기

썸머 프루트(Summer fruit)

댓글 0 | 조회 2,597 | 2014.05.27
여름은 작열하는 태양으로 싱그럽기 그지없다. 낮 시간이 길어 과일나무는 그 동안에 열매를 살찌울 절호의 찬스를 맞는다. 태양을 듬뿍 받아 탐스럽게 익어내는 게 여… 더보기

푸드 퍼레스트 / Food forest

댓글 0 | 조회 4,024 | 2014.04.09
고향의 뒷동산은 밤, 감 같은 과일나무로 풍요로웠다. 뒷산은 높지는 않았지만 토심이 깊어 아주 오랫동안 소나무가 무성하게 자랐으며, 밤나무 상수리나무도 잘 자랐다… 더보기

처절하게 선명한 붉은색 그대, 비트(Beet)

댓글 0 | 조회 3,143 | 2014.03.12
텃밭 한 귀퉁이에서 뽑아 온 비트, 머리 베고 꼬리를 자리니 선명한 붉은색이 칼에 번진다. 처절한 핏빛 같아 섬뜻 놀란다. 비트의 한 가운데 뿌리를 자르면 나무의… 더보기

힐러리 트레일(Hillary trail)

댓글 0 | 조회 3,430 | 2014.02.12
오클랜드 서쪽에 살면서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게 몇 가지 있다. 그 중 하나는 여기가 카우리(Kauri) 나무의 원산지로 인류가 도착하기 전부터 자라던 터전이라는 … 더보기

옛사람 상추 먹는 법 엿보기

댓글 0 | 조회 3,841 | 2014.01.15
늦은 봄 보릿고개를 경험하던 시절 농촌의 밥상은 보잘 것 없었다. 그래도 푸짐한 상추를 함께 할 수 있어 먹을 만 했던 기억이다. 텃밭에 지천으로 자라는 상추는 … 더보기

선비의 밥상에 오르던 미나리

댓글 0 | 조회 3,119 | 2013.12.11
한민족의 정신문화를 대표하는 미덕으로 선비정신을 들기도 한다. 그런 선비들이 민속채소인 미나리를 즐겨 먹었으며, 거기서 식채로써의 삼덕(三德)을 발견했다니 흥미롭… 더보기

주림을 고치는 데는 밥이 으뜸

댓글 0 | 조회 2,051 | 2013.11.13
「세상에서 몸에 좋다는 복령 인삼 구기자(拘杞) 같은 세 가지 약을 먹고 나서 다시 음식을 먹지 못한지 백 일만에 숨결이 가빠 곧 죽게 되었을 때. 이웃집 할멈이… 더보기

어느 도심의 Eco-village

댓글 0 | 조회 2,073 | 2013.10.08
대부분의 사람들이 도시에서 살기를 좋아 한다. 그러다보니 주위 환경에 어울려 살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아주 작은 손바닥 정원에 과일나무를 심고, 상추를 가꾸며,… 더보기

고향의 질경이와 초원의 플랜테인

댓글 1 | 조회 5,034 | 2013.09.10
봄철 들판은 온통 풀들의 세상이다. 민들레 토끼풀 반지꽃 냉이 질경이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풀들이 꽃망울을 터트림으로써 그들의 존재를 알린다. 고향의 봄 들… 더보기

선주후식(先酒後食)

댓글 0 | 조회 2,497 | 2013.08.14
인류가 발견한 가장 오래된 기호식품, 마시면 기분이 좋아지는 독특한 음식 바로 술이다. 서민들의 밥상에도, 나라간의 정상외교의 만찬에도, 시중잡배의 의기투합의 자… 더보기

일백 개의 촛불을 바라보는 사람들

댓글 0 | 조회 1,756 | 2013.07.10
지금까지 밝혀진 바에 의하면 보통 사람의 기대수명은 80세 정도이다. 이와 달리 장수족으로 분류되는 백세족(百歲族, Centenarian)은 이 보다 이십년 정도… 더보기

까치 밥

댓글 0 | 조회 2,413 | 2013.06.12
가을철 감이 익어가면서 대부분 추위가 닥치기 전에 딴다. 감이 서리를 맞으면 더 달다고 해서 아주 늦게까지 두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자연 그대로 자란 감나무에서… 더보기

천하태평 농법

댓글 0 | 조회 1,898 | 2013.05.14
오클랜드는 이제 가을이 깊어 가고 김장철이 다가온다. 이번 김장을 담그는 데 갓이 한단 정도 있다면 어떨까. 김치맛이 한결 상큼해 지리라 생각된다. 손바닥 텃밭에… 더보기

강낭콩에 대한 추억

댓글 0 | 조회 2,797 | 2013.04.10
거룩한 분노는/ 종교보다도 깊고/ 불붙은 정열은/ 사랑보다도 강하다./ 아! 강낭콩꽃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꽃보다도 더 밝은/ 그 마음 흘러라./… 더보기

수퍼프루트(Superfruit)

댓글 0 | 조회 2,638 | 2013.03.13
어떤 과일을 즐겨 드시는지요? 세계에서 인기 있는 과일은 좀 엉뚱하게도 바나나와 감귤이다. 왜 그러냐 하면 누구나 쉽고 편리하게 즐길수 있기 때문이다. 칼 같은 … 더보기

안경을 벗어던진 존스 할머니

댓글 0 | 조회 2,104 | 2013.02.13
안경은 한번 쓰기 시작하면 계속해서 써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안경을 쓰던 도중에 홀연히 벗어던지고, 현재 90세에 달했지만 안경을 다시 찾지 않는 존스… 더보기

달콤한 유혹 설탕

댓글 0 | 조회 2,003 | 2013.01.16
여름철 땀나는 운동 후에는 갈증과 함께 달콤한 게 그립다. 그리고 겨울철 추위를 이겨내는 데도 단음식이 인기를 모은다. 현대인은 이러한 달콤한 에너지원의 욕구를 … 더보기

기후는 변하고 있는 데

댓글 0 | 조회 2,041 | 2012.12.11
지난 10월 오클랜드에서는 거센 바람으로 큰 나무가(오톤 정도) 쓰러지면서 집 두채를 덮쳤다. 이 사고로 두집은 지붕이 크게 무너졌다. 그 중 한 집에서는 식구들… 더보기

‘모닝 커피’와 ‘애프터눈 티’

댓글 0 | 조회 2,534 | 2012.11.14
아침 일과전에 커피 한컵 마시고 산뜻하게 시작해야지; 나른한 오후 차 한잔으로 차분하게 여유를 가져야지. 이건 너무 평범한 얘기 같고, 아니 좀 발랄하게, 밤세워… 더보기

우리는 왜 매운 맛에 열광하는가?

댓글 0 | 조회 1,836 | 2012.10.09
고추는 아메리카 대륙을 찾은 컬럼버스 일행에 의해 유럽으로 처음 전파되었고, 그 후 동·서양의 무역경로를 통해서 한국에 들어왔다. 외국에서 들어 온 … 더보기

접시 위에 올라온 꽃잎

댓글 0 | 조회 1,937 | 2012.09.12
‘진달래꽃이 피는 봄이 오면 나는 언니하고 화전(花煎)놀이 간다.’ 옛 동요에 나오는 구절이다. 화전이란 말 그대로 꽃잎을 넣어 부친 전을 … 더보기

마오리(Maori) 새해

댓글 1 | 조회 2,285 | 2012.08.15
인류의 문명은 일 년을 주기로 반복하면서 발전해 왔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가 해와 달을 포함한 우주의 운행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달력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