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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왔다간다

왕하지 2 2,866 2012.09.12 12:04


“뉴질랜드에 사는 둘째며느리인데요. 우리 어머니 좀 바꿔주세요.”
 
아내가 한국의 경로당으로 전화를 하니까 전화를 받은 할머니는 어머니가 다리 아파 경로당에 못 나오셨다고 하였다. 큰집으로 떨떠름하게 전화를 하느니 경로당으로 전화를 하면 편하게 이것저것 이야기도 할 수 있어 아내는 언제나 경로당으로 전화를 한다.

“여보, 어머니가 다리가 많이 아프신가봐, 어제도 물리치료를 받으신다고 경로당을 일찍 나가셨대, 근데 그 할머니가 뭐라고 말씀하시는 줄 알아, ‘뉴질랜드 괜히 갔다 왔지 뭐, 여비만 없애고, 어차피 돌아올 거,’ 요즘 할머니들은 참 똑똑하셔,”
 
그래, 어머니는 3년 동안 심심해 하시면서 괜히 왔다고 후회를 많이 하셨지, 하긴 나도 가끔 괜히 왔다고 생각될 때가 있는데 어머니는 오죽 했겠어,
 
경로당에서 어머니를 만나고 왔다는 여동생에게 전화가 왔다.

“작은오빠, 글쎄 큰오빠가 어머니 방에 작은 냉장고를 사다놨대요.”

“그래 잘했네, 어머니 다리 아프시니까 주방까지 가실 필요 없고...”

“작은오빠, 그게 아니라 이제 어머니 거실에도 나오지 말고 방구석에만 처박혀 있으란 얘기지 뭐야, 세상에 그럴 수가 있어요?”

나는 여동생에게 꼭 그렇게만 생각하지 말라 했지만 여동생은 그렇게 생각할 수 밖에 없다고 박박 우겼다.
 
일요일 날 왕가레이 성당에 가면 성당에 다니던 한인가족들이 하나둘씩 줄어들기 시작하더니 이제 눈을 씻고 찾아봐도 한인은 보이지 않았다. 모두 바쁜 생활을 하며 열심히 살다보니 그렇겠지 암, 얼마 전 성당에서 노부부가 눈에 스쳤는데 혹시 한인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미사가 끝나고 아내는 이 곳으로 이사 온 한인부부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그 분들을 찾아갔는데 그 분들은 우리 동네에 아보카도 농장을 사서 이사 온 분들이었다. 머리는 하얀 해도 피부는 곱디고운 신선 같은 분들이었다. 그리고 또 새로 온 한인가족이 있었는데 젊은 부부와 딸이 하나 있었다.

새로운 한인 가족이 둘씩이나 늘었으니 아내는 신바람이 나서 두 가족을 우리 집 저녁식사에 초대하였다. 젊은 부부는 딸이 뉴질랜드에서 공부를 하고 싶다고 하여 오클랜드로 왔는데 그 곳에 몇 달 있다가 왕가레이로 왔다고 하였다.
 
“참 이상했어요. 같은 한인끼리도 왜 그리 쌀쌀맞게 대하는지 정말 있을 곳이 못된다 싶었는데 마침 왕가레이를 알게 되어 이사를 왔습니다. 이곳은 사람들이 친절하고 순수합니다. 이웃도 좋고요. 키위할머니들에게 초대도 많이 받았습니다.”

“그런 반면에 왕가레이는 또 일할 곳이 적은 문제도 있습니다. 오클랜드에 비해...”

“맞습니다. 파트타임으로 서너 시간 일해 보았자 겨우 기름값 밖에 안됩니다. 저희들이 준비 없이 와서 어려움이 있는데 일단 한국으로 돌아가기로 결정했습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준비를 잘해서 다시 오려는 생각도 있습니다.”

“이런, 만나자 마자 이별이라더니... 성당가족이 또 줄어드는군요. 괜히 왔다 가시는 군요. 고생만 하시고...”
 
몇 년 전 3명의 아이를 친정에 맡기고 남편과 같이 온 간호사 아줌마가 있었다. 간호사 아줌마는 왕가레이에서 영어공부를 하고 남편은 자동차 정비사 자격증을 따와 오클랜드에서 일을 했는데 남편이 왕가레이로 오는 날 우리 집으로 저녁식사를 초대하였다. 그들 부부는 한국음식이 오랜만이라면서 밥을 3공기씩이나 비웠다. 깡마른 남편은 몸무게가 10kg이나 빠졌다면서 뉴질랜드는 잡아 먹을 고기들도 많은데 왜 한인들끼리 서로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지 이해를 할 수 없다면서 한국으로 돌아간다고 하였다.

그 부부는 괜히 왔다간다고 하였다. 고생만 하고 주위 분들에게 폐만 끼치고...
 
중광스님의 묘비명엔 [괜히 왔다간다.]라고 쓰여 있다고 한다. 반은 미친 듯 반은 성한 듯이 그리고 마음껏 여한 없이 살다 가신 스님의 파격적인 삶조차 괜히 왔다고 후회가 된다면 우리 같은 사람이야 말로 정말로 괜히 왔다가는 것은 너무 당연하지 않은가, 오늘도 괜히 오는 사람, 괜히 왔다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은 이곳저곳에서 끊이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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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빵과장미
명언이네요 ... "괜히 왔다간다" 그런데 우리네 인생에서 오는것이나 가는것은 하늘에 달려있으니 참 건강하게 왔다 건강하게 가는것이 인생의 큰 복 중에 하나 같습니다.
보니맘
바오로 형제님 저희 준희네 가족입니다. 배려덕분에  한국에 무사히 잘돌아왔습니다. 저희는 부산시 금정구 구서동에 거처를 마련했으며 딸아이는 이곳 명문사립초등학교에 편입하였습니다.그간 정신없이 이것 저것 정리정돈하느라 소식이 늦었군요. 아직은 뉴질랜드 추억이 자주 되살아나 역문화충돌에 어떤 한국상황은 어리둥절하고 이해안가는 경우들이 많기는해도 다문화체험을 한 우리의 보이지않는 무형의 경험이 한국발전에 분명 어떤  기여가 있을 것임을 믿습니다. 잘은 몰라도 문화나 제도의 발전은 물과 같아 고여 있거나 소통되지 않으면 썩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바오로님께서 하시는 활동이 이민 사회인 뉴질랜드 사회에 얼마나 토양을 비옥하게 하시는 일인가 떠나와 보니 알것 같습니다.부디 더욱 건강하시고 사모님 모니카 자매님 따님 아드님 모두 풍성한 한가위 맞으시고 평안하시기를 기원합니다.  - 부산에서 배시범 보니파시오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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