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약속은 지켜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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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

그래도 약속은 지켜야한다

1 2,810 왕하지


몇 년 전, 딸내미가 건축회사에 다닐 때 급료를 받으면 다 써버린다고 아내는 항상 걱정을 하였다.
 
“여보 쟤도 이제 돈을 좀 모아야 되는데 월급 받는 대로 다 써버리니 어떻게 하면 좋아, 직장이 좋으니 대출받아 집을 사라고 하면 어때? 이자, 원금 갚아나가면 쓸 돈도 없을 테고... 당신이 집 사라고 말해봐,”

“아, 돈 한 푼 안 모은 애가 무슨 집을 사?”

돈을 잘 쓰는 딸내미도 집은 사고 싶었는지 싼 집이 나왔다고 같이 보러가자고 하였다.

“여보, 아주 계약을 하고 와요, 이번 달부터 월급 받으면 못 쓰게,”

가보니 동네도 안 좋은 판자 집이라 팔 때도 힘들 것 같아 머리를 흔들고 돌아왔는데 아내는 계약을 안 하고 왔다고 투덜거렸다. 밥 먹을 때마다 아내는 딸에게 집을 빨리 사라고 몰아붙이는데 보다 못한 내가 그만 이런 말을 하고 말았다.

“내가 한국 가서 돈 좀 가져오면 몇 만 달러 무이자로 빌려줄 테니 그때 집을 사거라,”

아내의 성화 때문에 얼떨결에 괜한 말을 했다 싶었지만 그래도 약속이니 한국에 다녀온 후 돈을 빌려줬고 딸은 좀 나은 집을 살 수 있었다.

지난주 아이들이 한국식 삼겹살을 사와 오랜만에 삼겹살에 술을 맛있게 마
시는데 아내가 술맛이 뚝 떨어지는 말을 하였다.

“여보, 술도 지금부터 반병으로 줄이면 어때?”

“이번에 뭐? 목말 태워준다고 말하려고... 얘들아, 네 엄마가 담배 반 갑으로 줄이면 매일 업어준다 했는데, 담배 줄인지 한 달 넘었지만 한 번도 업어준 적이 없다.”
 
“엄마~ 왜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하고 그래,”

“그냥 한말이지... 돼지 같은 네 아빠를 이 연약한 몸으로 어떻게 업어 주냐,”

“그래도 약속은 약속이지, 돼지 얘기 나온 김에 아빠가 얘기 하나 해 주마, 옛날 시골에 가난한 부부가 살고 있었다,”

땅 한마지기 없이 살다보니 남의 땅을 조금 빌려 농사를 하는데 가물어 농사도 안 되었다. 엄마는 아이들에게 먹을 것을 제대로 못 먹여 늘 가슴 아팠다. 아이들에게 일시키기도 미안해 일을 시킬 때마다 다음에 돼지 잡아준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거짓말인줄은 알지만 그래도 맛있는 돼지고기 상상을 하며 일을 하였단다. 추운 겨울날 땔감이 다 떨어져 아이들에게 말했다.

“얘들아 나무 좀 많이 해 와라, 돼지 잡아 줄 테니,”

또 무심코 내뱉은 엄마의 말이었지만 아이들은 돼지고기 상상을 하며 나무를 한 짐씩 해 왔다. 나무를 내려놓고 힘없이 털썩 주저앉는 아이들을 바라보던 아버지가 갑자기 칼을 들고 돼지우리로 가는 게 아닌가, 엄마가 깜짝 놀라 따라가 보니 아버지는 정말 돼지를 잡고 있었다.

“여보, 당신 지금 뭐하는 거요?”

“당신이 애들에게 돼지 잡아 준다고 수십 번이나 말했잖아, 오늘은 약속을 지키자고~”

“아이고, 안돼요. 땅주인이 돼지 키워서 밀린 소작료 내라 했는데, 여보 그냥 애들이 안쓰러워 한말인데... 그치 얘들아~, 엄마 말이 거짓말이란 걸 알지?”

“예, 알아요. 아버지 돼지 잡지마세요. 저희들 고기 안 먹어도... 돼요.”

아버지는 두 눈이 충혈 되어 말씀하셨다.

“그래도 약속은 꼭 지켜야 한다.”

엄마는 눈이 퉁퉁 붓도록 울었고 고기를 자르는 아버지도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날 밤 그들은 울면서 돼지고기를 맛있게 먹었다. 그 후, 돼지를 잡아먹었다고 동네에 소문이 났고 땅주인이 하인을 데리고 와 아버지에게 욕을 해대며 몽둥이로 두들겨 팼다, 소작료 안내려고 돼지 잡아먹은 나쁜 놈이라고, 그 뒤 아버지는 병원도 못가고 시름시름 앓다가 돌아가셨다. 엄마는 죽은 아버지를 붙잡고 대성통곡을 하였다. ‘여보, 제가 잘못했어요, 얼른 일어나세요.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한 제가 나쁜 년 이예요. 여보, 얼른 일어나세요, 흑흑흑~’
 
“근데 네 엄마는 어디 갔냐? 이 좋은 얘기를 끝까지 안 듣고... 그 후 아이들은 약속은 꼭 지켜야한다는 아버지의 말씀이 가슴에 맺히고 맺혀 약속을 칼같이 지키며 살아가다보니 훗날 모두 대성공을 했다고 한다. 나도 너희들에게 약속을 지키며 살아왔으니 앞으로 너희들도 대성공 하리라 믿는다.”
은하수별
'약속은 지켜라' 돼지 잡은 아빠의 슬픈 이야기 오늘 밤 우리 아들 잠 자기  전에 들려 줄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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