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일하는 가게에 수많은 단골손님 중 키위커플이 있는데 그 커플은 항상 같이 붙어 다니는 잉꼬부부라 하였다. 그 부부의 이름은 마이클과 메리인데 바닷가에 살고 있으며 배낚시를 자주 간다고 하였다. 어느 날, 그들은 아내에게 생선을 좋아하냐고 물었다. 아내는 당연히 생선을 좋아하고 생선회를 너무 좋아한다고 말했더니 내일 배낚시를 가는데 고기를 잡으면 가져온다고 했다는 것이다.
다음날 집에 돌아온 아내가 그들이 준 컨테이너를 열어보니 깨끗이 손질하여 포를 뜬 스내퍼가 가득 들어 있었다.
“어머나~ 깨끗하게도 포를 떴네, 그냥 썰어 먹기만 하면 되네. 이게 도대체 몇 마리야~”
생선회는 도맡아 뜨는 아내가 신이 났다. 얼마나 많은지 서너 접시는 나왔다. 텃밭에 상추, 고추도 많고 케이든네서 준 아보카도도 있으니 푸짐하게 상을 차려 오랜만에 생선회를 맛있게 먹었다. 배에서 손질하고 물기까지 쪽 빠져 잘 숙성되어서 너무 맛있었다.
아내는 가게에 온 마이클 부부에게 너무 맛있게 먹었다고 인사를 하면서 그렇게 힘들게 포까지 뜨지 않고 그냥 줘도 된다고 말하였다. 마이클 부부는 또 배낚시를 간다면서 야광 매니큐어를 사러 왔는데 아내가 매니큐어를 사줬다고 했다.
다음날 마이클 부부가 커다란 스티로폼 박스를 가져왔는데 열어보니 스내퍼 3마리가 들어 있었다. 비늘도 벗기고 배도 따고 깨끗이 손질이 되어 있었다.
“세상에~ 이렇게 큰 걸 잡다니, 이게 도대체 몇 센티야~”
자로 재어보니 거의 50센티가 훨신 넘었다. 그날 밤 우리 식구는 한 마리를 회를 떠서 먹었다. 다음날도 또 먹고, 회덮밥도 해먹고, 생선초밥도 해먹고. 냠냠... 너무 맛있게 먹는 아내에게 내가 말했다.
“이렇게 얻어먹기만 할 게 아니라 뭔 보답을 해야 하는데...”
“당신 그림 하나주면 되잖아~ 팔리지도 않는데...”
아내는 언제나 답례품으로 내 그림을 주자고 말하는데 기분이 썩 좋지는 않지만 어쩔 수가 없다. 딸이 시드니 친구 집에 놀러 가는데 오클랜드 사는 후배가 차를 맡아준다면서 차 선팅까지 공짜로 해준다고 했다고 한다.
“엄마, 후배가 차 선팅가게를 차렸는데 내차 선팅을 공짜로 해준데, 어떻게
하지? 돈 주면 안 받을 것 같고...”
“아빠 그림 하나 갖다 줘, 팔리지도 않는데 뭐,”
딸내미가 면세점에서 술도 사올 텐데 지갑이 비어있으니 용돈은 줄 수 없고 신세지는 친구들에게도 그림을 주라고 하였다.
“마이클 부부가 잉꼬부부이니 앵무새부부를 선물하면 되겠군, 이 그림 어때?”
마침 액자도 하나 있어 앵무새 그림을 넣어 보여주니 아내는 너무 좋다고 하였다.
“이정도 미끼를 주면 한동안은 생선회를 먹을 수 있겠지,”
이제 힘들게 낚시질 다니지 않아도 생선회 자주 먹게 생겼군... 크크크, 그림을 받은 마이클 부부는 그림이 너무 좋다고 말하면서 앞으로 고기를 많이 잡아준다고 했다고 한다.
며칠 후 마이클 부부가 가게로 찾아왔는데 건축 일을 하는 마이클이 크라이스트처치로 2달간 일하러 간다고 했다. 메리는 혼자서 배를 못타니까 낚시를 못 간다면서 2달간 고기를 못준다고 하였다. 2달이면 잠깐 지나가지 뭐,
그 후 2달이 훨씬 지났는데 생선은 영 소식이 없어서 아내에게 물어 보았다.
“마이클 돌아올 때가 지났는데, 어찌된 거야? 가게에 안 왔어?”
아내가 힘없이 대답했다.
“얼마 전 메리가 혼자 가게에 왔는데 마이클은 크라이스트처치에서 안돌아 왔고, 메리가 마이클과 헤어졌대.”
“뭐? 헤어져? 잉꼬부부가?”
“여긴 떨어져 있으면 쉽게 헤어지잖아...”
생선회 다 먹었군... 몇 달 못 만났다고 헤어지다니, 한국은 주말부부도 많고 수많은 기러기부부도 멀쩡히 잘만 살아가는데... 이런 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