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공이 금속덩어리에 맞아 그을리며 떠돌아다니는 풀밭은

풀태공들의 놀이터이기도 하지만,

먹고 놀고 잠자며 사랑하고 번식하는 새들의 삶의 터전이기도 하다.

그 풀밭의 원주인(?) 하나를 오매 가매 곁눈질 해 보았더니….

얼굴 눈 밑에다 노란 리본을 매달았다.

다리는 젓가락 마냥 가늘어 가냘퍼 보이지만,

날카로운 부리와 함께 목소리며 성깔은 앙칼지다. 

 

뭔가를 깔고 앉았다.

조금씩 다가가도 움직일 생각을 않는 것으로 보아 중요한 것을 깔고 앉았다.

높은 지대에서 보초를 서던 수컷이 욕을 퍼부어 대며 쾌속으로 날아 오르더니

들이받을 기세로 댐벼들었다.
 

밤낮을 바람이 부나 비가 오나,

턱없이 날려버린 공을 찾으러 불청객이 쳐들어와도 이것 땜에 앉아 있어야 했다.

때론 치명적인 네발 달린 천적(?) 멍멍이라도 코를 디밀고 닥치는 날에는 모든 일이 끝장이었다.


 

일어설까 말까..

얼마를 쭈구리고 앉아 있었던지 일어서기가 힘들었지만,

더 힘센 막무가내파가 접근해 오면 어쩔 수가 없었다.

그렇게 인고忍苦의 시간을 견뎌내야 했다.

그리고 나는 한동안 엄숙한 자연의 질서를 눈감아 주면서 모른척 지나다녔다.

……………………………..
 






어느 날, 늘 앉아있었던 자리에서 없어졌다.

성공했던지 아니면 실패했던지 둘 중 하나였는데 다행이었다.

결국 가족을 만들어 냈다.

주변에서 망만 보던 아빠(?)도 합류했다.

가족의 단란한 행복을 지키며 보육하는 일이 시작되었다. 


 

또다시,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그들 가족은 완전히 자라고 성장할 때까지,

보금자리였던 주변에서 크게 벗어나지도 흩어지지도 않았다.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어떤 가족의 새끼는 잘 자라다가 그만 낙오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그저 자연의 이치에 순응하고 그들 본능과 분수에 충실 할 뿐이었다.

그 이상 셈이 없었다.

그것이 자연에 대한 경외로 어쩌다 가끔 올가즘에 머물다 내려오는 나에게,

그들의 생장 과정과 눈을 마주친 시간들이 던져준 메시지였다.

그간 풀밭에 낭비한 시간을 보상해 주고도 남는….

새 이름/Spur wing plovor.  

장소   /푸푸케 골프코스.

관찰   /두어 가족의 새를  대략 두어 해 동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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